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샤이니로 열어 젖힌 상상극장

2015.08.10

언제부턴가 샤이니의 앨범 커버에서는 멤버들의 얼굴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네 번째 미니앨범 [Sherlock]에서 이들은 멤버들의 손 사진을 사용했고, 3개의 파트로 구성된 3집 앨범의 커버들은 난해한 그림이었다. 휴양지의 무드를 담아낸 4집 [Odd]는 아예 시원하고 청량한 수영장의 이미지 자체를 커버로 만들기도 했다. 예쁘고 화사하게, 혹은 멋지게 꾸며지는 것만이 아이돌의 미덕이라고 여겨질 때 샤이니는 보다 복잡하고 파격적인 콘셉트를 앞서서 시도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앨범 커버는 점점 더 그룹이 보여줄 이야기들의 가장 최종적인 한 줄 요약처럼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 발표된 4집의 리패키지 앨범 [Married To The Music]의 커버는 젤리들과 뒤섞인 누군가의 눈, 코, 입을 찍은 사진이다. 일부 팬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대중들은 흥미와 호기심을 표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샤이니가 취하고 있는 태도의 한 줄 요약이다.

‘Married To The Music’의 뮤직비디오는 알쏭달쏭했던 앨범 커버의 해설본처럼 기능한다. 호러의 장치들과 코믹한 연출이 뒤섞인 가운데 멤버들은 순서대로 목이 잘리고, 코가 베이고, 눈이 빠진다. 말로 설명하자면 끔찍한 상황이지만 뮤직비디오 속의 풍경은 화려하고 즐거운 파티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와중에 잘린 눈, 코, 입은 케이크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그것은 곧 샤이니를 통해 자극되는 감각들이 파티의 재료임을 상징한다. 그리고 신체가 훼손된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제외한다면, 사실 ‘Married To The Music’의 뮤직비디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지향했던 전작 ‘View’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흑백으로 시작했던 영상은 독특한 색감으로 바뀌며, 미지의 공간으로 초대된 멤버들은 파티와 몸싸움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들을 불러들인 소녀의 방에는 사진으로 스크랩된 샤이니의 순간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예 새로운 다음 앨범이 아니라 ‘리패키지’라는 점에서 두 개의 뮤직비디오가 갖는 연관성은 더욱 신빙성을 얻는다. 말하자면 호러는 샤이니에게 또 다른 그림이 아니라 이미 제시한 풍경의 바로 뒷면, 그림자인 셈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콘셉트를 소화하고, 그 둘 사이에는 은밀한 연결 고리가 숨겨져 있다. 하나의 노래 안에서 완결되는 완성도만큼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서사 역시 단단하고 풍부한 내용을 가진다. 샤이니에 관련해서 멤버들의 역량만큼이나 이들을 계획하고 리드하는 제작자의 안목이 호평을 받는 이유다. 특히 무대와 의상, 사진과 비디오를 통합해 일관된 감수성을 총괄하는 비주얼 디렉터의 역할은 최근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아이돌들에게서 유난히 중요한 요소다. 샤이니가 예민하고 치밀한 날을 세우면서도 화려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소년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안 f(x)는 예쁘지만 말 걸기 어려운 미스테리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초능력이라는 세계관에 현실적인 터치를 꾸준히 가미하는 EXO와 이국적인 동시에 친근한 일종의 아이러니를 구현하는 레드벨벳까지, SM이 제시하는 팀들은 단순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섬세한 스토리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복잡한 이야기들은 구구절절한 문장이 아니라 티저 사진과 뮤직비디오, 앨범의 아트워크에서 집약적으로 표현된다. 덕분에 각 그룹들은 각자가 상징하는 영역을 손쉽게 획득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대신 각인 시킬 수 있게 되었다. SM 소속 팀들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와 유사한 이미지로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야기를 대신하고 태도를 전달함으로써 비주얼은 노래나 안무만큼의 영역을 담당한다. 이제 스타일과 콘셉트 없이 아이돌의 ‘아트’를 완성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스라하고 모호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비주얼 디렉팅의 영역이 보여지는 것처럼 마냥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나 몽환적인 아트 필름으로 감각적인 공감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꼼꼼하게 자료들을 모아야 이해할 수 있는 패스코드로 팬덤의 집중을 모으는 것 역시 이들의 역할이다. ‘Married To The Music’의 뮤직비디오는 노래 자체의 느낌보다는 레트로한 분위기와 레퍼런스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틴에이지 슬래셔와 [록키 호러 픽쳐쇼], 뱀파이어와 유령신부가 콜라주처럼 혼재되어 있는 비디오는 어쩌면 만든이의 취향과 상상력으로 구축된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토하는 쿠키를 먹은 종현은 색종이를 뿜고, 꽃가루가 날리는 공간에서 샤이니는 정교하게 안무를 맞춘다. 키가 안내한 마지막 방에서 무대에서처럼 춤추는 샤이니가 등장하며 ‘음악과 사랑에 빠진 소년들’이라는 노래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강조하기까지 한다. 아이돌이지만 기괴하고 오싹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먼 예술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나도, 결국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에 말뚝을 박고 있다. 지금의 샤이니가, SM의 비주얼 디렉팅이 가장 예술적으로 해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길을 개척하는 일이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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