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예능심판자’, 아직도 봐요?

2015.06.03

난 5월 28일 JTBC [썰전]의 2부 격인 ‘예능 심판자’ 방영 시간은 8분이었다. 원래 있던 인터뷰 코너가 없어진 결과였기에, 인터뷰에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 아닐까 싶다. 하지만 놀랍게도 ‘예능 심판자’는 8분마저 길어 보였다. 출연자들은 여전히 “대중문화의 모든 떡밥들을 가장 엄격하고 사적인 잣대로 심판하는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지만, 정작 그들은 출연자 박지윤이 배용준과 결혼할 박수진과 만났지만 알게 된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한참 했다. 남은 시간에는 KBS [프로듀사] 이야기를 하면서 작품의 주연 김수현이 KBS와 SBS에서 다르게 보이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미디어 비평’이란 말에 어울리는 발언은 [프로듀사]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명을 그대로 쓰면서 리얼함을 강조하지만, 해당 프로그램 PD가 연기자이다 보니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두 발언 모두 새로 합류한 서장훈이 했다. 

‘예능 심판자’의 김구라와 박지윤이 최근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서장훈보다 할 이야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예능 심판자’는 제작진이든 JTBC 예능국이든 스스로 미디어 비평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허지웅은 JTBC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약자 혐오 발언에 대해 다루지 못하고 하차했다. 이 사건이 그의 하차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7일 허지웅의 마지막 방송은 이미 지난 2월 ‘니 팔자야’를 발표했던 노라조와 이른바 ‘병맛 문화’를 말하고, 인터뷰 코너 ‘썰록’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닮은 연기자 이용녀를 초대했다. 이 두 가지가 당시 중요한 ‘떡밥’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반면 정치 평론 코너인 [썰전] 1부는 지난 재보선 당시 추가 녹화를 했다. 녹화가 재보선일 앞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재보선 직후 녹화를 해서 빠르게 결과를 분석하자는 이유였다. 

1부는 중요한 이슈를 놓치지 않는데, ‘예능 심판자’는 모든 미디어에서 다룬 이슈를 추가 녹화는커녕 한 주 늦게라도 다루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제작진만이 알 것이다. 다만 ‘예능 심판자’의 개편 첫 회에 제작진은 강용석과 그의 어린 아들을 섭외했다. 강용석의 사생활과 관련한 루머가 이슈가 되던 시점이었다. 그의 억울함과 별개로,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가 이슈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모습을 강조한 것은 그를 위한 변호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 평론은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위가 강하다. 반면 대중문화 비평은 때론 제 식구 감싸기라고밖에 볼 수 없을 만큼 공정성을 잃은 행동도 한다. 지금 [썰전]은 정부 비판보다 그들과 관련된 인물이나 작품의 비평을 더욱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1부와 ‘예능 심판자’의 현격한 차이는 그 결과다. 이슈를 다루는 토크쇼가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생명력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JTBC [비정상회담] 역시 최근 “[비정상회담] 이대로 좋은가?”를 놓고 토론하기도 했다. 진중권을 초대해 토론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리려 하기도 했다. 제작진 스스로도 지금이 초반의 좋았던 분위기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진중권이 출연한 날, [비정상회담]은 혐오 발언에 대해 토론하면서도 유세윤의 혐오 발언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상회담]이 위기인지 토론한 날에는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며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재의 언행을 비웃고, 푸틴이 독재자인지 토론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출연자들은 여전히 무슨 주제든 격렬하게 토론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외국인으로 구성된 [비정상회담]에서 민감할 수 있는 이슈나,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자과 관련된 이슈는 다루지 않는다. 토론 분량은 점점 줄어들고 전반부의 출연자들이 전해주는 해외 뉴스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조직은 민감한 문제에는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자신의 치부와 관련된 것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썰전]과 [비정상회담]은 이슈의 비평과 토론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이것저것 가리다 보면 더 이상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같은 채널의 [마녀사냥]은 두 프로그램과 상황이 다르지만, ‘그린라이트’와 ‘썸’으로 대표되는 연애 감정에 관한 관점을 제시한 후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최근 2부를 일반인이 출연해 ‘썸’을 타는 상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코너로 바꾼 것은, 연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보다 리얼한 상황 연출을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썰전], [마녀사냥],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의 사생활이 아닌 민감할 수도 있는 이슈나 대중의 생활을 다루며 인기와 작품성을 둘 다 얻었다. 그러나 경쟁자들은 금세 비슷한 포맷을 만들고, 인기를 얻은 쇼는 점점 더 민감한 이슈에는 몸을 사리며, 식구들의 문제에는 침묵한다. ‘예능 심판자’의 8분은 그 결과다. 현실을 다루겠다던 쇼가 현실로부터 멀어지다가 결국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비정상회담], [썰전], [마녀사냥]을 보다 보면 일주일이 지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만, 글쎄. 박수진의 모임에 박지윤이 갔는지 안 갔는지 추궁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할 듯싶다.

글. 강명석
사진 제공. JTBC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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