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가요제│② 아이유부터 혁오까지, 가요제로 얻은 것 vs 잃은 것

2015.08.18

높은 인지도와 음원 성적, 캐릭터. 지금껏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참가했던 뮤지션들은 손해 볼 일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마냥 즐거운 게임에 뛰어든 것과 같았다. 하지만 과연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합류한 이들도 그럴까. 혁오부터 윤상까지, 뮤지션들이 가요제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혁오
얻은 것: 인지도와 캐릭터. 역대 가요제를 통틀어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원래는 아는 사람만 아는 ‘나만 알고 싶은 밴드’였지만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위잉위잉’, ‘와리가리’ 등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길거리나 카페 곳곳에서도 끊임없이 이들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은 팀의 스타일은 편집을 통해 독특한 캐릭터로 잘 포장되었고, 베이스 임동건은 정형돈으로부터 ‘분당의 김수현’이라는 별명까지 선사받았다. 여기에 더해 보컬 오혁은 아이유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공드리’를 함께 부르기도 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가요제 우승자는 이미 정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잃은 것: 다음 앨범 수록곡 ‘Great Wall’. 오혁이 밤새 만든 곡들은 전부 정형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이었고, 결국 다음 앨범을 위해 숨겨두었던 컨트리풍의 ‘Great Wall’이 가요제 출전용으로 채택되었다. 어차피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테니 손해 볼 것 없는 거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데뷔 후 서너 달에 한 번꼴로 싱글을 발표하고 있는 부지런한 혁오의 특성상, 새로운 곡을 또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자이언티
얻은 것: 의외의 귀여운 이미지. 자이언티는 늘 선글라스와 중절모를 착용한 모습으로 게임 [킹 오브 파이터]의 최번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가 선글라스를 벗고 한없이 순하게 생긴 눈을 공개한 이후, 포털사이트의 연관검색어로 ‘자이언티 귀엽다’가 뜰 만큼 대중들이 생각하는 그의 이미지는 반전되었다. 게다가 그 스스로도 엉뚱한 삼행시를 짓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진중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웃기는 낯선 타입의 예능 캐릭터를 개척하기도 했다. 이 밖에 ‘양화대교’의 음원 차트 역주행 또한 가요제 출연의 성과 중 하나지만, 원래부터 자이언티는 ‘음원깡패’였으므로 얻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잃은 것: 딱히 없다. 자이언티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라준 하하 덕분에 누구도 상처입지 않은 '음악여행'이 가능했다. 


아이유
얻은 것: 다크써클, 그리고 사랑스러운 재환 씨. 아이유는 가요제를 위해서 밤늦게까지 홀로 음악을 만들고 녹음까지 했지만, BPM을 높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박명수의 타박에 시달려야 했다. 무조건 아이유의 편을 자처하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주는 재환 씨마저 없었다면 아이유의 ‘무한도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험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사실 이번 가요제를 통해 아이유가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건, 프로듀서로서의 노하우다. 그가 공개적으로 누군가의 노래를 만들고 프로듀싱한 일은 처음이고, 까다로우면서도 고집 센 상대와 굳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어르고 달래가며 자신의 의견을 어느 정도 설득해낸 과정은 아이유가 오랫동안 기억해둘 만한 경험일 것이다. 물론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얻어야만 했던 것인지는 의문이나, 앞으로 누구를 프로듀싱하든 이보다는 수월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잃은 것: 미소와 혈색. 자신의 작업물에 EDM을 억지로 접합한 박명수의 리믹스 버전을 듣는 순간 아이유의 표정을 보노라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 EDM 공장에만 갇혀 있느라 복숭아처럼 발그레하던 얼굴마저 핏기를 잃었으니, 도대체 아이유의 가요제 출연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드래곤&태양
얻은 것: 동갑내기 친구 광희.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광희는 지드래곤과 태양, 심지어 나머지 빅뱅 멤버들과도 상당히 다른 캐릭터고, 덕분에 둘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친구를 얻게 되었다. 또한 광희와 ‘오구오구’를 나눌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너무 성공해버린 월드스타의 아우라가 컸던 지드래곤과 태양 역시 친근하고 발랄한 그 또래 남자아이들 같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더욱이 광희가 두 사람에게 트레이닝복을 선물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광희라는 친구 한 명이 열 월드스타 부럽지 않다.

잃은 것: 가뜩이나 빡빡했던 시간. 방송에서 언급했듯 지드래곤과 태양은 월드투어 중에 시간을 쪼개서 가요제에 참가한 것이고, 그 사이에 매달 음원을 발표하는 빅뱅의 국내 스케줄까지 겹치며 지드래곤이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인해 녹화에 참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섯 팀 중 이들 결과물의 윤곽이 가장 늦게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셋 중 외모 3등은 태양이라거나, 태양 때문에 기대되는 팀 4위에 머물렀다는 광희의 농담으로 상처 입은 태양의 자존심은 또 어떤가. “나는 이런 거에 삐치지 않아”라고 하면서도 태양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건 그냥 못 본 척해두기로 한다.


박진영
얻은 것: 한국식 흥.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식 흥을 얻었다기보다, 자신과 다른 타입의 흥도 음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감을 익혔다. 보는 사람들로선 여전히 미국식 흥과 한국식 흥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와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 원더걸스의 ‘I Feel You’에 이어 만약 이 노래마저 음원 차트에서 선전한다면, 올 한 해 박진영은 그야말로 모두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잃은 것: 살. 좀처럼 쉽게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는 유재석 덕분에 마음을 졸이느라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윤상
얻은 것: 빈지노를 비롯한 새로운 파트너들. 아이유 같은 솔로가수부터 레인보우, 러블리즈 등 아이돌그룹까지 프로듀싱의 폭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윤상에게도 정준하의 랩 디렉팅을 위해 투입된 빈지노, 보컬 효린은 처음 함께 작업해보는 뮤지션들이고, 이에 대해 윤상은 “어우, 나 막 떨린다. 설렌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25년 경력의 이 아티스트에게 [무한도전] 가요제는 색다른 도전이며, 그를 tvN [꽃보다 청춘], [집밥 백선생]의 찡찡거리는 아저씨 정도로만 인식했던 사람들에게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확실하게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단, 훌륭한 뮤지션임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레벨이라는 게 함정이다.

잃은 것: 고막의 순결과 우아함, 자존심. 성의는 가상하지만 실력은 턱없이 부족한 정준하의 랩을 반복해서 듣는 건, 극도로 예민한 귀를 가진 윤상으로선 더없이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가요제를 우아하게 만들어주실 분”이라는 윤종신의 평가가 무색하게 파트너 선정에서는 계속 밀려나고, 열심히 만든 노래의 도입부가 거제항인 줄 알았다는 평가를 듣는 등 다양한 굴욕을 맛봐야 했다. 다사다난했던 긴 음악 인생에 아직도 이렇게 큰 시련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자신도 미처 몰랐을 것 같다.

글. 황효진
사진 제공. MBC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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