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가 모르는 니키 미나즈의 삶

2015.08.06

테일러 스위프트의 뮤직비디오 ‘Bad Blood’는 지난 7월 21일 발표된 MTV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비디오’를 포함, 9개 부문 후보가 됐다. 니키 미나즈 역시 ‘Anaconda’로 ‘여성 비디오’와 ‘힙합 비디오’ 부문에 올랐지만, ‘올해의 비디오’ 후보는 아니었다. 그리고 니키 미나즈는 “만약 당신의 비디오가 날씬한 몸매의 여성을 찬양한다면, 올해의 비디오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트윗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외에 에드 시런,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 켄드릭 라마, 비욘세 등 ‘올해의 비디오’ 후보들을 생각하면 이 트윗은 모델, 가수 등 여성 카메오가 다수 출연하는 ‘Bad Blood’를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역시 트윗으로 “당신답지 않게 여성을 다른 여성의 적으로 돌리지 말아요. 아마 남자 중 한 명이 당신 자리를 차지했겠죠”라는 입장을 밝혔다.

니키 미나즈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겨냥한 말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이 사건에 케이티 페리가 끼어들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케이티 페리는 ‘Bad Blood’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디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나 니키 미나즈를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를 이용해 다른 여자를 쓰러뜨리려던 사람이 다른 사안에서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는 뉘앙스의 트윗을 올렸다. 덕분에 이 문제는 인기 스타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그것은 니키 미나즈의 의도와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었다.


“내가 다른 ‘종류’의 아티스트였다면, ‘Anaconda’는 올해의 비디오 후보가 됐을 겁니다. ‘다른’ 여성이 비디오를 발표하고, 신기록을 세우고, 대중문화에 충격을 주었다면 후보가 되었겠죠. 흑인 여성들은 대중문화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그녀의 핵심을 짚지 못한다는 언급에 대해) 그들은 핵심을 놓치지 않아요. 그들은 단지 핵심을 무색하게 만들죠. 오래된 트릭입니다. 내가 말한 건 테일러와 아무 상관 없어요. 이렇게 된 건 백인 언론과 그들의 전략 때문이죠. 슬픈 일입니다.”

문제의 트윗 직후 니키 미나즈가 올린 트윗은 그가 흑인이자 여성으로 부딪치는 이중의 차별을 언급한다. ‘다른 종류’는 당연히 백인 또는 백인 여성 아티스트다. 흑인 음악이 아무리 대중적으로 득세하더라도, 음악 산업에 내재한 인종주의가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트윗까지 더하면, 그의 발언은 테일러 스위프트 개인이 아니라 흑인 아티스트의 음악에서 막대한 이득을 창출하면서도 적절한 보상을 주지 않는 음악 산업을 비판하는 의미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트윗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혹은 자신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를 방어할 필요가 없는 일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케이티 페리 역시 자신의 적이 보여준 모순을 간파하는 날카로움을 스스로 원할 때만 발휘했다.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내가 수상하면, 같이 무대에 올라가자! 내가 오르는 무대 어디나 너를 초대할거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혼 없는 언사임은 물론이고, 자신을 변호할 때와 그것에서 빠져나올 때 모두 ‘착한 소녀’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에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태도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요컨대 ‘나는 모든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모호한 태도로 자신에게 상업적 도움을 주는 차별적 미디어와 공생관계를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 미디어들은 다시 한 번 니키 미나즈의 문제 제기를 여성 아티스트들의 알력 정도로 격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 상황은 ‘Anaconda’라는 노래와 그 비디오가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 ‘Anaconda’는 ‘흑인 여성성’이라는 주제 아래 논란을 일으킨 성적 표현을 담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나, 결국은 이상하고 야한 비디오 정도로 소비되었다. 하지만 니키 미나즈의 문제제기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 노래의 의도를 이해하고, 대중적 반응을 위해 계산된 비디오의 가치를 언급했다. 이제 이들은 이 비디오가 적절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Blurred Line’이나 ‘Wrecking Ball’, 그리고 ‘Anaconda’가 무엇이 다르길래 서로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니키 미나즈는 자신의 메시지를 세상에 남겼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자기애보다 오래 버틸 것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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