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집밥│② 백종원 레시피로 일주일을 살아보았습니다

2015.06.0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비롯, 백종원이 제시하는 레시피는 1인 가구의 냉장고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법한 재료들을 주로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그가 제시하는 재료들만 갖추고 있다면 스스로 요리를 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으며,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아이즈]는 그의 레시피를 키트 삼아 일주일 동안 직접 요리를 해보았다. 이대로라면 요리왕이 되는 것도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월요일: 샌드위치
소요시간 14min / 약 599kcal
냉장고를 열어보니 주말에 먹었던 치킨무 몇 조각이 남아 있었다. 소중한 자원을 함부로 버리지 않은 어제의 나를 스스로 칭찬하며 편의점에서 식빵과 게맛살을 사왔다. 가스레인지에서는 계란 하나를 삶고, 동시에 치킨무 세 조각과 맛살 반 개, 참치 반 캔, 다진 양파를 마요네즈와 식초, 설탕과 함께 섞었다. 굳이 넣어야 할지 망설였던 머스터드도 살짝 뿌려주었다. 백종원은 색감을 위해 당근도 추가하라고 했지만, 1분이면 내 입 안으로 사라질 샌드위치에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계란이 제대로 삶아진 걸 확인하고 칼로 대강 뭉갠 후 만들어놓았던 속재료에 첨가했다. 탱글탱글한 계란이 자꾸 미끄러져 의외로 쉽지는 않았다. 되도록 넓은 칼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럴싸해 보이는 속재료를 살짝 구운 식빵 위에 듬뿍 바르고, 긴장된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평소 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썩 좋아하지 않는 터라 여차하면 애써 만든 한 끼 식사를 고스란히 버리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식빵에 잼을 발라 먹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머스터드와 양파 덕분에 참치의 비린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으며, 계란 샌드위치 특유의 퍽퍽함도 없었다. 좋은 샌드위치였다. 


화요일: 또띠아
소요시간 9min / 약 598kcal
오늘도 고칼로리로 간다. 의욕에 차 또띠아를 구웠지만,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냉동실에 오래 묵혀둔 또띠아는 얼어서 한 장 한 장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고, 그나마 프라이팬에 올린 또띠아는 너무 오랫동안 굽는 바람에 안쪽으로 말자마자 다 부서지고 말았다. 망친 것은 일단 먹어 없앤 후 다시 조리를 시작했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슬슬 발라 또띠아를 아주 살짝 구운 후 꺼내 식힌 다음, 계란과 베이컨, 썰어놓은 양파와 파, 그리고 치즈 위에 얹었다. 역시나 관건은 또띠아와 재료들을 함께 뒤집는 것이었다. 한 손에 뒤집개를 들고 계란 밑으로 쑥 넣은 다음 살살 긁다가 나머지 한 손에 든 숟가락으로 또띠아 위쪽을 잡아준 후 심호흡을 하고 확 뒤집었다. 모양이 전혀 망가지지 않아 요리 고수의 길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설탕을 적당히, 정말 적당히 뿌리고 양옆을 접어 앞뒤로 한 번씩 더 구워준 다음 먹었다. 온갖 맛있는 걸 다 합쳐놓은 만큼 좋은 또띠아였지만, 마요네즈를 발라주니 한층 더 좋은 또띠아가 되었다. 다만 한 가지 후회는 남았다. 설탕은 ‘적당히’가 아니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뿌려야 했다.


수요일: 볶음밥
소요시간 15min / 약 515kcal
퇴근하고 돌아오니 배가 너무 고파 기름진 걸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럴 때는 무조건 볶음밥이다. 스크램블을 만들 듯 계란부터 휘휘 저어가며 볶고, 어제 또띠아에 넣고 남은 베이컨 중 세 줄을 꺼내 잘랐다. …모자랄 것 같아 결국 두 줄을 더 꺼냈다. 여기에 파를 썰어 추가하고 자신 있게 센 불로 볶고 있자니 언젠가 중국집에서 맡았던 것 같은 냄새가 설핏 났다. 정말 양파는 넣지 않아도 되는 걸까? 중국집 볶음밥에서 양파를 본 적이 있던가 없던가 고민하며 햇반과 꽃소금, 간장 두 숟가락을 넣었다. 간장은 살짝 태워가며 향을 내듯이 넣어주라고 들었지만, 요리 초보로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리가 없다. 밥이 질척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대강 둘렀다. 혹시나 해서 원래 레시피와는 달리 설탕도 꺼내두었으나 쓸 일은 없었다. 완성된 볶음밥을 밥그릇에 넣고 뒤집어 넓은 접시에 동그랗게 올려놓으니 내가 만든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 보였다. 소금이 덜 들어간 탓인지 맛은 약간 싱거운 감이 있어 조미김에 싸 먹었다. 만드는 데는 15분, 먹는 데는 6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볶음밥을 마셨다고 해도 무방하다.


목요일: 김치밥&계란말
소요시간 15min / 약 915kcal
목요일 저녁쯤 되니 뭘 대단하게 해 먹기가 귀찮다. 냉장고에는 집에서 보내줬지만 도통 먹질 않아 익을 대로 익은 김치, 그리고 언제나 자취생의 가장 좋은 친구인 계란이 있었다. 늘 라면만 끓여 먹던 양은냄비 바닥에 김치를 깐 뒤 참기름을 두 숟가락 두르고, 햇반을 까서 얹었다. 탄 냄새가 올라와서 가스불을 끄고 비벼 완성하기까지 딱 4분이 걸렸다. 막상 밥만 먹자니 너무 짤 것 같아 계란말이도 만들기로 했다. 파를 잘게 썰어 식용유에 먼저 볶고, 계란 네 개에 설탕과 소금, 물을 섞어 푼 후 세 번으로 나누어 프라이팬에 부어가며 익혔다. 다른 건 몰라도 계란을 마는 것만큼은 백종원보다 내 재능이 더 뛰어난 것 같았다. 도톰하게 말린 계란을 앞뒤로 골고루 익혀 식히고 칼로 썰어 접시에 곱게 담았다. 엄청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데다, 설탕 덕분에 초밥에 올라가 있는 계란말이처럼 달달하기까지 해 딱히 케첩에 찍어 먹지 않아도 되는 맛이었다. 김치밥 한 숟가락, 계란말이 한 젓가락을 번갈아 먹자 ‘단짠단짠’이 완성되었다. 자제력을 잃고 단숨에 해치웠다. 한동안 앉은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금요일: 까르보나라
소요시간 21min / 약 385kcal
금요일이지만 퇴근 후 곧장 집으로 왔다. 밖에서 같이 밥을 먹을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북적거리는 게 싫어서다. 진짜다. 대신 외식 기분이라도 낼 수 있게 까르보나라를 해 먹기로 했다. 깊고 넓은 냄비가 없어 보통 크기의 냄비에 스파게티면을 삶기 시작했다. 1인분은 500원 동전 크기 정도라고 하던데, 친절하게도 스파게티면 봉지 뒤편에 분량을 가늠할 수 있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까르보나라 소스를 만드는 건 예상보다 훨씬 더 쉬웠다. 계란 하나와 노른자 하나에 파마산 치즈가루를 종이컵 반 정도 넣어 팔이 빠지도록 섞으면 끝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익힌 면을 볶아 식히고 소스에 비비는 일뿐이었다. 비록 백종원처럼 면을 한 바퀴 돌려 예쁘게 담진 못했지만, 허브처럼 얇게 자른 파와 후추로 장식했더니 최소한 아무렇게나 만든 음식 같진 않았다. 마침 월요일에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식빵이 있어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약간 구운 다음 곁들여 먹었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토요일: 주먹밥
소요시간 18min / 약 549kcal
날씨가 좋으니 주먹밥을 싸서 한강에 나가야겠다. 재활용 버리는 곳에 내놓으려고 씻어놨던 스팸 캔을 꺼내 랩을 깔고, 게맛살을 찢어 바닥에 깔았다.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1:3으로 섞어 소스도 만들어 발랐다. 주먹밥 두 개를 만들었을 뿐인데 햇반 하나가 없어졌다. 캔 크기에 맞게 김을 잘라서 올린 다음 랩을 감아 조심스럽게 밥을 빼냈다. 랩이라 그런지 캔 옆면에 붙어 의외로떨어지지 않았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생각보단 심심했고, 모양은 영 좋지 않아 이 주먹밥을 가지고 신나게 놀러 나갈 마음 따윈 사라져버렸다. 결국 외출은 포기했다. 콩자반이나 다른 반찬으로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지만, 되도록 스팸처럼 모양이 정확하게 잡히는 재료만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약 꼭 맛살을 쓰고 싶다면, 평범한 게맛살이 아니라 백종원의 말처럼 크래미여야 할 것이다. 레시피를 어겼다가 괜히 실패만 맛봤다.


일요일: 짜장라면
소요시간 13min / 약 653kcal
일요일엔 나도 짜파게티 요리사. 거의 평생 지켜온 생활습관을 어기지 않고도 해 먹을 수 있는 고추장 짜장라면에 도전했다. 남은 재료도 별로 없고, 7일째쯤 되니 요리하기가 약간 귀찮아진 탓이기도 하다. 평소 하던 것처럼 적은 물에 면을 넣고, 중간에 고추장만 반 스푼 첨가했다. 졸이기 시작하자 떡볶이 냄새가 났다. 짜장 분말스프를 넣고 비볐더니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불안했으나, 먹어보니 칼칼하고 매콤해 입맛을 당겼다. 고추장 특유의 들쩍지근한 맛이 거의 나지 않아 더욱 좋았다. 역시 요리는 쉽지 않지만 결코 어렵지도 않다. 어쨌든 혼자서도 해볼 만한 것임은 틀림없다. 물론 부지런히 만들고 부지런히 다 먹은 만큼 몸무게가 꽤 늘어난 것 같긴 하지만, 맛있었으니 후회는 않기로 한다.

글. 황효진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억울한 남자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