‘갓샘물’의 원더걸스 메이크업이 전세계에 퍼지는 방법

2015.09.10
사진 제공. JYP 엔터테인먼트

‘I Feel You’로 돌아온 원더걸스의 최대 수혜자는 혜림이다. 4인조로 정비한 전열, 밴드 콘셉트도 화제였지만 특히 ‘뷰티’에 한해서는 혜림의 압승이었다. 통통한 볼살이 빠진 얼굴에 콘트라스트 강한 음영 메이크업을 얹자 ‘우빙빙(우혜림+판빙빙)’이란 찬사가 따라붙었다. 뷰티 블로거들은 발 빠르게 혜림 메이크업을 전파했다. SK-II ‘피테라 에센스’ 광고의 탕웨이 메이크업, SBS [용팔이]의 김태희 메이크업도 거의 동시에 떴다. 모두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이 이끄는 정샘물인스피레이션(이하 정샘물)의 작품이다. 네티즌들은 ‘정샘물을 만나기 전과 후’ 혜림과 탕웨이의 사진을 부지런히 퍼 날랐고, “명불허전 태쁘”라며 김태희의 미모를 칭송했다. 관련 제품은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고 정샘물은 ‘갓샘물’이 됐다. 

정샘물의 메이크업은 ‘기획사가 소속 뮤지션에게 공을 들였다’는 표식이 됐다. 기획사들은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후속곡으로 연타를 날려야 하는 신인(이하이), 데뷔했는데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팀(스피카), 오랜만에 복귀하는 걸 그룹(카라)을 정샘물에게 보냈다. 음원 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올라설 게 아니라면 뷰티의 중심에서라도 “내가 대세”라고 외쳐야 한다. 그래야 이 살벌한 판에서 버틸 수 있다. JYP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 ‘다른 남자 말고 너’의 미쓰에이, 지난 8월 ‘I Feel You’의 원더걸스를 잇따라 정샘물에게 맡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치열한 화장은 음원 성공률을 높여줄 이슈 기폭제인 동시에 음원이 실패하더라도 뮤지션이 ‘뷰티 트렌드세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다. 

정샘물에게도 아이돌은 중요하다. 씬님·포니·라뮤끄 등 인기 뷰티 유튜버들의 유튜브채널 구독자 수는 각각 57만 명, 43만 명, 31만 명이다. 해외에는 구독자 수 795만 명을 거느린 미셸 판이 버티고 있다. 포니는 최근 미국 활동 중인 CL의 메이크업을 맡기도 했다. 이들은 제품명도, 품평도, 뷰티샵에서 구전되던 ‘꿀팁’도 공짜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 ‘뱅뱅뱅’의 지드래곤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장면은 거의 변신 수준이다. 뷰티 유튜버들은 그렇게 뷰티업계의 새로운 포식자로 성장했다. 정샘물의 경쟁자는 이제 조성아·이경민·우현증이 아니라 뷰티 유튜버들이다. 아이돌 메이크업은 이 지점에서 메이크업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과제가 된다. 혜림처럼 살을 빼고 오면 성형에 버금가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다. 밋밋한 출근용 화장보다 부문별로 쪼갤 여지가 많아 자신에게 적합한 팁만 발췌하려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샤이니의 ‘View’, 소녀시대의 ‘Party’, 빅뱅의 ‘BaeBae’ 뮤직비디오는 그대로 패션·뷰티 가이드가 되고 있다. 이 동영상들이 유튜브를 타고 중화권은 물론 북미까지 퍼지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돌 메이크업을 통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SK-Ⅱ

정샘물이 지난해 8월 MBC [세바퀴],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반복적으로 했던 “김태희와 남아공에서 권총강도를 당했다” 등의 발언은 김태희가 활동을 재개한 최근에야 강력한 이슈가 됐다. 지난해 9월 [겟잇뷰티 2014]에서 선보였던 ‘만추 메이크업’은 탕웨이의 SK-II 광고가 공개된 뒤에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김태희·탕웨이 메이크업이 떠도 정샘물의 브랜드 뮬이 아니라 오휘와 SK-II 매출이 증가할 뿐이다. 메이크업아티스트에게 여배우 메이크업은 이력의 정점이 아니라 완성형의 미모가 고속도로를 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성능 좋은 스포츠카 역할에 국한됐다. 뮬이 ‘한국의 바비브라운’이 됐는지 여부 역시 이제는 중요치 않다. 메이크업아티스트의 화장품 브랜드는 여전히 홈쇼핑에서 잘 팔리지만 더 이상 ‘핫’하진 않다. 온스타일 [겟잇뷰티] 시리즈에 출연해도 시장 지배력이 예전 같지 않다. 여배우 메이크업은 퇴로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니 정샘물 같은 대가도 지금은 유튜브채널에 ‘나인뮤지스 경리 캣츠아이 메이크업’, ‘남자 아이돌 메이크업’ 동영상을 올려야 한다. 다행히 정샘물은 격변하는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네이버 패션뷰티 멘토로 참여하고 있고, SK-II가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제2의 미셸 판’을 찾는 뷰티 바운드 아시아(Beauty Bound Asia)에도 일종의 멘토로 참여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네이버 패션뷰티의 콘텐츠에는 묵언수행을 하는 메이크업아티스트들만 있을 뿐 속 시원한 돌직구는 없다. 뷰티 바운드 아시아의 좌장은 정샘물이 아니라 미셸 판이다. 지난 24년 동안 김희선·고소영·이승연부터 2000년대 태혜지(김태희·송혜교·전지현)까지 숱한 뷰티 아이콘들의 메이크업을 맡은 메이크업계 미다스의 손도 유튜버에 긴장해야 하는 시대가 낳은 진풍경이다. 그리고 메이크업아티스트에게 아이돌 메이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입고, 바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비재들이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치는 게 즐겁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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