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울트라]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저앉지 않는 인간

2015.08.27

상품 설명
실수하는 인간. 지난 몇 년간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트와일라잇]의 대성공 이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그녀는 시리즈의 중요한 장면에서 종종 연기력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고, 오래간만에 보호받는 소녀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던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찍으면서는 유부남인 감독과 스캔들에 휩싸이며 새로운 캐릭터를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실수는 명백하다. 그러나 그녀의 실수는 유난히도 집요하고 가혹하게 기억되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여성스럽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그녀에게 세상은 계속해서 ‘진실’에 대해 캐물었고, 할리우드의 무수한 스캔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안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대한 꼬리표는 주홍글씨처럼 점점 선명해질 뿐이었다. 이쯤 되면 촉망받는 아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작고 특별한 영화에 주로 출연해오던 그녀가 선택한 가장 큰 실수는 너무 큰 관심과 인기를 얻게 만든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한 것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실수로부터 도망치는 인간은 아니었다. 미국 여배우 최초로 프랑스 세자르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그녀에게 안겨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천방지축 젊음을 휘두르며 가십의 십자포화를 맞는 어린 여배우를 재미있어 하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풍파를 겪어내고도 여전히 마음속에 갈증과 불안을 품은 나이 든 여배우를 지켜보는 인물이기도 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모습을 비춰내는 그녀의 연기는 기묘할 정도로 생생해서 눈길을 끌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여전히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는 용기가 남은 것이었다. [웰컴 투 마이 하트]를 찍을 때 폴댄스를 연습하느라 온통 다리에 멍이 들고, 남자 같다는 간섭을 수없이 듣는 와중에 [캠프 엑스레이]에 군인으로 출연하고, [런어웨이즈]를 위해서 기타와 보컬을 연습했던 그녀는 [온 더 로드]에서는 턱없이 적은 출연료와 부담스러운 노출 장면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애정을 이유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무리하고 위험한 선택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해온 인물이었다. [어드벤처랜드]에서 예쁜 소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소심한 소년 제시 아이젠버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아메리칸 울트라]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을 보라. 제시 아이젠버그가 여전히 소심한 이미지를 변주하고 있는 동안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실수하는, 하지만 주저앉지 않는 인간. 그녀에 대한 요약이 조금은 더 풍성해졌다.

성분 표
트와일라잇 45%
방송계에 종사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4번이나 아역상 후보로 지목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어린이 배우였다. 그저 예쁘고 똘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 근육 질환으로 몸이 마비된 소녀의 욕망을 그려낼 정도로 과감한 배우이기도 했다. [어드벤처랜드]를 촬영하며 출연을 결정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처음 200만 달러였던 출연료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이르러서는 1,250만 달러에 러닝 개런티까지 받게 되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배심원 의무를 위해 LA에 체류하기도 하고, 홈스쿨링을 마치고 고등학교 수료증을 받는 등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들을 겪기도 했다.

톰보이 35%
비대칭으로 짧게 머리카락을 자른 후 “더 이상 섹시한 이미지 뒤에 숨지 않아도 되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십 대 초반에 출연한 [패닉 룸]에서 그녀는 이미 넘치는 ‘소년미’를 드러낸 바 있다. 아기자기하거나 예쁘장한 것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은 낡은 스니커즈인데, 심지어 [트와일라잇] 주인공 셋이 함께 핸드/풋 프린팅을 하는 행사에도 흰색과 검은색 무늬의 반스 스니커즈를 신고 참석할 정도였다.

스캔들 20%
[트와일라잇] 시리즈 인기의 비결이라 할 정도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 커플은 소녀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과 불륜 사건이 발생하고, 감독이 결국 이혼에 이르면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둘러싼 공주님의 판타지는 부서지고 말았다. 사건 이전에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스피크]를 함께 촬영한 마이클 안가라노와 사귀기도 했고, 사건 이후에는 꾸준히 동성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지만 스스로를 “모호한 영역의 인물”로 칭하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연애사에서 가장 귀여운 순간이라면 [자투라]에 같이 출연한 조쉬 허처슨의 13살 생일선물로 거북이를 선물한 사건 정도라 하겠다.


취급 주의
미소년이 나타났다
십 대 초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친구, 개를 사랑하는 귀여운 소년 같은 배우였다. 애매한 금발 단발머리가 초록색 눈동자와 얇은 콧대를 살려주어 더욱 미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천하의 미소년도 콧수염은 자제 요망
제니 루이스의 노래 ‘Just One of The Guys’의 뮤직비디오에는 앤 해서웨이, 브리 라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최근 주목받는 여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다. 문제는 여배우들이 아디다스 풀착장에 콧수염을 달고 게다리춤을 춘다는 데 있다. 적어도 콧수염 숱 트리밍만이라도 좀 해줬으면….

글. 윤희성(객원기자)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