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의 야심 VS AOA의 실험

2015.06.29
걸 그룹 씨스타와 AOA가 돌아왔다. 둘 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댄스 음악을 바탕으로,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섹시한 이미지를 어필한다. 그러나 여전히 강자이고자 하는 씨스타와, 강자로 치고 올라가려는 AOA가 선택한 길은 조금씩 다르다. 두 팀이 추구하는 길에 대해 윤희성 [아이즈] 객원기자와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가 각각 평했다.


씨스타 ‘SHAKE IT’, 여전한 기세
‘걸 그룹 대전’이 예정된 올여름을 위해 씨스타가 내놓은 카드는 “여름입니다. 씨스타죠. 당연하잖아요”라는 것이다. 성공적이던 전작 ‘Lovin’ U’와 ‘Touch My Body’에서 이런저런 장점들을 뽑아와 새롭게 버무린 것이 올해의 ‘SHAKE IT’이다. 못갖춘마디로 치고 들어오는 멜로디가 상쾌하게 미끄러지는 것은 여전하다. 하체를 강조하는 안무와 낙관적인 분위기 등도 씨스타 여름 노래의 인감도장과도 같다.

걸 그룹의 여름 노래는 노출이 많이 허용되는 장르다. 하지만 섹스어필 경쟁이 대중에게 어떤 부담감을 주는지도 잘 알고 있는 씨스타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들의 섹스어필은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하는 자세가 가끔 민망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질감을 갖는데, 그렇기에 카메라에 엉덩이를 대고 흔들어도 윤리의식에 상처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역설적인 핑계를 제공한다. 아무튼 건강이 죄가 될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스포츠 의류 CF처럼 제작된 뮤직비디오 역시 때로 의상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듯한 감각에 의해, 섹스어필의 효과는 노리면서 그 부담감은 덜어낸다.

‘Lovin’ U’에서 하와이를 배경으로 멤버들끼리 뛰어놀던 뮤직비디오는 ‘Touch My Body’에서 댄스파티로 스케일이 커졌다. 이번에는 팬시와 키치 사이 어딘가를 오가며 ‘케이팝화’된 게토의 캠퍼스를 배경으로, 비디오는 강의실 소동, 운동부 활동, 그리고 축제로 확장된다. 경찰이 출동하니 ‘난동’이라 해야 할지도, 혹은 경찰관도 축제에 휘말리니 ‘국가적 축제’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스케일의 변화는 음악에도 반영돼 있다. 전작들이 감상적인 브리지를 사용해 듣는 이의 개인적인 몰입을 유도했다면 이번에는 청자들을 ‘선동’한다. ‘Touch My Body’에서 서로의 허리를 후려치듯 터치하는 주체가 멤버들로 한정됐다면, 이번엔 듣는 이들 모두를 향해 “나에게 흔들어 달라”(“SHAKE IT for me”)고 하는 것이다. 대단한 의미 없이 흥을 돋우는 명령형 가사는, 파티를 지배하는 댄스 앤썸의 오랜 클리셰다. “Lose your mind”, “Clap your hands” 등이 그것이다. ‘SHAKE IT’ 또한 감상자와 일대일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씨스타가 펼치는 퍼레이드 속으로 군중을 초대한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내는 곡이지만, 듣는 이에 따라 역동성이 아쉬울 수도 있겠다. 편곡도, 멜로디도, 후렴에 폭발력을 좀처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발력은 긴장의 해방에서 비롯되는 것, 숨 돌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것은 씨스타의 미덕이기도 하다. 내일이 없다는 듯 즐기는 것이 여름 축제의 정수라면, 앞뒤 살피지 않는 기세야말로 여름 노래의 화법이겠다.

씨스타는 고급스럽거나 힙한 그룹은 아니다. 소유가 악랄한 표정으로 교수의 귀에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이들이 보여주는 가장 변칙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름의 정취가 그 어떤 교양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름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걸 그룹 대전에서, 씨스타는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Lovin’ U’의 후렴에서 힘차게 골반이 돌아가던 순간 여름 노래의 왕좌에 오른 씨스타는, ‘SHAKE IT’을 통해 그 정통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 국민을 향해 “공감한다면 흔들어라”라고 말한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국민적 지지 또한 얻어내겠다는 야심이다.
글. 미묘(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AOA ‘심쿵해’, 회심의 한 수가 아닌 시험대
라크로스가 정확히 어떤 운동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곡 ‘심쿵해’를 발표한 AOA에게 라크로스 선수의 콘셉트란 이들이 기존의 섹시한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의 발랄한 분위기를 팀의 색깔에 더한다는 방향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깨를 드러낸 초아의 모습과 AOA를 응원하는 ‘덕후 응원단’이 등장하는 티저 영상들은 선뜻 하나로 묶어내기 어려울 만큼 제각각 다른 분위기를 암시했고, 그 모든 요소들이 한꺼번에 포함된 ‘심쿵해’의 뮤직비디오는 오히려 코미디의 느낌에 가까운 것이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AOA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스쿨걸이나 치어리더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체육관, 운동장, 라커룸, 교실, 식당, 복도 등 다양한 장소에 등장한다. 직접 라크로스 경기를 재연할 정도로 테마를 강조하지만, 정작 카메라가 집중하는 것은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며 비슷한 표정과 포즈를 반복하는 멤버들의 여성스럽고 연약한 모습이다. 제각각의 아이디어들이 정돈되지 못한 채 범람하면서 결국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섹시함과 귀여움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한 AOA의 정체성을 반복할 뿐이며, 결국 남는 것은 스포츠를 빌미 삼은 또 하나의 코스튬일 뿐이다.

‘심쿵해’의 노래 또한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반해 반해 버렸어요”라는 핵심 멜로디가 등장해서 후렴의 “심쿵해”로 이어지기까지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쉴 틈 없이 흥겨운 느낌을 몰아붙이고, 래퍼인 지민의 목소리뿐 아니라 남성의 목소리까지 응원단의 함성처럼 사용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규모가 큰 EDM 특유의 기운 자체를 매력 포인트로 삼은 듯 노래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한 사람이 부른 것처럼 일괄적으로 납작하게 조율해 사운드에 묻혀버리게 만든다. 덕분에 ‘심쿵해’는 멀리서 들어도 무엇을 위한 노래인지 확실해지는 대신 반복해서 듣기 어려울 정도로 피로도가 누적되는 노래의 형태를 갖게 되었다. ‘짧은 치마’와 ‘사뿐사뿐’이 능숙한 밀고 당기기를 통해 몇 개의 중요한 장면을 기억하게 만들었던 것을 떠올릴 때, ‘심쿵해’는 의아할 정도로 멤버들이 아닌 비트와 사운드에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노래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의 결이 거칠수록 AOA의 궁극적인 저력이 선명해진다는 것은 ‘심쿵해’의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섹시하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엽다고 하기에는 도발적인 태도를 취해온 AOA가 줄곧 유지해온 감수성은 도도하지 않고 적극적인 여성이 보여주는 일종의 ‘접근 가능성’이었다. 코스튬 플레이를 통해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도 유혹을 선언하는 노래를 통해 심리적인 거리를 단축시키는 이들은, 말하자면 팬덤의 기호와 취향을 치밀하게 파고든 맞춤형 걸 그룹인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남성의 행동을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아니라 직접 움직이는 플레이어를 캐릭터로 삼은 것은 일관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심쿵해’를 회심의 한 수라고 평가할 수는 없겠다. 다만, 더 멀리 가기 위해 지금 가진 엔진의 성능을 시험해본 것이라면 자체 분석은 이제 그만 끝내고 AOA의 다음 단계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은 든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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