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 “채팅 참여자를 제2의 MC라고 생각한다”

2015.06.2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박진경 PD는 1982년생으로, MBC [무한도전]을 거쳐 [마리텔]에서 첫 메인 PD가 됐다. 김태호 PD와 함께 PD 생활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그는 김태호 PD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1975년생 김태호 PD가 1990년대의 대중문화를 재해석한 ‘토토가’ 등 그 시절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박진경 PD는 [마리텔]에서 그다음 세대의 문화를 보여준다. [마리텔]에서는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 BJ가 되고, 마치 게임처럼 경쟁한다. 또한 파일럿 당시에는 만화 [20세기 소년]의 ‘친구’와 유사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고, 사용되는 CG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일명 ‘짤방’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박진경 PD는 과연 어떤 문화 속에서 자랐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직접 만난 그는 정말로 ‘21세기 소년’이었다.

[마리텔] 인터넷 생방송은 서버가 불안정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박진경
: 백종원 씨는 이번 녹화 때 동시접속자가 12만 명을 넘었다. 그건 인터넷만 하는 사람들로는 나올 수고, 고정 출연을 하면서 인기가 누적된 결과다. 방송을 보고 새로 유입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백종원의 방송이 지나치게 독주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박진경
: MBC [나는 가수다]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마리텔]에서 순위는 큰 요소가 아니다. 대신 어떤 식으로 보여줘야 흥미가 있을까 고민은 한다. 이번에 씨스타의 다솜 씨가 나와서 방송을 했는데, 인터넷 방송에서는 순위가 높지 않았어도 내밀하게 관찰해 편집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다. 방송 중 좌절하면서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독특했다.

확실히 인터넷 방송을 채팅하며 보는 것과 TV 방영분의 느낌이 서로 다르다.
박진경
: 나는 야외 버라이어티인 데다 매번 주제가 바뀌어서 편집이 정말 힘들다던 [무한도전]도 해봤다. PD 생활의 절반을 [무한도전]에 보내면서 편집에 자신 있었는데, [마리텔]은 더 힘들다. 보통집은 웃긴 장면이 있고 리액션이 있다. 재미없는 건 과감하게 버리고 재밌는 건 시간 순서를 바꿔서라도 슬쩍 넣어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마리텔]은 원소스가 다 퍼져 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으로 뽑아내면서 다섯 명의 이야기를 한 번챙기는 동시에 교차로 보여줘야 한다. 파일럿 방송에서 채팅창의 내용을 어떻게 녹이느냐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지금의 형태로 정착했다. 시청자들이 인터넷 방송보다 재미있어하는 걸 보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채팅자막 편집이 재미에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박진경
: 기획 단계에서 딴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 채팅이라 생각했다. 인터넷 방송을 할 플랫폼을 고민할 때도 이런 점이 고려됐다. 네이버는 파워가 더 셌지만 댓글을 다는 시스템이었고, 다음은 채팅창이 있었다. 채팅은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처음 파일럿 시사를 했을 때에 부장님들이 재밌어하셨던 부분이기도 했고. 물론, 채팅 읽는 걸 버거워하셨지만, 재밌는 글귀는 눈에 들어온다고 하시더라. [마리텔]을 공동 연출하는 이재석 PD는 채팅 참여자가 패널 역할도 하면서 완전히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제2의 MC처럼 행동하길 바랐다.

네티즌의 참여를 녹이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에 안착한 경우는 드물었다. 모험일 수도 있었을 텐데.
박진경
: 기획안을 제출할 때, 한창 관찰 예능이 유행했고 요리 방송이 막 뜨려는 시점이어서 다른 기획안 중에 그런 종류가 많았다. 기획안이 통과되려면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하니까 ‘안 해본 걸 하자’고 해서 인터넷 문화를 공중파로 가져와야겠다 생각했다. [LOL]처럼 5:5로 팀을 나눠서 공격을 하는 기획안도 생각했었다. 그중 [마리텔]은 실현될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기획안을 써내려갔다. 초반엔 공격권 같은 아이템 요소도 있었다. 사실 인터넷 하는 사람들을 잡겠다고 대놓고 생각하고 기획했다. 타 프로그램은 정말 화제가 돼봤자 일주일에 한 번이라면, 우린 방송 녹화도 실시간으로 공개를 해버린다. 이게 다른 프로에 비해 유리한 점이다.

BJ끼리 대결을 하니 게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유리는 NPC(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캐릭터로, 게임세계의 존재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같더라. 
박진경
: 사실 서유리 씨는 전부터 [LOL]에 친구등록이 돼 있었고, 게임도 했었던 사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적당히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밖에 ‘주인님’이라든가 이런 요소들이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상파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그걸 전면적으로 내세우긴 어렵다. 조연출한테도 항상 “우리끼리만 아는 건 아무리 재미있어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이 봤을 때 재미있다면 더 좋다.

신수지, 샤이니의 키, 홍석천이 출연할 때는 게임 [하스스톤]의 카드를 이용해서 소개했다.
박진경
: [하스스톤]이란 게임에선 그 카드 조합을 하면 되게 어처구니없이 역전을 당한다. 내가 마침 자막을 넣을 때 [하스스톤]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짜증 나서 그렇게 했다. (웃음) 나뿐만 아니라 조연출 중에도 인터넷, 게임, 만화 좋아하는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했고.

게임을 좋아하나.
박진경
: 거의 중독이다. (웃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후배가 날 그려준 건데, 편집실에서 게임 하는 모습이다. PC게임은 초등학교 때부터 했고, 콘솔, 온라인, 휴대용게임기 모두 좋아한다. 내가 고교생이던 1998년에 [스타크래프트]가 나왔고, 그때는 PC방에서 살았다. 어머니가 나를 걱정하셔서 컴퓨터를 거실로 빼놓았는데, 밤중에 몰래 기어 나와서 컴퓨터 본체에 이불을 덮고 하다 걸려서 베란다로 쫓겨나고. (웃음) 얼마 전에 어머니가 “그렇게 게임을 하더니 게임 같은 걸 만들어서 성공했구나”라고 하시더라. 내가 열중하는 게 딱 두 가지인데, 게임이 방문 걸어 잠그고 하는 취미라면 음악은 밖으로 내세울 만한 관심사다.

음악은 어떤 걸 좋아하나.
박진경
: 가리지 않지만 주 전공이라면 메탈이다. 집에서 틀어놓으면 쫓겨나는, 악마가 나오는 뭐 그런 거. (웃) 사실 음악 듣고 게임 하느라 TV에는 관심이 없었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방송국에 들어갈 준비를 안 하다가 어쩌다 들어갔다. (웃음) 전공 교수님께 “MBC PD에 합격했다”고 하니까, 교수님이 “너 그런 데에 관심 있었니?” 하시는 거다. 공대 출신이 PD가 되는 게 드문 케이스이긴 하다.

왜 PD가 됐나. (웃음)
박진경
: 2007년에 메탈리카 공연 실황이 MBC를 통해서 나왔다. 밤중에 보고 있다가 ‘저런 것도 방송국에서 하는구나’ 싶었다. 그때 마침 ‘신입사원 모집’ 자막이 나왔고, 그걸 보고 지원했다. 사실 대학 졸업 전까지도 꿈이 없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막연히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그렇지만 뮤직비디오를 모으는 취미도 있었고, 90년대 이후 외국 공연의 실황 테이프도 많이 모았다. 그래서 영상 쪽 감각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음악 잡지에 앨범 리뷰를 쓴 적도 있었고. 붙고 나서 보니 내가 PD에게 필요한 것들을 은근히 하고 있었던 거다. 예능과는 크게 맞지 않는 거지만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공채시험은 필기도 있지 않나. (웃음)
박진경
: 운이 좋았다. 내가 시험을 보던 해에 일반상식이라는, 신문을 많이 봐야 아는 문제가 없어지고 영상이나 문화산업에 전반적으로 관심 있는 사람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가 시험에 나왔다. 또, 필기시험 주제가 뮤직비디오 콘티여서 별 어려움 없이 써내려갔다.

TV를 거의 보지 않은 사람이 PD가 되었는데, 방송국에 들어와서 어려움은 없었나.
박진경
: [무한도전]을 할 때 김태호 PD를 보며 놀란 게, 바쁜 와중에도 대중문화를 계속 접한다. 화제가 되는 영화, 드라마도 다 본다. 끊임없이 타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게 놀라웠다. 난 공대 출신인데, TV도 안 보고 입사했는데 PD가 자막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웃음) 처음 들어와서 김태호, 조욱형 PD에게 배운 게 방송의 전부다. 그게 아니었으면 회사생활 전체가 험난했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시간 나면 컴퓨터 하고, 음악 듣고, 게임 하면서도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입장에 서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메인 PD도 굉장히 이른 나이에 된 것 아닌가.
박진경
: 연차가 높은 선배들도 이미 있는 프로그램을 교체해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나는 설특집 파일럿 기획안을 모집해서 통과됐는데, 그만큼 때도 잘 맞아야 한다. 예전에 김영희 PD님이 국장을 하시던 시절에 김태호 PD와 성치경 PD는 나보다 더 빨리 메인 PD를 맡았다고도 하는데, 그런 부분들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마리텔]을 하다 보니 공동 연출인 이재석 PD가 없었으면 버거웠을 거 같다. 기획안은 내가 썼지만, 기획이 발전하는 과정부터 1년 후배인 이재석 PD와 함께했다. PD라는 직업이 외로운데, 서로의 의견을 지지해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 사람이 굉장히 친한 것 같다.
박진경
: 작가들이 질투할 정도로 친하다. (웃음) 우리가 공중파에서 하긴 좀 낯부끄러운 짓을 하는데, 그걸 혼자 들이밀면 난색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둘이 같이 하면 힘이 실린다. 나도 첫 연출을 맡은 거고 그 친구는 입봉하자마자 이 프로그램에 붙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국장님들 선에서는 갓 입봉한 젊은 PD 두 명을 붙여서 새 프로그램을 맡기는 게 파격적인 결정이었을 거다. MBC [일밤] ‘진짜 사나이’처럼 선배들이 한 거 빼고 지금까지는 젊은 연차 PD들이 메인으로 기획해서 나가는 프로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우리 둘이 했다가 잘 안 되면 앞으로 후배들 앞길 막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리텔]에 대한 회사의 평가는 어떠한가.
박진경
: “국장실 가서 테이블에 다리 올려도 된다”는 말도 들었다. (웃음) MBC는 KBS처럼 수신료를 받는 게 아니라 전부 광고 수입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광고 판매와 간접광고, 캐릭터 상품 판매가 중요하다. 시청률이랑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순 없지만 조금은 다르다. 구매력 있는 2040 세대의 ‘타깃 시청률’도 중요한데, [마리텔]은 파일럿 때부터 이 부분 성적이 전체 시청률에 비해서 좋았다. 정규 편성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광고가 완판됐다.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나.
박진경
: 소외된 쪽, 특히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요새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음악 프로가 많이 없어졌고, 지상파 사정상 하기도 힘들다. 메탈리카의 공연실황을 보고 입사했는데 정작 음악프로를 못 했다. 하지만 여기선 한 채널에서 할 수 있다. 초반에 정준일 씨도 그런 이유로 섭외했다. 현재 지상파방송 포맷에서 소외되는 부분을 넣어 화제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아이템을 조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인용 보트에 휴대용 카메라를 놓고 노 저으며 낚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있는데, 의외로 진짜 재미있다. 또 게임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올리는 ‘클루리스 게이머’라는 클립이 있는데, 50대 아저씨가 게임을 하는 내용이다. 젊은 사람들이 게임 하는 시선과 달라서 재밌다. 이걸 김구라 씨가 해도 되는 거고. 김구라 씨가 검증된 예능인을 데려오면 시청 순위를 올릴 수 있겠지만 그런 걸 요구하진 않고 있다.

타 방송사에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하던데, 신경 쓰이지는 않나.
박진경
: 예를 들어 방청객들이 실제로 싸우는 상황이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나올 수 없는데, 우리는 그걸 다 보여주고 편집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점은 오히려 더 살리는 편이고. 또 CG를 살리는 느낌 등 우리 프로그램밖에는 못 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느낌을 잘 살리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건 섭외다. 그거 말고는 걱정되는 게 없다. 우리는 일단 ‘베껴보려면 베껴봐라’다. (웃음)

글. 이지혜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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