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키, 날 보러 와요

2015.08.10

샤이니의 신곡 ‘Married To The Music’ 뮤직비디오에서 키는 첫 번째 타깃이다. 기괴한 저택에 들어가 수상한 음료를 대접받고 흥겨운 파티를 즐기던 중,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룰렛에 매달려 갑자기 날아온 칼에 목이 뎅겅! 깜짝 놀란 관객이 벌어진 입을 다물 새도 없이, 칼날 위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와 레몬 같은 절단면을 드러내고 뒹굴던 키의 머리통은 발에 채여 날아가면서도 태연히 노래한다. 뮤직비디오 속 신부 ‘Music’이 종현의 입과 온유의 코, 태민의 눈, 그리고 민호의 몸을 빼앗기 전 제일 먼저 욕심낸 것이 키의 머리라는 점은 적절한 은유로 보인다. 데뷔 8년 차의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이나 미모만이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연출하느냐다. 키는, 판타지 월드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현실로 걸어 나오면 야무지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주변을 챙기고 자신을 꾸밀 것 같은 남자아이다. 

아이돌 그룹에서 분명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편리한 일이다. 그러나 리더도, 막내도, 리드 보컬도, 대표 미남도 아닌 멤버라면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남보다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처음 키에게 주어진 이름은 ‘만능열쇠’였다. 춤, 노래, 랩 등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무엇을 제일 잘 한다고 내세우기엔 조금 애매한. 하지만 열다섯 살 때부터 주말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몇 번이나 혼자 울면서도 연습생 시절을 버텨내고, 외로운 나머지 차라리 일을 많이 하는 게 편했다고 말하는 이 의지의 아이돌은 시간이 흐르면서 샤이니의 멤버로서만이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스타로서도 가지를 뻗었다. 


무대 밖에도 많은 길이 있는 시대에, 전문가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는 자신의 콘텐츠가 된다. 지금까지 남자 아이돌로는 유일하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키는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감고 무대용 메이크업을 지운 뒤 팩을 붙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피부 관리 팁에 대해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좁은 어깨를 보완하기 위한 티셔츠 리폼과 반려견 돌보는 방법까지, 자신의 일상을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까지 연결하는 것은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꾸준한 시간과 관심을 투입해온 결과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라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는 대신 맛있는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며 얻은 요리에 대한 지식은 올리브 [주문을 걸어] 등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 키가 제 몫을 하는 바탕이 된다. 네이버 TV캐스트 [키스 노하우]는 아예 뷰티, 패션, 요리, 쇼핑 등 키의 관심사와 일상을 ‘추천 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이 어필하고 싶은 지점을 이슈로 만드는 것은 소속사의 능력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디즈니 채널 [미키마우스 클럽]에 출연한 키는 소속사 연습생들에게 ‘공항 패션’에 대해 가르쳤다. 가수로서 몇 년간의 활동보다 공항을 한 번 걷는 모습이 뉴스에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창구로 공항을 택했다는 그는 ‘워스트 패션’으로 놀림받았을 때를 회상하며 “가장 후회하면서도, 검색창 메인에 제일 오래 사진이 걸렸기 때문에 이렇게 입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튀는 것을 선택하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즐긴다. 스케줄이 없을 때도 메이크업하는 것을 좋아하고, 방송에서 자신을 ‘키범이’라 칭하면서도 머쓱해하지 않는 스물다섯 살의 남자는 그 모습 그대로 커리어를 쌓아나간다. 자신을 성실히 들여다보고, 조금씩 갈고 닦아 남들에게 보여주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고 즐긴다는 건 분명 또 하나의 재능이다. 멤버들과 함께한 바르셀로나 여행기 [태양의 아이들]에서 키는 말했다. “온 세상의 문들이 다 거울로 되어 있으면 좋겠어. 걸으면서도 내 모습을 수시로 체크해볼 수 있잖아.” 엉뚱하지만 상상마저 일관성 있는 태도, 키의 진짜 노하우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글. 최지은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SNS와 여성 연예인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