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쇼 미 더 머니 4]의 래퍼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했다”

2015.08.24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Mnet [쇼 미 더 머니 4]에서 자신과 지누션의 ‘팀 YG’에 소속된 래퍼들을 프로듀싱했고, 곡을 만들었다. 그 사이 에픽하이의 소극장 공연을 했고, 다시 시간을 쪼개 해외 투어 공연에도 나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픽하이는 공연을 하고 다시 또 할 만큼 호응이 높고, 그가 [쇼 미 더 머니 4]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작곡하고 프로듀싱했다는 ‘오빠차’는 점점 반응이 좋아지더니 음원 차트 1위까지 했다. 그리고 타블로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심각한데, 행복하다고. 정신없는 스케줄에서 기이할 정도로 안정을 찾은 한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요즘 정말 바쁜 거 같다. [쇼 미 더 머니 4]에 출연하면서 에픽하이 소극장 콘서트와 해외 투어까지 하는 중이다.
타블로
: 사실 [쇼 미 더 머니 4]를 할 거라고 생각 안 해서 미국 투어와 콘서트를 잡아놨는데, 스케줄이 복잡해졌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갈 때도 많으니까 아예 마음을 비우고 있다. 그런데 마음을 비웠더니 머리도 비워져 가지고 (웃음) [쇼 미 더 머니]에서 예능 캐릭터가 돼버렸다. 스케줄은 심각한 상황인데, 행복하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남의 말에 딴지 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웃음)
타블로
: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한 프로듀서들과 워낙 친하다. 놀러 가는 기분으로 해서, 되게 즐거웠다. 지누션 형들도 그렇고 우리를 택한 친구들이 심각하기보다 장난기 있는 친구들이기도 했고. 그리고 지누션 형들은 되게 오랜만에 고정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여서 시작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쇼 미 더 머니]가 되게 살벌한 프로그램이라는데 우리처럼 오래된 조상님 느낌 나는 사람들이 나가도 되나? 이런 걱정도 하셨고. 그래서 시작 전에 형들에게 그냥 우리 할 거만 집중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자고 했다.

‘오빠차’도 그래서 만들 수 있던 건가. 다른 팀들은 공연 결과를 염두에 두고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곡들 같았는데, ‘오빠차’는 정말 툭 던진 느낌이었다.
타블로
: ‘오빠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린 경쟁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했다. 프로듀서 공연 때부터 그냥 관객들이 있는 자리니까 최대한 관객을 즐겁게 해드리자는 생각만 했다.

다들 즐거워하다 보니까 1위도 했나 보다.
타블로
: 사실 어리둥절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온 거라서.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멜로디도 그냥 흥얼거렸고, 가사도 그냥 나왔다. 원래는 그 가사가 ‘아빠 차 훔쳐다 널 데리러 가’였다. 처음에 우리 팀의 슈퍼비가 ‘아빠차’라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온 가사였는데, 문제는 인크레더블도 같은 노래를 해야 하는 미션 곡이어서 가사를 바꿨다. 슈퍼비는 밤에 몰래 아빠 차 타고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인크레더블은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어서. 그래서 당황하고 있길래 “더블아 너는 너한테 어울리게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 성공해서 차를 살 수 있다면, 뭔가 사고 싶은 걸 산다면 뭘 하고 싶은지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크레더블은 가족 이야기도 하고. 사실 무대를 보면 알겠지만 이 노래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고 노래를 불렀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웃음)

그때 무대 상황이 어땠길래. (웃음)
타블로
: 방송에도 나왔지만 난 그날 생일이었다. 워낙 바쁜 상황이라 아내 (강)혜정이가 7월 22일 생일만큼은 꼭 가족끼리 보내자고 했다. 그래서 스케줄을 어떻게든 빼려고 했는데 중간에 착오가 생기면서 [쇼 미 더 머니 4] 첫 본선이 그날로 잡혀버렸다. 준비 기간도 너무 짧은데 두 곡을 만들어야 하니까 생일 전 일주일 동안 매일 밤새야 했고. 지누션 형들은 프로듀서 경연 결과가 안 좋아서 잘해야 한다고 걱정했고, 우리 소속 래퍼들은 너무 강한 참가자와 붙으니까 긴장했다. 다 멘붕인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가 뜻하지 않은 어수선함의 끝을 보여줬다. 진심으로 무대가 끝나고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 있었지? 그랬다.

그렇게 별 생각 안 하고 만들어서 노래가 더 재밌는 거 같다. 다른 출연자들은 다 진지한데 ‘오빠차’만 즐거우니까.
타블로
: 아무런 목적 없이 만들었다. 그냥 사람들이 즐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본선에서 팀원들과 한번 해보자고 했던 건 욕 없이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깊은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욕 안 해도 충분히 랩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방송에서도 묵음 처리 안 하고 가사가 다 나갈 수도 있고. 애들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필 굿 뮤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인 만큼 우리끼리 좋은 추억이 됐으면 했으니까.

그 와중에 돈 벌어서 아버지 차를 바꿔드렸다는 가사를 썼다. 정말 효도 힙합이다. (웃음) 그것도 힙합 뮤지션들의 가사가 온갖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타블로
: 나는 ‘에어백’도 쓰고 ‘오빠차’도 썼는데 아이러니하게 운전을 못한다. (웃음) 그래서 정말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랐다. 운전하는 이야기는 너무 픽션이고,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 차에 대한 추억을 생각했는데 내가 아빠한테 처음으로 차 사드렸을 때가 제일 기분 좋았다. 이런 걸 다 의도하고 썼으면 사람들이 1위 했다고 축하한다, 이럴 때 감사하다고 할 텐데, 정말 아무 의도 없이 한 거라 약간 머리 긁으면서 감사하다고 하고 있다. 이게 뭔가 싶고. ‘오빠차’가 음원차트에서 1위 할 때 공교롭게도 AOMG 쌈디하고 그레이하고 같이 있었다. 서로 워낙 친해서 같이 술 마시면서 쌈디의 ‘사이먼 도미닉’이 1위 한 거 축하하고 있었는데, 그때 ‘오빠차’가 1위로 올라간 거다. 돈이 없어서 작은 방에서 몇 명이 끼어 살던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고생한 사람들의 노래가 1, 2위를 하니까 뭔지는 모르겠는데 행복하더라. 감사하다. ‘사이먼 도미닉’은 자기 이름 철자 가르쳐주는 노래인데 (웃음) 그렇게 큰 사랑 받는 게 대단하다.

‘에어백’처럼 깊은 슬픔을 담은 음악을 만들던 사람이 ‘오빠차’를 만든 것도 신기하다.
타블로
: 차 안에 에백이 있다는 거 말고는 극과 극이라는 건 안다. (웃음) 하지만 옛날에도 그렇긴 했다. 다만 전에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우울하고 쓸데없이 어두운 게 있었는데 이제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그렇지 않다. 누구나 그렇듯 속으로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음악에서는 즐거운 음악이든 그렇지 않은 음악이든 내가 하자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트위터에서 팬이 [쇼 미 더 머니]에서 ‘에어백’을 부를 때 왜 미소를 지었냐고 물어보니까 오래된 팬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가.
타블로
: 되게 반가웠다. 지금 내 마음이 딱 신인 같다. 작년에 에픽하이 앨범을 내면서 과분하게 큰 사랑을 받았다. 콘서트 한 번 하고 방송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그게 시상식까지 이어지고, 다시 해외 공연을 하면서 1년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과 무대를 좋아해준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 그래서 ‘에어백’을 부를 때 예전이라면 그 노래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관객 중에 내가 아는 팬분이 보이거나 하면 그냥 좋다.

심각한데 행복한 게 그런 걸까.
타블로
: 그렇다. 진심으로 에픽하이 세 명이 12년 중에 가장 가깝다. 셋이 더 이상 친해질 수 없을 만큼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 있더라. 셋 다 너무 즐겁고 매 순간이 뜻밖의 일이니까. 앨범 곡 전체를 음원차트에서 줄세우기 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고, 콘서트도 가장 큰 규모로 그렇게 많이 한 것도 처음이었고. 정말 매 순간이 새롭다. 그만큼 고마움도 배로 느껴지고. 그래서 휴대폰에도 자동 알림으로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메시지가 오게 한다. 아침에는 “겸손하고 웃고 힘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라. 나에게 조금이 요구되는데 누군가에게 엄청난 것이 된다면 그건 그냥 해라.” 그리고 저녁에 이걸 혹시라도 까먹을 때쯤 “아직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 공연 리허설 하다 라디오 하러 가야 할 때 너무 피곤한데 이 메시지가 오면 다시 이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면서 바로 괜찮아진다.

이번 소극장 공연도 그래서 많이 달라졌나. 전처럼 하나의 흐름을 갖는 대신 몇 개로 챕터를 나눠서 관객 투표로 뽑힌 챕터들을 순위 순서에 따라 공연했다.
타블로
: 작년 전국 투어를 하면서 팬들이 우리 공연을 매진시키고, 아예 모든 공연을 다 보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SNS로 그동안 갔던 공연 표들을 모두 찍어서 올리기도 하고. 다 똑같은 공연일 텐데 다 와주니까 고맙고 미안했다. 티켓 값을 다 합치면 상당히 많은데 아르바이트하면서 그걸 샀다고 하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멤버들끼리 한두 곡씩 약간 다르게 하자고 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소극장 콘서트를 하면 정말 다 보는 친구들이 많을 거 같아서 8번 공연을 다 보더라도 8번 다 다른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에게 사랑을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 건가.
타블로
: 내가 생각하는 음악의 역할은 즐거움을 주고,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위로를 주는 거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사람이 가장 즐거울 때가 자기 자신일 수 있을 때고, 사람이 위로받을 때가 ‘네가 너인 게 좋아, 나도 그래’ 이럴 때인 것 같다. 그래서 [쇼 미 더 머니]의 래퍼들에게도 완벽한 무대를 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하지 말라고 했다.

[쇼 미 더 머니]에서 ‘오빠차’의 무대를 준비할 때 소속 래퍼들에 “(차에서 나오다) 자빠져도 괜찮다”고 말하던 게 기억난다.
타블로
: 출연자들이 무조건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게 안타깝더라. 사실 이 친구들은 다 어린 친구들이고, 특히 우리 팀의 슈퍼비나 인크레더블 같은 친구들은 활동 경험이 많지 않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친구들이니까 [쇼 미 더 머니]에 있는 거고. 이 친구들한테 뭔가 깔끔하고 완벽하고 흐트러진 거 하나 없는 걸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래도 돼, 그게 너의 모습이라고 했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무대에서 키가 갑자기 커질 수는 없듯이. 그냥 이게 나인 거니까. 예선부터 가사 실수를 조금만 해도 힘들어 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아팠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친구들, 10대 20대 친구들은 아직 미완벽해도 되고, 미완벽해야 한다.

[쇼 미 더 머니]의 프로듀서와 하이그라운드의 제작자를 하면서 다른 뮤지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겠다. 하이그라운드에는 어떤 뮤지션들을 영입하고 싶은가.
타블로
: 기준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는 그 뮤지션의 음악을 내가 좋아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 거고, 음악이 좋으면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해서 만나 차 한잔 하기도 하고 알아간다. 그런 다음에 그냥 사람으로 그들이 어떤지를 본다.

혁오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제작을 하기로 한 건가.
타블로
: 혁오의 음악은 작년부터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틀기도 했었고, 워낙 좋아했다. 그러다 [쇼 미 더 머니 4]에서 ‘에어백’을 부르는데 혁오에게 같이 하자는 부탁을 하면서 가까워졌다. 딱히 설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다행히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었고, 그리고 나하고 이야기할 때는 처음부터 말을 잘 했다. (웃음) 사실 TV에 처음 나가면 누구나 그렇게 말이 없어지지 않을까. (유)재석이 형이 눈앞에 있는데. 나도 처음에 재석이 형 만났을 때 “와, 유재석이다” 이러면서 변두리에 서서 아무 말도 못 했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재석이 형이 “타블로 씨 내 동생 같아요” 이러면서 자꾸 말을 시켜줘서 적응할 수 있었다.

당신도 이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나. 사실 남에게 분노하거나 깊이 슬퍼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일들을 겪기도 했었는데.
타블로
: 내가 요즘 좋아하는 내 노래가 ‘밑바닥에서’다. 마지막 부분에 “언젠가는 최고가 돼줄게”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다시 들어보니까 그 목소리가 그 언젠가가 안 올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목소리더라. 약속을 하는데 안 올 수도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는 목소리. 하지만 그래도 노력할게(“I’ll try”)라면서 끝낸다. 그게 요즘의 나인 것 같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 최고가 되고 싶다. 하지만 안 될 수도 있어.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 그게 하이그라운드에서도, 에픽하이에서도,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겠지만 내가 언젠가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그때는 “I tried”로 바꿔야겠지.

그렇게 노력해서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싶나. 트위터에 애플의 1997년 ‘Think different’ 광고를 링크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나.
타블로
: 멋진 야망이 있지는 않다. 다만 부적응자들(misfits)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동그라미 틀 안에 안 들어가는 모난 친구들, 그래서 외톨이인 친구들. 내가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나도, 혁오도, 하이그라운드 직원들도 그런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과 위로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글. 강명석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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