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집밥│① 백종원의 집밥 개혁

2015.06.02


집밥, 그리고 백종원. 지난 5월 19일부터 방영하는 tvN [집밥 백선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최근 가장 핫한 두 가지 소재를 다룬다. 도서 [킨포크 테이블]이나 소셜다이닝,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이하 [오늘 뭐 먹지?]) 같은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드러나다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으로 확실히 가시화된 가정식에 대한 관심은 ‘집밥’이라는 단어로 집약되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으로 방송 천재라는 호칭까지 얻게 된 새로운 형태의 셀러브리티 백종원은 ‘백선생’으로서 프로그램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다. 물론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있어 잘나가는 두 가지 요소보다 중요한 건 둘 사이의 연결고리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식 사업가가 집밥의 달인으로 등장한 [집밥 백선생]의 기획은 트렌드를 쫓다 무리수를 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 조합이야말로 지금 왜 집밥이고, 왜 백종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다.

현재 집밥에 대한 욕구는 그것의 결핍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집밥이란 집에서 먹는 모든 밥을 뜻하지 않는다. 박완서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선 주요 캐릭터인 현금의 전남편이 가정부가 해주는 밥은 하숙밥이지 집밥이 아니며 현금이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싶다고 우기는 장면이 나온다. 고용된 가정부가 아무리 진수성찬을 만들어도 여기에는 기브앤테이크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집밥에 대한 요청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드는 이타적인 마음과 과정에 대한 요청에 가깝다. 음식을 먹는 것이 맛을 느끼고 행복함을 얻는 경험이라고 할 때, 집밥에 담긴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다. 다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형태로 이 가치와 정서를 담아낼 수 없다. 백종원의 요리가 이러한 가치를 담아내는 새로운 그릇이 될 수 있는 건 이 지점이다.


백종원의 요리는 집밥의 향수를 자극하거나 그 전통적인 맥락을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라는 만화 [식객]의 대사는 이미 여성의 성 역할을 주부로 한정하는 차별적인 요소가 있지만,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넘쳐나고 한쪽이 전업주부가 되기에 어려운 현재에는 더더욱 엄마 혹은 아내가 해주는 집밥을 요구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현재의 생활 세계 안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것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길 원한다면, 그건 명백히 퇴행이다. 전통적인 집밥의 대체재인 외식을 대표하는 백종원이 집밥이라는 영역으로 소환된 건 모순적이라기보다는 현재적 의미의 집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의 외식 프랜차이즈 음식들을 먹어본 음식평론가 이용재는 ‘백종원은 자신의 맥락 안에서 맛을 잘 낸다’고 평가했는데, 이것은 현실적인 한계 안에서 집밥의 느낌을 재현하는 과정과도 일맥상통한다.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한 올리브 [한식대첩 2], [마리텔], 그리고 [집밥 백선생]을 통해 각기 다른 맥락 안에서 집밥의 의미와 가치를 현재적으로 복원해낸다. 전통 한식 요리 대결인 [한식대첩 2] 심사위원으로서의 그는 참가자들이 내놓은 오첩밥상의 냉정한 평가자로서 집밥이 닿을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럽고 정갈한 경지를 요청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전통적이고 수준 높은 집밥은 이제 전문 한식집에서밖에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반면 [마리텔]에서는 누구나 쉽게 시도하고 쉽게 포만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시피와 팁을 잔뜩 공개하며 1인 가구에 맞는 집밥을 제안한다. 두부와 땅콩버터를 넣은 콩국수에서 깊은 맛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대두를 불리고 갈고 걸러내는 지난한 과정 없이도 그와 흡사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들 메뉴로 한 달 식단을 짜기에는 한계가 있다. 집밥이라는 단어를 가장 강조하는 [집밥 백선생]의 해법은 결국 개개인의 각성이다. 백선생으로서의 그는 김치찌개 같은 가장 보편적인 가정식 백반을 만들면서 출연자들과 시청자의 요리에 대한 감각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즉 스스로를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집밥 특유의 온기와 정성을 각각의 가정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현재 집밥에 대한 향수와 백종원에 대한 열광은 그래서 모순되기보다는 하나의 욕망 혹은 욕구에 대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준 따뜻한 한 상에 대한 그리움이란 언제나 유효하고 강력하다. 시간에 쫓겨 혹은 가성비라는 명목으로 탄수화물과 조미료의 폭탄과도 같은 밥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현대인들에게는 더더욱. 이 결핍을 정확히 보고 그 빈틈을 자신의 외식 브랜드로 메웠던 명민한 사업가는 이제 각자 해 먹는 집밥에조차 백종원이라는 브랜드를 새겨 넣었다. 그래서 어쩌면, 시간이 흐른 뒤 집밥에의 향수란 엄마의 손맛이 아닌 백종원의 레시피가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 우리는 백종원의 요리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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