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와 케이티 페리, 그들이 싸우는 세상

2015.06.04

6월 4일 자 빌보드 차트 1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Bad Blood’다. 지난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가 나왔을 때부터 알려진 대로, 이 노래는 또 한 명의 팝스타, 케이티 페리를 겨냥한 디스 곡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4년 9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Bad Blood’가 “친구인지 적인지 혼란스러웠지만, 그녀의 악행으로 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어느 여자 가수에 대한 노래라고 밝혔다. 그리고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 날, 케이티 페리는 “양의 탈을 쓴 레지나 조지를 조심하라”는 트윗을 남겼다. 레지나 조지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했던, 학교를 지배하는 ‘여왕벌’ 캐릭터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갈등이 일에 대한 것이며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이것은 존 메이어 때문이다. 존 메이어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2011년 초 헤어졌고, 2012년 여름부터 작년 초까지 케이티 페리를 만났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성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때문에 화가 났다는 주장이다. 케이티 페리의 2011년 투어를 함께 한 3명의 댄서가 2013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RED] 투어에 참여했고, 이들은 케이티 페리가 [Roar] 앨범 활동을 시작하자 다시 돌아갔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이 가족처럼 생각했던 댄서들이라고 화를 냈지만, 댄서들은 애초에 투어 전체에 확정적으로 참여하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만큼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연만을 보면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다소 불리해 보인다. 물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Bad Blood’라는 제목 자체가 일방의 증오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반목과 대립을 뜻한다.

그런데 5월 17일 공개된 ‘Bad Blood’의 리믹스 버전 뮤직비디오는 이미 지나간 이슈인 줄 알았던 두 가수의 갈등을 음악 산업 전체의 핫이슈로 키웠다. 미리 공개한 티저는 셀레나 고메즈, 제시카 알바, 신디 크로포드 등 십수 명의 유명인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알렸다. 뮤직비디오는 영화 [신시티]처럼 스타일 넘치는 액션을 기조로 삼아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으며 저마다의 콘셉트를 갖춘 카메오를 등장시킨다. 제시카 알바가 바이크를 타는 건 예상해도, 엘리 굴딩이 바주카를 쏘는 장면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카메오는 극 중 악역으로 묘사되는 셀레나 고메즈인데, 그녀의 스타일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케이티 페리처럼 보인다.


‘Bad Blood’는 화려함이라는 기준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비디오가 되기에 충분하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맥락을 빼놓고 보면 ‘너 나한테 왜 그랬니, 우린 이제 적이야’라고 반복하는 노래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케이티 페리와 싸우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닌 프로페셔널 음악가로서의 테일러 스위프트에게는 필요한 작업이었다. 컨트리 국민 여동생에서 성인 팝스타로 나아간 [1989]는 그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이었고, 싱글차트에서 늘 아쉬웠던 이전과 달리 ‘Shake It Off’와 ‘Blank Space’로 연이은 No.1을 기록했다. 그러나 2월에 나온 싱글 ‘Style’은 다소 주춤했고, ‘Bad Blood’는 반드시 성공할 필요가 있었다. 뮤직비디오의 물량 공세는 케이티 페리에 대한 감정 때문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싱글에 대한 집중력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Bad Blood’의 리믹스에 들인 공에서도 잘 드러난다. 앨범 버전의 ‘Bad Blood’는 사이가 틀어진 친구에게 연달아 보낸 문자 수십 개를 엮어놓은 듯한 노래다. 혹시라도 가사가 안 들릴까 봐 그랬는지 편곡은 단순하고, 가사는 달리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직접적이다. 그래서 ‘Bad Blood’는 단지 새로움이 아니라 싱글로 발매되기 위해서라도 리믹스가 필요했고, 켄드릭 라마의 랩을 공격적으로 배치하면서 훨씬 현대적인 팝/록 버전을 만들어냈다. 최종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 앨범에는 훅으로 쓸 부분을 대강 넣어놓은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간단히 말해서 ‘Bad Blood’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력에서 정점을 장식하는 싱글이 되어야 했고,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이 곡을 쓴 것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시작된 것이었을지라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판을 키우면서 이 곡에 대한 모든 이슈를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비디오가 공개되기 10일 전부터 SNS에서 캐릭터를 소개하며 기대를 고조시켰고, 비디오는 공개된 당일 2천만 뷰를 기록한 후 지난 주말 1억 뷰를 돌파했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일에서 생긴 문제를 일로 맞받아친 것이다. 그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연예 산업은 사생활이나 부정적인 사건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꾸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현실의 상황은 가상의 쇼에 반영되고, 실재 인물과 캐릭터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것을 피할 수 없을 때, 그 안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현실의 차례다. 케이티 페리가 존 메이어(!)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적어도 보도자료가 아니라 노래라는 그들의 일로 싸우는 것은 최소한의 동료 의식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겠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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