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에 한물 간 가수란 없다

2015.08.17

MBC [일밤] ‘복면가왕’은 마치 KBS [가요톱텐]의 시대별 차트 정리를 보는 듯하다. 파일럿부터 19회까지 부른 총 116곡은 1970년대 3곡, 1980년대 17곡, 1990년대 29곡, 2000년대 50곡, 2010년대 15곡 등(민요와 뮤지컬 수록곡 제외) 시대별 인기 곡들을 다양하게 분포시켰다.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1972)부터 유재하 ‘그대 내품에’(1987), 김광석 ‘그날들’(1991), 카니발 ‘그땐 그랬지’(1997), god ‘니가 있어야 할 곳’(2001), 걸스데이의 ‘something’(2014)까지, 한 세대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곡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물론 m.net [슈퍼스타K]에는 늘 과거의 명곡들을 부르는 미션이 있었고, KBS [불후의 명곡]은 아예 ‘레전드’로 명하는 옛 가수들의 곡을 요즘 가수들이 재해석한다. 음악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흘러간 명곡들을 부르는 것은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하나다. 그러나, ‘복면가왕’은 출연자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방식을 통해 흘러간 노래와 가수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복면가왕’의 19회에서 이영현과 김바다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빅마마로 데뷔 후 ‘체념’을 통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이영현이나, 그룹 시나위의 보컬이기도 했던 김바다의 초반 탈락은 의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영현은 과거만큼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않는 요즘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고, 김바다는 자신의 장기인 록 대신 발라드를 부르다 탈락했다. ‘복면가왕’의 출연자들은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불러야 하기에 원래의 목소리와 장르를 바꿔 노래해야 하기도 하고, 그만큼 탈락한다 해서 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도 않는다. 그렇게 출연자의 부담감이 줄어든 상태에서, 출연자들은 복면을 벗으면서 자신이 출연하기까지의 사연을 말할 기회를 얻는다. 권인하, 고유진, 정재욱 등 한때를 풍미했던 가수들은 ‘복면가왕’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뒤에도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복면가왕’은 과거를 단지 추억의 대상으로 놔두는 대신 현재로 잇는다. 출연자가 복면을 벗고 MC 김성주가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화면에는 그들의 과거 활동 영상들을 편집해 보여주고, 영상 뒤에는 가수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이유와 출연하기까지의 사연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출연자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에 집중한다. 반대로 출연자를 모르는 사람은 ‘복면가왕’을 통해 새롭게 자각할 기회를 얻는다. 복고를 활용한 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때의 노래와 가수를 칭송하며 ‘그때가 좋았다’를 강조한다면, ‘복면가왕’은 좋았던 과거만큼은 아닐지라도 ‘지금도 충분히 좋다’를 전달한다.  

파일럿에서 EXID의 솔지, 첫 회에서 f(x)의 루나가 연이어 우승하면서, ‘복면가왕’은 아이돌이 노래 실력을 편견 없이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받았다. 가면을 쓰고 노래 실력만 평가받는다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아이돌이기에 편견을 받곤 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편견을 없애고 노래를 듣는 것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흘러간 가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복면가왕’을 통해 다시 대중의 평가를 받는 현역이 되고,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한 시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 결과 흘러간 노래가 음원차트에 올라가고, 이영현과 김바다는 검색 사이트의 순위에 오른다. 기존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들이 아이돌에 집중하거나 이른바 ‘실력파’로 분류되는 이들에 집중하며 어느 한 쪽의 취향을 가진 시청자에게 어필했다면, ‘복면가왕’은 가면을 씌워 편견을 지우면서 아이돌과 비아이돌, 과거와 현재 모두를 끌어들인다. ‘복면가왕’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전체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손꼽히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Oldies but goodies’다. 

글. 심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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