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① Bad girl, God girl

2015.08.25


현아의 새 앨범 [A+] 트레일러 영상은 19금 판정을 받았다. 수영복 상의를 벗어 던진 현아,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현아, 질탕한 파티를 벌이며 외국인 남성과 짙은 스킨십을 하는 현아가 등장한다. 노출도, 음주도, 스킨십도 아슬아슬한 선을 지키는 대신 ‘도’를 훌쩍 넘어가 버린다. 현아는 때때로 카메라를 향해 웃지만 그것은 보는 이를 위한 미소가 아니다. 정신없이 즐기고 있지 않을 때, 현아의 표정은 싸늘하거나 모호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기분이다. 타이틀곡 ‘잘나가서 그래’ 뮤직비디오에서 현아는 돈다발을 던지며 혀를 내민다. 그리고 노래한다. “매일같이 난 도마 위에 I Know 씹어놔 웃어줄 때”

자신이 씹히고 있다는 걸, 현아는 안다. 여자 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매일같이 도마 위에 오르는 존재다. 열여섯 살에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현아는 도마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섹스어필이었다. 현아가 위험하지 않은 존재로 호감을 얻었던 것은 신인 시절 KBS [청춘불패]의 ‘징징현아’로 활약했을 때 정도다. 무대에서는 섹시하지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철없이 귀여운 십 대 소녀라는 갭이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Change’에서 ‘Bubble Pop!’, ‘빨개요’로 이어지는 솔로 활동과 장현승과의 유닛 ‘트러블메이커’ 활동에 이르기까지 현아는 일관되게 섹시 콘셉트를 유지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미성년자였을 때는 소속사가 비난받았고, 성인이 된 뒤로는 현아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과감한 노출과 강력한 성적 은유는 ‘천박하다’를 넘어 ‘섹스에 탐닉한다’, ‘싸 보인다’는 분노 어린 반응마저 불러일으켰다. 치밀한 스토리텔링에 의해 연출된 콘셉트나, 뜨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을 뿐이라는 명분 없이 즐겁게 가슴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흔드는 이십 대 초반의 여성 가수는 동정할 수 없어 더 불편한 존재가 됐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신이 섹시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껏 드러낸다. “청순한 거, 귀여운 건 자신 없다. 열심히 몸매를 가꿔서 어느 정도 노출하고 그러는 데 거부감이 없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A+] 발매 기자간담회) 랩이나 노래 실력, 앨범의 완성도를 떠나 현아가 국내외 K-POP 시장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놀라우리만치 단순하고 선명한 태도 때문이다. 무대 밖에서의 현아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매니지먼트 역시 현아에게 아이돌 이상의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하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 연예인, 특히 아이돌에 대한 허용 범위가 유혹적이되 수동적인 섹시함으로 수렴되는 데 반해 현아는 남자의 손에 이끌리지 않고 상대를 끌어당기며, 훔쳐보는 시선을 유도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자신을 내보인다. 현아의 방식은 금기를 깨뜨리고 맞서 싸운다기보다 아예 금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데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지만 그래서 뭐?

단순한 선택이라 해서 쉬운 길은 아니다. 현아의 진한 메이크업, 노출이 많은 의상, 육감적인 퍼포먼스에는 대중의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고 과로로 잠시만 입원해도 성적인 내용을 담은 악성 루머가 떠돌 만큼 미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현아는 자신이 알고 보면 ‘굿 걸’이라고 해명하거나 노선을 변경하는 대신 “현아는 맛있어”(‘빨개요’)라며 남들이 수군대던 얘기를 스스로 수면 위에 올리고 “저들의 남 헐뜯기 매가 약이다마는 사이즈가 다른 가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는 삶의 작은 기쁨”(‘얼음 땡’)이라 조롱한다. ‘잘나가서 그래’에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동시에 갈망하는 이들을 향해 “You can't touch me Don't touch me”라고 선언한다. 네가 나에 대해 뭐라 떠들어대든 너는 나를 만질 수 없고 만지지 말라는 경고, 그것이 ‘배드 걸’이라면 기꺼이 그러겠다는 태도. 물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아의 말대로 모든 사람이 현아를 예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누구도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N명의 대중이 갖는 N개의 잣대에 자신을 완벽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이다. 현아는 일찍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굿 걸’이 아니어도 괜찮다. 겁먹지 않는다면 이미 이기는 것이다.

글. 최지은
사진 제공. 큐브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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