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①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의 여름방학

2015.08.14

지난 5월 첫 번째 앨범 [17 CARAT]으로 데뷔한 세븐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무대 위를 날다시피 뛰어다니고, 싱긋싱긋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열셋 소년들의 기세는 땀이 절로 흘러내리는 무더위에도 여전히 꺾일 줄을 몰랐다.

원우, 버논, 에스쿱스, 민규.(왼쪽부터)

날씨가 더워서 야외촬영 하는 데 힘들진 않았나.
에스쿱스
: 내 고향이 대구라 그런지 이 정도 더위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서울의 더위는… 아, 물론 덥긴 덥지만, ‘덥구나’ 하고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그런데 다른 멤버들을 보면 더워서 죽으려고 한다.
: 아까 걸어 다닐 때 표정이 안 좋던데? (웃음)
에스쿱스: 아냐, 그건 햇빛이 너무 쨍해서 그랬어. (웃음) 사실 나는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탄다. 대구의 겨울은 별로 춥지 않거든. 눈도 잘 안 오고. 연습생 때 서울에 와서 놀랐던 게, 겨울이었는데 찬바람 때문에 살이 베일 것 같았다. 그 추위를 맛보고 나서 ‘아, 서울은 굉장히 추운 곳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첫 번째 앨범 활동을 끝내고 나름 방학 혹은 휴가 기간인 셈인데, 다 같이 놀러간 적은 없는 건가.
버논
: 놀러 가는 일은 없지만 지방에 행사를 많이 갔다. 사인회 때문에 부산, 광주, 대구, 대전을 돌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경치를 바라보면서 “와, 좋다!” 하고 감탄한다.
: 엊그제는 공개방송 때문에 전라북도 완주 쪽에 다녀왔는데 계곡이 너무 좋았다.
: 그래서 오히려 1집 활동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TV, 라디오 스케줄이랑 연습을 병행 중이다.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 휴가는 없을 것 같다.

랩메이킹을 직접 해야 되니 작업에도 에너지를 많이 쏟겠다.
에스쿱스
: 힙합 유닛인 우리 네 명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합친 다음, 각자 흩어져서 가사를 쓰고 다시 모여서 서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거다. 첫 앨범 [17 CARAT] 때도 우리가 직접 랩메이킹을 했었는데, 혼자 랩을 써보는 것과 앨범 작업을 하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썼다면, 앨범 수록곡의 랩 가사를 만들 때는 주제나 작곡가, 프로듀싱을 맡은 우지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조율하는 방법을 배웠다.
: 특히 [17 CARAT] 수록곡 중 ‘Ah Yeah’는 시작부터 우리가 주제를 정하고 가사까지 쓰다 보니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진짜 ‘우리 노래’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각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가사도 있을까.
민규
: 내 경우엔 누구의 랩 파트가 딱 좋았다기보다, ‘Shining Diamond’에서 가장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흙 속에 묻혀 있던 날 위로 끌어올려 / 이젠 빛을 낼 시간이야” 이거. 연습생 기간 동안 우리는 지하에 있었거든. (웃음) 가사 하나하나가 다 공감 가고, 세상 사람들한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그대로였다.
: 나는 ‘Ah Yeah’의 브릿지 부분이 재미있었다. “이 길은 네가 걷지 못해 (아 예) 넌 그 정도밖에 못해 (아 예) 뭔 말인지 알지 (아예)” 이런 건데 실제로 공연을 해보니까 관객분들한테도 제일 반응이 좋은 부분이고, 우리 스스로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가사는 우리 전부 한 번씩 실제로 들어봤던 말이기도 하다.

가사처럼 재능에 대해서 의심하는 시선들도 많았을 테고, 데뷔 역시 자꾸 미뤄지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긴 연습생 생활을 어떻게 버텼나.
에스쿱스
: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매년 ‘데뷔 임박’이라는 기사가 나오는데 계속해서 미뤄지니까. 좌절도 많이 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냥 우리가 우리 음악을 만들자’는 마음을 먹었다. 숙소 옥탑방에서 맥북 하나로 마이크도 없이 곡을 만들고, 녹음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더라. 퍼포먼스 유닛의 호시는 우리가 만든 곡이나 해외 노래에 안무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회사에서도 ‘쟤들이 완성돼가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데뷔를 시켜주신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자체제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나마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사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부족한 모습만 점점 더 많이 보였다. 그래서 데뷔가 기다려지는 게 아니라 이 부분을 채우자, 저 부분을 채우자, 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 심지어 회사에 “저희 데뷔 미뤄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 민규 형 말에 약간 덧붙이자면, 연습생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가수가 된다는 게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다 보니까 내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 그 점에서 데뷔 전에 공연을 해봤다는 건 중요한 경험이었다. 만약 데뷔 무대가 첫 공개무대였다면, 나는 그만큼의 실력 발휘도 할 수 없었을 거다. 연습실에서 했던 유스트림 방송도 본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데뷔 무대를 치르고 난 후엔 기분이 어떻던가.
에스쿱스
: 아무도 울진 않았다. 끝나자마자 모니터링을 하기 바빴고, 다음 무대 생각을 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 데뷔 때보다는 그 직전에 MBC MUSIC [세븐틴 프로젝트 – 데뷔 대작전]에서 미션 무대를 할 때 멤버들이 많이 울었다. 관객을 천 명 모아야 했는데 객석을 봐도 사람이 다 찬 건지 안 찬 건지 모르겠고, 스태프분들도 “아 어떡하냐?” 하면서 실패한 것처럼 연기를 하셨던 거다. 대표님도 우리한테서 뺏었던 반지를 돌려주시지 않을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뒤돌아보니 부모님들이 커튼 뒤에 서 계시더라. 그때 다들 눈물을 쏟았다.
스쿱스: 원우랑 버논, 나는 안 울었다. 민규는 오열했고.
민규: 정말 신기한 게, 나는 눈물이 많이 없는 편이다. 감동받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울음이 터지진 않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안 참아지더라.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 어, 지금도 울먹거리는 것 같은데?
: (표정 관리를 하며) 아닌데?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고 지금은 앨범 활동이 종료됐는데도 팬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에스쿱스
: 음악방송 무대 위에 있을 때 응원 소리가 초반보다 많이 커진 걸 들으면서 실감했다. 마지막 방송 전 주에 SBS [인기가요]에서 사전녹화를 했는데, 250명 정도가 몰려서 스튜디오 앞뒤가 가득 찼다. 팬분들이 200명 가까이 와주신 건 처음이라 정말 놀랐다.
: 나는 리허설을 할 때, 스탠딩 구역 쪽에 계신 분들은 우리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길래 ‘아, 다음 차례에 사전녹화 하는 팀의 팬분들이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매니저 누나가 다 우리 팬이었다고 말하더라.
: [인기가요] PD님도 “너희 팬이 너무 많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진짜 좋았다.
: 음악방송을 하면 할수록 팬분들이 늘어나니까 무대도 더 신나게 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힘이 빠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대에 서기 전에는 다 같이 기합도 넣나.
에스쿱스
: 항상 파이팅을 외친다. 열세 명이 동그랗게 모여서 반지 낀 손을 맞대고 “하나, 둘, 셋, 파이팅!” 하고 무대에 올라간다. 특히 호시가 창피할 정도로 갑자기 “세븐틴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웃음)
: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이름까지 붙여서, 예를 들면 “[인기가요] 파이팅!” 그런 식이다. 신인들은 눈치 본다고 그렇게 잘 못 하는데, 호시가 질러버리니까 PD님들도 귀엽다고 엄청 좋아하신다.
: 내 생각에는 열세 명이 있어서 그런 기합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멤버가 딱 세 명인데 한 명이 선창을 하고 따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못 하지 싶다. 열 세 명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에너지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멤버가 워낙 많아서 활동 중에는 무대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원우
: 방송도 물론 재미있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 대기실이 훨씬 재미있다. 정말 조용하지가 않다. 게임도 하고, 잡담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매일매일 수학여행 온 기분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우리가 하루 종일 붙어 있긴 하지만 얘기라는 건 끝이 없더라.
: 이쪽에서 얘기를 하고 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저쪽에 가서 얘기를 하면 또 새로운 게 나온다. 멤버가 많으니까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거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자꾸 산으로 가는데 그게 또 재밌다.
에스쿱스: 이럴 때는 리더지만 나 역시 제어가 안 된다. 그래서 매니저 형이 항상 우리를 자제시키는 편이다. 같이 대기실을 쓰는 다른 팀한테 폐가 될 수 있으니까.
: 눈치가 보여서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살짝 고개를 돌려봤더니 그분들도 같이 웃고 계셔서 약간 안심했다.
: 죄송하다는 마음보다는 민망하다는 느낌? (웃음) 한번은 대기실에서 한 명씩 개인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다른 팀 분들이 우리를 보고 갑자기 웃으시더라.

그때 연마한 개인기는 뭔가.
에스쿱스
: 사실… 힙합팀은 개인기가 정말 없다.
: 내 경우엔 개인기를 하라면 할 수는 있는데, 방송에서 한 번 했다가 내 이미지랑 맞지 않는다고 회사에서 금지를 시키셨다. 최민수 선배님 성대모사였는데 멤버들이나 다른 스태프 분들이 “별로 안 비슷해도 네가 이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라면서 자신 있게 해보라고 권해주시는 거다. 그렇게 라디오에서 SBS “[모래시계]의 최민수 씨입니다”하고 개인기를 보여드리게 됐다. 스튜디오 창 바깥쪽에 팬분들이 계셨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 나는 개그에 욕심이 있어서 멤버들 웃기는 걸 좋아하는데, 다들 각박하게 일부러 안 웃어준다.
스쿱스: 하, 재미가 없어. 안 웃겨. (웃음) 이 친구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온다. 한번은 까치가 날아가는 걸 보고 “오, 까치다” 했더니 “내가 오늘 까칠한 이유는 까치 때문이야” 그러더라. 이런 개그를 계속 친다.
: 내가 그랬었나?
에스쿱스: 부끄럽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휴식을 즐기는 것보다 하루빨리 활동을 하고 싶겠다.
에스쿱스
: 그래서 우지를 괴롭히기도 한다. “빨리 곡 줘!” 이러면서 작업실 문을 닫고 못 나오게 하는 거지. 아마 다른 멤버들 마음도 다 똑같을 거다.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분들이 우리를 좋아해주시기 때문에 절대로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

글. 황효진
아트디렉터. 정명희
사진. 이진혁(KoiWorks)
스타일리스트. 박지영, 김지영(자이언트)
헤어. 남현, 윤미, 경희(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선혜, 도이, 혜선(제니하우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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