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무능한 정부일수록 더더욱

2015.06.12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지켜봤다. 작전사령관이 중앙에 있고 오바마는 구석에 찌그러져 앉아 있는, 오바마의 커리어에서 손꼽히는 사진이 나온 것도 이때다. 올해 5월, 언론인 시모어 허시는 이 첩보 스릴러 같은 작전이 사실이 아니라는 기고문을 썼다. 이미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벌인 ‘사살 연출극’이었다는 주장. 설마 그럴까 싶은 얘기지만, 허시가 탐사보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도 무시하기보다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허시와 같은 탐사보도 기자들이 입을 모아 “영감을 받았다”며 존경하는 선배 독립언론인이 있다. 이사도어 파인슈타인 스톤. 주로 이지 스톤으로 불렸다. 1922년생으로, 14살에 동네 신문을 창간했고, 1953년에 4쪽짜리 1인 주간지인 [I.F.스톤 위클리]를 만들어 취재·집필·편집·발행·배포를 혼자 도맡았다(기사 하나 쓰는 걸로 한 주를 허덕이는 나는 상상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 주간지는 1971년까지 이어지며 20세기 독립언론의 상징이 되었다.

1964년 북베트남이 미국 군함을 공격했다는 통킹만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 개입 확대를 결정한다. [I.F.스톤 위클리]는 이 사건이 조작이라는 유명한 보도를 내놓았다. 7년 후인 1971년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스톤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통킹만 사건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부시 정부의 거짓말과 나란히 손에 꼽히는 역사적인 스캔들이다. 전쟁의 명분이 필요했던 정부는 기꺼이 거짓말을 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스톤의 입버릇이다. 이 간결하고도 인상적인 말은 스톤 평전의 한국어판 제목이 되었다.

음모론자의 상상과 달리, 정부가 전쟁과 같은 거대한 음모를 꾸밀 때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흔한 장면은 이런 것이다. 무언가 평소 같지 않은 위기가 닥친다. 무능한 정부는 돌발국면에도 ‘평소대로’ 하다가 일을 키운다. 이제 정부는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왜 일이 엉망이 되었지?’ 그러고는 언론에 브리핑한다. “정부는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이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일을 망쳤다는 결정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 그게 거짓말이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정부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거대한 음모 때문이든 어쩌다 보니 뱉어내는 거짓말이든, 정부의 거짓말은 일을 더 나빠지게 만든다. 실무자와 장관과 정부 수반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공동체는 지지 않았어도 될 부담을 추가로 진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와중에 우리 정부가 몇 번 거짓말을 했는지 세어보다가 그만뒀다. 어쩌면 별것 아닐 수도 있었을 이 질병의 난데없는 유행은 중요한 교훈 하나를 남겼다. 무능한 정부일수록 거짓말을 한다.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 동안 정치 기사를 썼다. 2014년 11월부터 사회 기사를 쓴다. 농땡이를 보다 못한 조직이 발로 뛰는 부서로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정확하다.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여성, 감독, 전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