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암살]로 보는 전지현 콜렉-숀

2015.08.10
영화 [암살]은 마치 전지현에게 다양한 옷을 입히기 위해 만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 작품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전지현이 독립군과 친일파 집안의 딸이라는 1인 2역을 맡으며 소화하는 1930년대의 다양한 의상들은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전지현이 안경을 끼고, 가터벨트를 착용하며, 롱코트나 웨딩드레스를 입는 모습은 하나하나 그대로 포스터로 만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리고 전지현의 이런 다양한 모습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던 [베를린],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었던 [도둑들] 등 지난 십수 년간 그가 관객들에게 보여줬던 이미지를 총집결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암살] 속 전지현의 코스튬과 액세서리를 보는 것은 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지현의 필모그래피이기도 하다. 롱코트와 웨딩드레스, 또는 안경으로부터 다시 읽어내는 전지현에 대하여.


롱코트
전지현이 화려한 모습으로 나왔던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나 [데이지]에서는 대충 묶은 것 같은 헤어스타일과 무채색의 의상으로 등장했다. [암살]에서도 “여기서 나가서 커피라는 것도 마셔보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다”고 말하며 화장도 하지 않고 단벌로 연명하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을 연기했다. 하지만 전지현이 이런 설정에서도 볼품없기는커녕 수수하지만 멋진 느낌을 내는 것은 그의 큰 키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긴 롱코트가 큰 역할을 한다. [베를린]에서 입었던 긴 트렌치코트가 무게감 덕분에 련정희를 그저 나약하게 보호받는 인물로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것처럼, 전지현이 입는 긴 코트는 그의 장신과 함께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스카프
안옥윤은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첫 만남 때 줬던 스카프를 상당 시간 두르고 나온다. 이것은 하와이 피스톨과의 감정적 교류를 보여주는 동시에 처음 마셔보는 커피의 쓴맛에 인상을 찌푸리던 안옥윤이 부릴 수 있었던 유일한 멋이기도 했다. [암살]의 스카프는 옷과 대비되기보다는 특별한 무늬 없이 어울림이 좋은 색상으로 되어 있고, 이는 수수한 의상을 입어야 했던 안옥윤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반면 전지현은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연기할 때 한눈에 들어오는 베이비 캣 스카프를 둘렀는데, 그만큼 다양한 아이템을 모두 잘 소화하는 분위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가터벨트
미츠코 대신 결혼식장에 입장한 안옥윤은 타깃을 암살하기 위해 가터벨트를 건 홀스터로 탈바꿈했다. 원래 가터벨트는 섹시함의 상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아이템 중 하나. 그러나 순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웨딩드레스 안에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그것이 사실은 암살을 위한 도구임을 드러내며 저격수 안옥윤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물론 이런 이유 이전에 전지현이 두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전지현은 평소 탄탄한 다리가 자주 화제에 오르기도 했는데, [암살]에서는 가터벨트를 통해 이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도둑들]에서도 핏되는 짧은 원피스로 다리를 드러내며 “줄 타는 아이”라는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코트+모피
전지현은 안옥윤이 아닌 미츠코로 등장할 때 대체로 화려한 옷을 입고 나온다. 핫핑크 코트에 모피를 두르거나, 챙이 있는 카플린을 쓰며 부유한 여성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미츠코가 처음으로 안옥윤의 존재를 알게 된 미츠코시 백화점 장면에서 입었던 민트색 롱코트는 색감 때문에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당시 경성에서 유행했던 종 모양의 클로쉐를 쓰고 손에는 클러치를 들었다. 이전 작품들 중 가장 화려했던 패션을 보였던 것은 역시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안경
공개된 졸업사진에 따르면 전지현은 학창 시절 안경을 썼지만, 연기를 시작한 후 안경을 쓴 것은 [암살]이 최초다. 안옥윤은 타깃을 향해 정확하게 총을 쏘기 위해 반드시 안경을 써야 했고,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새로 맞추기 전까지는 한쪽이 깨진 상태였다. 뛰어난 저격수지만 시력이 좋지 않다는 설정을 통해 안경을 쓰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고, [암살]이 전지현에게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도록 했다는 근거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친일파 집안에서 풍요롭게 자란 미츠코를 연기할 때는 안경을 쓰지 않고 화려하게 등장하는데, 안경을 쓴 안옥윤과 더욱 대비되는 효과를 준다.

베레모
전지현은 오랫동안 긴 생머리의 아이콘으로 여겨졌기 때문인지 작품에서 모자를 착용한 적이 거의 없다. [도둑들]에서 작전을 펼칠 때 팀복의 하나로 군모를 맞춰 쓰거나 경찰로 등장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정모를 착용한 정도다. 하지만 [암살]에서는 자줏빛 베레모와 빵모자 등을 쓰는데, 두상이 동글동글하고 얼굴이 갸름해 무엇을 쓰든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긴 머리 때문에 잘 안 쓸 뿐, 뭘 써도 어울리는 외모라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

웨딩드레스
[암살]에서 전지현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총을 쓰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딩드레스를 멋지게 소화하는 동시에 활동적인 저격수의 액션을 소화하는 전지현의 모습은 [도둑들] 이후 그가 보여주기 시작한 새로운 매력이라 할 만하다. [암살]의 배경인 1930년대는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아시아에 막 도입됐던 시기로, 전지현의 웨딩드레스는 그만큼 그 시절 웨딩드레스를 확인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반면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가 도민준(김수현)과의 결혼을 꿈꾸며 웨딩숍에서 입은 웨딩드레스는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의 작품으로, 당시 최신의 유행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두 웨딩드레스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전지현은 세상의 모든 웨딩드레스가 다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글. 임수연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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