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미니언즈보다 좋은 게 얼마나 있겠어?

2015.08.19

또 대란이다. 지난 7월 23일부터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로 나온 ‘미니언즈 스페셜 세트’는 지난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규어에 이어 또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00개 한정으로 나온 스페셜 세트를 사기 위해 사람들은 전날부터 기다렸고, 판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슈퍼마리오처럼 추억의 캐릭터도 아니고, 미니언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는 개봉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게다가 생김새는 젤리빈 같은 단순한 노란 몸에 큰 눈 두 개, 혹은 한 개가 달린 머리숱이 적은 괴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버튼을 누르면 바나나를 든 손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들고 있는 총에서 불이 나오는 미니언즈 피규어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7월 29일 개봉한 [미니언즈]는 최근 3년간 국내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오프닝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스스로의 성장에 신경 쓰기보다는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 [미니언즈]를 제작한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의 말은 미니언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단서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먼저 선보이기는 했지만 미니언즈는 스누피나 무민처럼 오랜 역사를 통해 서사를 가진 캐릭터가 아니다. 또한 [인사이드 아웃]의 조이나 [토이 스토리]의 우디 같은 픽사의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도 아니다. 미니언즈는 수만 년 동안 변화나 성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설정돼 있고,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할 수 있는 악당을 찾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다. [미니언즈]의 피에르 꼬팽 감독은 “미니언즈들이 하는 멍청한 행동들을 봐라. 여자인 것을 상상할 수 없다”([The Wrap])는 농담으로 이 캐릭터들의 단순함을 강조했다. 심지어 피에르 꼬팽 감독이 홀로 녹음한 899명의 미니언들의 목소리는 영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 등을 합친 국적 불명의 언어로 돼 있다. 미니언들이 혹시라도 아주 철학적인 말들을 했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심리를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피에르 꼬팽은 한 프레임에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랑스 만화의 “단순성(simplicity)”에 매료됐고, [미니언즈]에도 이 단순성을 적용했다. 미니언은 노란 타원형으로 생긴 몸에 눈만 달려 있는 생명체고,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에 관심을 가질 필요 없이 내키는 대로 귀여워할 수 있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에서 미니언에게 다양한 코스튬을 입힌 것을 비롯해, 미니언은 마블의 슈퍼 히어로까지 다양한 코스튬을 입힌 버전들이 판매된다. 그리고 [슈퍼배드]에서는 미니언들이 메이드, 인디안, 디제이 옷 등을 입었고, [미니언즈]는 아예 미니언들의 거대한 코스튬 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원시인, 드라큘라, 영국 왕 의상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추격전, 치어리딩, 아이스하키, 기타 연주 등을 하는 미니언들의 모습은 [미니언즈]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든 미니언은 쉬지 않고 귀엽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헬륨을 마신 듯한 목소리로 “빠빠빠~”라고 노래를 부르고, 바나나를 쫓아다니고, 고문실에 갇혀서도 낄낄대며 논다. 피에르 꼬팽, 카일 발다 감독이 [미니언즈]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 역시 “사람들이 어떻게 90분 동안 미니언들이 언어라는 선물 없이 횡설수설하는 것을 견딜 것이냐”([The Hollywood News])였다. 한없이 단순하고 단순한 캐릭터의 별 의미 없는 행동에 빠져드는 것. [미니언즈]는 서사나 맥락 같은 것들을 최대한 없애면서, 단순한 만큼 아무런 걱정 없이 이 노란 캐릭터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난 4월, 색채 연구소인 팬톤사는 미니언과 같은 노란색을 선보였다. 이 노란색의 이름은 ‘미니언 옐로우’가 됐고, 팬톤의 소장인 리애트리스 아이스맨은 ‘미니언 옐로우’를 “희망과 기쁨, 낙천주의를 대변하는 색상”이라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미니언을 볼 때면 언제든지 귀여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수만 년이 흘러도 그대로인,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조차 없어 오히려 더욱 귀엽기만 한 존재. 세상이, 또는 내가 어떻게 변해도 미니언은 언제나 그대로이고, 여기에는 현실에 대한 어떤 적응도, 희생도, 아픔도 없다. 우리는 미니언을 보며 그저 “귀여워!”라며 즐거워하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이것만큼 좋은 게 또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 계속 사 모아 노랗게 물들이는 수밖에.

글. 이지혜
사진.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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