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4]│① 논란을 먹고 자라는 쇼

2015.07.21


이쯤 되면 ‘쇼 미 더 어그로(좋지 않은 행동으로 관심을 끄는 행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Mnet [쇼 미 더 머니 4]는 1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논란을 만들어낸다.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여성 비하적인 랩을 했고, 1회에 바지를 내린 블랙넛은 선정적인 랩과 퍼포먼스로 녹화가 중단되는 사태를 만들었다. 제작진은 이른바 ‘악마의 편집’으로 허인창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그룹 세븐틴의 버논을 실력 없는 아이돌처럼 묘사한다. 심지어 프로듀서 지코마저도 그가 피타입 같은 오랜 경력의 래퍼를 심사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쇼 미 더 머니 4]는 송민호의 가사 논란이 있던 3회에 역대 최고 시청률 3.7%(AGB닐슨 기준)를 기록했다. 전설적인 래퍼 스눕 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십 명의 래퍼들이 10분 안에 단 하나의 마이크를 붙잡고 즉석 랩을 해야 했던 미션은 [쇼 미 더 머니]가 어떤 쇼인지 보여준다. 이것은 힙합 오디션이 아니라 래퍼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살아남는 ‘개싸움’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성공하려는 이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은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고, 결국 싸움에서 살아남은 자는 스타가 된다.

“아이돌은 래퍼가 되려고 하고, 래퍼는 아이돌이 되려고 이 쇼에 출연한다.” [쇼 미 더 머니 4]의 프로듀서 타블로의 말은 이 쇼의 존재 의의를 보여준다. 아이돌 연습생인 바비는 시즌 3의 우승으로 인지도 상승은 물론 ‘랩 잘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아이돌이 아닌 래퍼 아이언은 프로그램 출연 후 CF를 찍는 스타가 됐다. 출연자들이 방송 중 발표한 곡들은 곧바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논란을 빚고 비난을 받아도 끝까지 살아남으면 그들을 심사하는 프로듀서처럼 스타가 될 수 있다. 지코, 산E, 박재범, 지누션 등 경력과 바탕이 전혀 다른 뮤지션들을 아우르는 기준은, 오직 그들이 성공했다는 점뿐이다.


출연자들도 이제 이 프로그램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주목받을 수 있다면 논란의 주인공을 자처한다. 바지라도 내리고 “우승은 송민호”라며 주목받는 출연자를 물어뜯어야 한다. “이슈는 50억 협박녀”라는 랩으로 같은 팀 멤버가 일으킨 사건을 얘기한 걸 그룹 글램의 박지연은 잠시나마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이 지점에서 슈퍼비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지난 시즌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탈락했던 그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이목을 끌고, 1:1 랩배틀에서 상대와 합을 맞추지 않은 채 “내가 씹어 먹을 거예요”라며 독한 말을 했다. 반대로 자신의 마이크를 고등학생 출연자에게 양보한 서출구는 탈락했다. 디스, 스웨그, 욕설 등이 힙합 특유의 문화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면, [쇼 미 더 머니 4]는 이 모든 것을 출연자들이 주목받는 장치로 활용한다. 그 점에서 [쇼 미 더 머니], 특히 지난 시즌의 성공 이후 어지간한 아이돌과 래퍼들이 모두 참여한 [쇼 미 더 머니 4]는 힙합 오디션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 그 자체를 서바이벌로 만든 것과 같다. 뜨면 강자가 되고, 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한 자는 곧바로 높은 자리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랩배틀을 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웃을 수 있다.

Mnet [슈퍼스타 K]는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돌이 장악한 가요 시장에서 오직 노래만 잘하는 누군가를 발굴한다는 것이 [슈퍼스타 K]가 내세우는 명분이었다. 반면 [쇼 미 더 머니 4]는 ‘대국민 오디션’을 하는 대신 스타가 되고 싶은 의지가 뚜렷한 래퍼들이 무대 안팎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쇼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 놓인 단 하나의 마이크를 잡기 위해서는 랩을 하고, 싸움을 걸고, 논란이 될 언행도 서슴없이 해야 한다. [슈퍼스타 K]가 과거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하는 지금, [쇼 미 더 머니 4]는 더욱 적나라하게 한국에서 경쟁과 엔터테인먼트의 속성을 보여준다.

[쇼 미 더 머니 4] 1회, 한 참가자는 “인맥힙합 다 때려 부술 거예요!”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리고 이 참가자는 오디션 방송분량 중 어디에도 나오지 못한 채 사라졌다. 송민호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것만으로 1회부터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 됐고, 우태운은 지코의 형이며, 버논은 [쇼 미 더 머니] 촬영 후 데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인 그룹 세븐틴의 멤버다. 피타입, 마이크로닷, 베이식 등은 과거부터 힙합신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들이다. 제작진이 “인맥힙합”을 신경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을 가진 출연자들은 다른 래퍼들에 비해 주목받기 쉽다. [쇼 미 더 머니 4]의 참가자는 총 7천 명이다. 이 중 살아남아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많아야 10~20여 명 안팎이다. 그리고, 그중 몇 자리는 이미 시작부터 주목받는 인물들로 채워진다. 그 자리를 위해 약자를 공격하고, 바지를 내리고, 때론 한심한 가사도 쓰다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엔터테인먼트라면, 맞다. ‘개싸움’이 돼버린 엔터테인먼트. 

글. 이지혜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SNS와 여성 연예인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