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② 신디가 보여주는 아이유의 세계

2015.06.16


KBS [프로듀사]의 톱가수 신디(아이유)는 영악하다. [뮤직뱅크] PD 탁예진(공효진)과 의상 문제로 기 싸움을 벌이다가 그냥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단번에 우위를 점하고, [해피 선데이] ‘1박 2일’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라준모(차태현)와 백승찬(김수현)을 따로 불러내 “이 프로그램, PD님 때문에 하는 거니까 PD님은 저만 생각하셔야 돼요”라며 애교를 부린다. 무대 사고에서 자신을 구하려 달려들었고, 잠수 기간 동안 도와준 탁예진이 자신과 관련된 루머로 욕을 먹고 있을 때 신디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탁예진과 함께 찍은 다정한 셀카를 SNS에 올리는 것, 그리고 여론은 곧 반전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알고, 그것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도 안다. 그것이 열세 살에 데뷔한 신디가 10년 차에도 스타로 살아남아 있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아이돌 출신의 어린 여성 가수는 한국에서 가장 보는 눈이 많은 직업이다. 항상 예쁘고 날씬해야 하지만 수술이나 시술 흔적은 낱낱이 파헤쳐지고, 사진 한 장 속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도 ‘태도 논란’이나 각종 추측에 휩싸인다. 많은 사람에게 예쁨받는 동시에 아무에게나 손아랫사람으로 취급되는 ‘국민 여동생’은 ‘만인의 연인’만큼의 존중도 받지 못한다. 비밀 연애를 하면 파파라치 사진을 찍혀 폭로당하고, 공개 연애를 하면 신중하지 못하다고 훈계받는다. 열일곱 살에 데뷔한 수지는 스무 살에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일도 있는데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건 성숙한 모습과 어른스러운 행동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24시간, 대중을 상대로 감정노동을 하고 사소한 실수만 해도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는다. 예능국장의 딸 친구들이 신디의 대기실에서 그랬듯, 앞에서는 팬이라며 사적인 시간을 빼앗고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어 간 사람들이 돌아서면 건방지다며 수군거린다. 남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무엇이든 언제나 당연히 괜찮을 수는 없다. 신디 역을 맡은 아이유는 과거 한 남성이 ‘증권가 정보’로 위장해 유포한 결혼설과 임신설 등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당시 아이유의 나이는 스물한 살이었다.


신디가 이 냉혹한 세계에서 잡아먹히거나 짓밟히지 않기 위한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계산과 연기다. ‘엄마’라고 부르라면서도 신디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익과 손실로 따지는 변 대표(나영희)도, 소속 그룹 해체설에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돈만 밝힌다’고 신디를 비난하는 대중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톱스타 천송이(전지현)가 하루아침에 추락했던 것처럼 효용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순간, 대체할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설지 모른다. 그래서 ‘1박 2일’의 다른 기획사 소속 출연자들로부터 견제당해 낙오된 순간에도 신디는 속상함을 참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미지 제고의 효과를 계산한다. “곤경에도 처해보고 당황도 해보고, 얼마나 인간적이고 귀여워. 예능이잖아.” 신디와 앙숙이지만 ‘절친’ 콘셉트로 촬영하러 온 아라(고아라) 역시 계산에 능숙하다. “너랑 나랑 절친 인증하면 우리 서로 이미지도 좋아지고 광고주도 좋고 회사도 좋고.” 진심은 약점이 되고 친분이 자칫 발목을 잡는 세계에서, 친구 하나 없는 신디가 대화할 상대라곤 자신의 안티 카페 회원들뿐이다.

그래서 어리바리한 신입 PD에 불과한 승찬에게 톱스타 신디가 끌리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된다. 자신이 이용가치가 있는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이라 우산을 빌려주고, 복불복 게임에 졌을 때 융통성 없이 밥을 굶기는 대신 함께 굶으면서 혼자 견디게 하지 않는 승찬은 신디의 계산에서 오차 범위 밖에 있는 신기한 존재다. 정신없이 바쁘게 활동하며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내 인생은 이제 내려갈 일밖에 안 남았어요. 겨우 스물셋인데”라는 한마디를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던 신디는 승찬과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유출되면 안 되니까”라는 이유를 붙일 만큼 ‘계약’ 아닌 관계에 서툴지만, 결국에는 수상 소감을 통해 그에게 “덕분에 정말 따뜻했다”는 마음을 전한다. 물론 승찬과 신디가 [노팅 힐] 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러니저러니 하면서도 계산 없이, 곤란을 무릅쓰고 신디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해준 준모와 예진 같은 동종업계 종사자는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나오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괜찮아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고단함과 외로움을 읽고 그를 인간으로서 한 발 더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조금 더 필요한 일이다. TV 속에서만 보는 얼굴이라 해도, 다르지 않은 얘기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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