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드레가 컴턴에서 완성한 힙합

2015.09.03

‘컴턴’은 올해 늦여름의 미국 대중음악과 영화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전설적인 갱스터 랩 그룹 N.W.A.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개봉 2주 연속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매출 1억 달러에 도달했다. 닥터 드레의 신보 [Compton]도 빌보드 앨범 차트 2위로 데뷔했고, 디지털 판매는 1위였다. 영화와 앨범 모두 상업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예술적 성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커버에는 ‘닥터 드레의 사운드트랙’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Compton]은 영화의 OST가 아니다. 닥터 드레 스스로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닥터 드레는 N.W.A.의 멤버이자 힙합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이고, 영화와 앨범은 일종의 한 몸이나 다름없다.

‘컴턴’은 LA 중심부와 가까운 작은 도시다. 1980년대 이래로 갱단의 본거지나 우범지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시절 도심 주변부에서 흑인들의 생활이 어려웠다는 사실에서 유별난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N.W.A.의 성공과 갱스터 랩의 유행으로 ‘컴턴’은 흑인과 연관되는 차별, 빈곤, 범죄 등의 상징적인 키워드가 됐다. 80년대 후반 N.W.A.는 ‘행동하는 흑인들(Niggaz Wit Attitudes)’이라는 이름처럼 자신들의 경험에서 비롯한 폭력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음악에 담아내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영화는 그룹의 결성과 갈등, 해체, 재결합 시도와 멤버 ‘이지-이’의 죽음에 이르는 시기를 담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컴턴’은 힙합이 미국 대중문화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더 게임, 켄드릭 라마, YG 등 유명 래퍼가 끊임없이 배출된다. 과거 ‘N.W.A.’나 ‘Compton’이 쓰인 스냅백을 쓰는 것이 차별적 사회에 대한 발언이나 힙합 역사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었다면, 이제 그 모자는 승리를 선언하는 깃발처럼 보인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닥터 드레가 있다. 영화가 이야기를 멈추는 1995년 전후의 힙합 역사는 닥터 드레의 성공사와 궤도를 같이한다. 갱스터 랩과 90년대 힙합을 닥터 드레의 이른바 ‘G-Funk’ 사운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그의 스타일은 유명한 동부-서부 지역 간 힙합 뮤지션들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 자신의 앨범 [Chronic]과 [2001]은 클래식이 되었고, 그가 관여한 스눕 독, 에미넴, 50센트 등의 래퍼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는 헤드폰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알려진 ‘비츠’를 창립했고, 작년 애플의 ‘비츠’ 인수로 역사상 가장 많은 연간 수입을 올린 음악가가 되었다. 게다가 [Compton]마저 훌륭하다. 지나치게 트렌디한 사운드를 담아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는 프로듀서로서 전망을 제시하고, 전 트랙에 자신과 경력을 함께한 유명 래퍼와 신인들을 고루 기용한다. 프로듀서로서의 닥터 드레가 1990년대에 얽매여 있었다면 2000년대 전반에 걸친 그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Compton]도 그 연장선이다. 닥터 드레는 힙합의 시작에 있었고, 힙합을 성장시켰으며, 힙합으로 모든 것을 이룬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닥터 드레는 힙합이 현재의 영광에 이르기까지의 또 다른 일면이기도 하다. 우선 폭력 문제가 있다. 올해 봄부터 닥터 드레가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힙합이 대중문화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남성중심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것과 연관이 있다. 애플의 ‘비츠’ 인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만한 내용이었다. 애플 CEO 팀 쿡이 게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최근 닥터 드레는 공개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한 가지는 산업적 측면이다. 이 앨범에 관한 모든 공식 발표는 애플 뮤직의 라디오 쇼에서 나왔다. 단순한 발매 소식은 물론, 10년 넘게 나오지 않는 3번째 앨범 [Detox]를 대신하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사실도 물론이다. 8월 21일 CD가 발매되기 전까지 2주 동안 [Compton]은 오직 애플 뮤직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7월에 시작된 애플 뮤직은 아직 무료 운영 기간이다. 힙합이 티 없이 깨끗한 신성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명예스러운 과거와 특정한 시기에 나온 ‘마지막 앨범’이 사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행보는 어딘가 입맛이 쓰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야말로 [Compton]의 가치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으로 발화된 힙합의 역사는 영광과 오욕과 예술과 비즈니스를 오가다 [Compton]에 이르렀다.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이것이 힙합이다. 그것이 닥터 드레이기도 하고.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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