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의 사이먼 페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

2015.07.30

상품 설명
때로 표정은 생김새를 앞지르기도 한다. 혹시 과학 영재 출신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또렷한 눈매에 다람쥐처럼 귀여운 하관을 가졌지만 누구라도 사이먼 페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단번에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그의 안면근육은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겁먹거나 억울한 기운을 눈썹에 담고, 종종 심술궂어 보이는 미소를 띠운다. 하지만 연약하거나 신경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조금 부풀린 감정으로 표현하지만, 사이먼 페그의 연기가 지향하는 것은 대부분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는 스스로 우악스럽거나 기상천외하기보다는 이상한 존재들을 곧잘 발견하고 금세 가까워지는 것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타입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좀비들과 마주치고, [뜨거운 녀석들]에서 비밀스러운 마을을 찾아가고, [황당한 외계인: 폴]에서 외계인을 만나는 동안 사이먼 페그가 최선을 다해 보여준 것은 기묘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이먼 페그가 그동안 거쳐 온 캐릭터들은 쉽게 한 명의 남자로 요약된다. 작고 말이 많은 남자, 잘 투덜대지만 사실은 상식적인 사람, 코를 찡긋거리고 눈을 크게 뜨는 배우. 사이먼 페그 말이다.

그런 사이먼 페그가 블록버스터의 세계에 소환되고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앞뒤가 잘 들어맞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새침한 혼혈 외계인과 다혈질의 지구인이 힘을 모아 우주선을 운항하는 [스타 트렉]이나 불사신에 가까운 비밀요원이 난공불락의 과제를 해결하고 다니는 [미션 임파서블]은 결국 이상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에 대한 시리즈다. 그리고 화려하고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의 무게를 적당히 털어내고 캐릭터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사이먼 페그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한다. 오히려 그가 직접 살짝 이상한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가려 했던 [하우 투 루즈 프렌즈]나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신통찮은 평가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사이먼 페그의 특기는 더욱 분명해 진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톰 크루즈가 직접 비행기에 매달리고, [스타 트렉 비욘드]가 더 넓은 우주를 담아내고, [앱솔루트 애니씽]이 초능력을 소재로 삼는다고 해도 사이먼 페그는 평범한 몸에 보통의 얼굴을 하고서 이야기의 허를 찔러 관객들을 웃게 만들 것이다. 특수 분장을 하고 ‘참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출연했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7]에서 조차도 어쩐지 평범하면서 귀엽고 능청스럽게 리액션을 뿜어내는 외계인이 있다면 유심히 봐 두자. 가면 밑에서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먼 페그를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성분 표시
삼총사 75%
영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기 전부터 사이먼 페그는 영국의 TV와 라디오에서 활약하는 유능한 코미디언이었다. 이 무렵 만난 감독 에드가 라이트와 코미디언 닉 프로스트와는 특히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세 사람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 [더 월즈 엔드]를 함께 만들며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세 작품은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이름을 따 ‘코르네토 삼부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세 개의 작품에는 각자 다른 맛의 코르네토 아이스크림콘이 등장한다. 본래 시리즈 이름은 ‘실리 조크’였다는 둥,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삼색 시리즈’를 의식한 것이라는 둥 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각 작품이 좀비호러, 형사 버디, SF의 장르를 재해석 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마틴 15%
어린 시절 이혼한 사이먼 페그의 아버지는 재즈 뮤지션이자 키보드 세일즈맨이었다. 그의 영향 탓인지 사이먼 페그 역시 십대 시절에는 ‘신의 세 번째 다리’라는 밴드에서 드럼과 하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크리스 마틴이 카메오로 출연하는가 하면 서로가 상대방 딸의 대부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He For She 10%
시체 도굴꾼의 이야기인 [버크 앤 헤어]에서 사이먼 페그는 로맨스에 집중하는 등 그는 종종 이상한 상황에서 여자에 눈이 멀어버리는 인물을 연기했다. 실제로 어린 시절의 사이먼 페그는 최고의 시리즈로 [버피와 뱀파이어]를, 최고의 캐릭터로 [엑스파일]의 스컬리를 꼽았으며 시고니 위버의 대단한 팬이라 대학 시절에는 그녀에게 헌정하는 시를 쓰기도 하는 등 여성을 향한 애정과 지지를 숨기지 않았다. 물론, [스타워즈]의 광팬답게 가장 좋아했던 여성 캐릭터는 레아 공주. 매일 밤 침대 옆에 둔 레아 공주의 사진에 뽀뽀를 하고서야 잠에 들었다고 한다.


취급주의
로봇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
[스타워즈] 마니아인 사이먼 페그는 영혼의 단짝 닉 프로스트와 함께 둘의 방식대로 [스타워즈]를 풀어내기도 했는데, 감히 주역에 도전하지 못하고 최첨단 기술로 로봇을 탄생시켰다. 로봇을 향한 이들의 열정은 라디오 방송에서도 드러난 바 있는데, 다프트펑크의 ‘Get Lucky’를 부르는 음성이 인간적인 로봇을 지향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만취하는 것이 당장의 희망
[더 월즈 엔드]의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주정뱅이 공상과학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답게 사이먼 페그는 음주 상태를 12단계로 분류해 연기에 섬세함을 더했다. 응용 버전으로는 만취한 론 위즐리를 연기하기도 했으니, 술 마시는 로봇 연기에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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