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미치게 하는 [덴마]

2015.07.31

“얼마만의 고향인가.” 무려 휴재 1년 만에 연재를 재개한 웹툰 [덴마]에서 극 중 캐릭터인 하데스는 마치 작가 양영순의 심경을 대변하듯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오랜만의 복귀에 대해 과거 웬만한 마감 지연에도 작품 속 종교집단 태모신교의 인사말인 ‘믓시엘’(일종의 아멘)을 외치던 [덴마]의 독자들은 작가에게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별점은 [돌아온 럭키짱] 수준인 3점대로 폭락했고, ‘솔직히 작가의 말에 사과 한마디는 있을 줄 알았다’는 댓글이 독자 여론을 이끌었다. 그리고 [덴마]가 연재를 재개한 지 3주, 별점은 8점대로 올랐으며, ‘다들 작가는 싫은데 작품은 좋아서 자아분열 중’이던 댓글 창에선 ‘됐어 난 이제 양 작가에 대한 분노를 유지할 수가 없다. 내 별점은 10점이다’라는 댓글이 추천 수 2만을 넘겼다. 마치 회사는 미워도 우리 오빠는 미워할 수 없는 아이돌 팬덤처럼, 양영순 작가의 무책임함에 분노하던 독자들은 단 3주치 [덴마]에 마음을 열어버렸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아마 [덴마]를 보지 않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궁금해할 법한 장면이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을 그대로 딴 제목, 임팩트 없는 썸네일, 심지어 정주행 하기에 부담스러운 전체 분량, 동글동글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까지, 대체 어떤 입구로 ‘입덕’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작품에 대해 왜 저 독자 무리는 격렬한 애증을 쏟아내는가. 단순해 보이는 [덴마]의 그림체가 사실 양영순의 엄청난 데생 능력을 바탕으로 한 데포르메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 질문은 타당하다. 하지만 [덴마]의 팬덤은 이처럼 만만해 보이는 작품 안에서 차곡차곡 이야기가 쌓여 거대한 이야기의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격한 이들의 경험 공동체에 가깝다. 단순히 직접 보지 않으면 [덴마]의 위대함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에 대한 감정은 텍스트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텍스트를 둘러싼 경험까지 포함한다.

사실 [덴마] 연재 초기 독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전작 [플루타크 영웅전]을 연재 중단하면서 양영순에 대한 독자의 신뢰는 크게 떨어져 있었다. 그에 반해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 우주 택배기사 일을 하는 퀑(작품 속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들) 덴마의 이야기는 그의 전작들처럼 눈길을 확 잡아끌 만한 설정은 아니었으며, 덴마가 배달을 갔다가 배송지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에피소드 구성은 흡입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사보이 가알’ 편에서 덴마의 일행으로 인기 캐릭터가 된 이델의 과거사를 그린 ‘식스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중장편이 될 만한 청춘 러브스토리였으며, 택배회사의 배후에 있는 태모신교 집단에 대한 다양한 복선은 이야기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했다. 특히 [신의 탑]이나 [나이트런] 같은 작품들이 어느 순간부터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에 녹여내지 못하는 것과 달리, 각 에피소드 종료 후 짧게 외전처럼 진행되는 [덴마]의 추가 편집 소품들은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각각의 사연을 비춰주며 이야기의 빈틈을 자연스럽게 메웠다. 이후 이 세계관의 시작과 박진감 넘치는 퀑 전투를 담은 ‘a catnap’ 에피소드에 이르러 독자들은 직감했다. [덴마]는 양영순의 작품 중 최고작이 될 것이라는 걸. 물론 제대로 완결이 된다는 전제 아래.
 
[덴마]와 양영순 작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은 이러한 기대와 불안감 사이에 존재한다. 변명의 여지 없는 연재 중단이었던 [플루타크 영웅전]뿐 아니라, [삼반이조] 역시 불충분한 설명으로 급하게 완결됐으며, [협객전]의 결말은 [플루타크 영웅전]보다 못할 정도로 무책임했다. 이러한 작가의 과오와 작품의 스케일은, 역시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엄청난 반향을 이끌었지만 이후 설정 놀음에 매몰되어 연재 중단과 리부트를 반복 중인 일본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덴마]를 보는 게 힘겨운 건 그래서다. 작품이 재밌어질수록, 확장된 이야기의 수습에 대한 걱정 역시 커진다. 불안함과 간절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만만하게 시작했던 작품이 꼭 결말을 봐야 할 작품이 되는 건 감동적이라기보다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건 화나지만, 작품을 포기하면 공허해진다. 양영순 작가가 미운 건, 단순히 지각이 잦아서가 아니라 늦은 업데이트 속에서 끝내주는 장면들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덴마]를 보는 건, 지긋지긋한 연애에 가깝다. 1년 동안 아무 연락도 없다가 문득 나타난 이를 만나는 감정. 사과 한마디 없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대상이란 얼마나 저주스러운가. 많은 ‘덕후’들이 사랑하는 대상을 영업하기 위해 애쓰지만, [덴마]의 팬들은 굳이 작품의 장점을 설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덴마]의 독자가 된다는 것을 온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 힘겨운 관계는 남에게 쉽게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하여 여전히 [덴마]의 독자들은 작품이 온전히 완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것만이 이 지긋지긋한 관계의 고리를 끊어내는 가장 완벽한 결말일 테니.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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