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집밥│③ 어록으로 보는 백종원의 요리 철학

2015.06.0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시청자들은 백종원 대표를 ‘슈가보이’라고 부른다. 음식을 만들 때 유독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처럼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알려주는 요리법은 쉽고 간단할 뿐만 아니라 뚜렷한 특징들도 갖고 있다. 이것은 백종원이 그저 실용적인 레시피 몇 가지를 만든 이가 아니라 요리연구가로서 수십 년간 재료와 요리법에 대해 고민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백종원의 요리 철학에서 살펴본 백종원의 논리와 취향. 그리고 백종원이라는 요리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


1. “하프를 먹을 거면 뭐하러 마요네즈를 먹어요?”
[마리텔]에서 명란 마요네즈를 만들 때 명란젓과 마요네즈는 1:1로 넣으며 하프 마요네즈는 쓰지 말라고 일갈했고, 닭을 튀길 때도 “무지방 우유를 쓰려면 닭튀김을 뭐하러 먹어요?”라며 우유를 듬뿍 넣었다. 실제 하프 마요네즈는 기존 마요네즈보다 다소 신맛으로 똑같은 맛을 내지 못하며, 유지방이 빠진 무지방 우유 역시 밍밍할 뿐이다. 백종원에게는 ‘저칼로리’라든지 ‘저염식’처럼 건강을 강조하는 일보다 기존에 알던 맛이 훨씬 중요한 가치를 갖고, 그의 미각은 당분이나 지방이 많을수록 호의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다리가 8개인 문어 소시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케첩이 더 많이 묻으니까 다리가 4개인 것보다 8개일 때가 더 좋다”며 기뻐하고, 1/4 조각만 먹어도 햄버거 한 개 칼로리와 맞먹는 1620kcal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다.


2. “설탕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 설탕 많이 넣어서 맛있는 게 낫잖아요.”
“단맛이 많이 나는 게 훨씬 맛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백종원이 가장 사랑하는 재료는 역시 설탕이다. 양념장을 만들 때도 닭볶음탕을 만들 때도 설탕을 큰 수저에 소복이 쌓아 잔뜩 넣었다. “1인분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그의 저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에서는 52가지 메뉴 중 총 39가지 음식에 설탕이 등장하며 그 양을 합산하면 무려 1.5컵, 63 1/3 큰술, 6 1/6 작은술이다. 가령 제육덮밥 4인분에는 설탕 세 숟갈이 들어가는데, 그에게 ‘한 숟갈’은 밥 먹는 큰 수저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텍스트로만 정리된 레시피를 참고할 때 특히 유의할 것. 의사에게 물어보니 설탕과 당뇨병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는 그의 말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가 설탕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높아져 위험하지만, 설탕을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당뇨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당뇨병은 인슐린 등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 작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유발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탕을 경계하며 아가베 시럽이나 올리고당, 감주, 백설 타가로스로 설탕을 대체하는 요리사들도 있지만, 백종원은 꿋꿋하게 설탕을 쓴다. 그저 단맛을 내기 위해 넣는 것만이 아니라, 융화를 잘 시키기 위해 계란말이에 넣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3. “이걸 집에서 왜 해 먹어요?”
자장면을 만들던 중 춘장이 아스팔트처럼 딱딱하게 굳자 마치 변명하듯 내뱉은 말이지만, “집에서 음식점 맛을 낼 수 없다”(tvN [집밥 밥선생])는 것은 요식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의 실제 지론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 식당]에서는 식당용 김치볶음밥과 가정용 김치볶음밥의 차이를 설명하며 식당에서 먹는 것이 더 진한 맛이 난다고 주장한다. 가정에서는 냄비에 고기와 김치를 함께 볶다가 다시 물을 부어 끓인 후 야채를 넣어 양념을 하겠지만, 1,000명의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올 수도 있는 식당에서는 “김치와 고기를 양념해서 끓이듯이 미리 볶아놓은 뒤 30인분씩 덜어 밥에 비벼 낸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미리 볶아놓는 만큼 재료들이 더 잘 어우러지는 것. 다시 말해, 그는 원래 음식의 맛이 보다 진하게 느껴지게끔 만드는 요리를 추구한다.


4. “집 냉장고에 있을 만한 재료로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요.”
SBS [힐링캠프] 신년의 밤 특집에서 MC와 초대 손님들을 위해 코스 요리를 준비한 백종원은 집에서 국 끓여 먹고 남은 북어를 술안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했다. 같은 방송에서 공개한 만두피로 만든 ‘설탕빠다칩’이나, [마리텔]에서 보여준 콩 없이 두부로 만드는 콩국수 역시 가정집에 흔히 있는 재료만으로 요리할 수 있다. 때문에 백종원의 요리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번거롭게 장을 한 번 더 볼 필요도 없고, 자취생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또한 꼭 요리법에 나와 있는 재료만을 쓸 필요가 없다고 부연하며, 찌개를 끓일 때는 쌀뜨물을 쓰는 것이 좋지만 냉수를 써도 상관없고 고등어 파스타에 넣을 고등어가 없으면 꽁치로 대체해도 무관하다고 한다. 재료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백종원의 요리법은 조리 도구에도 적용된다. 김치전을 만들 때 굳이 도마 위에서 칼로 썰 필요 없이 가위로 대충 잘라도 된다거나,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에서는 계량컵 대신 종이컵을 기준으로 요리법을 알려줘 계량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배려했다. 이처럼 백종원의 요리는 집에 많은 재료와 조리도구를 갖춰놓는 이들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지만 가끔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함께 포괄하며,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레시피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소파에 앉아서 보기보다는 혼자 방에서 보게 되는 인터넷 방송 형식의 [마리텔]을 통해 스타가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 “당근만 넣어도 색감이 좋죠?”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 [마리텔]에서 3단계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 때 당근을 넣어 색을 풍부하게 만들었던 백종원은 평소에도 색감을 살려주는 재료들을 중요시한다. 닭볶음탕을 만들 때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를 넣는다거나 고등어 파스타에 쪽파를 썰어 넣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집밥 백선생]에서 김치전을 만들 때는 부침가루 때문에 색깔이 연해질 경우 고춧가루를 추가로 넣으면 색감을 살릴 수 있다는 요령도 함께 알려줬다. 이렇게 색감을 잘 살려주는 재료는 그가 평소 요리하는 데 자주 활용되며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에서는 ‘꼭 쓰이는 기본양념’에 카라멜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김밥에 넣는 쇠고기나 달걀 장조림을 만들 때 함께 넣으면 보다 맛있게 보이는 색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고급진’ 레시피를 알려줄 때 매번 강조하는 부분은 대충 해 먹는 것처럼 보여도 충분히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요리는 간단한 방식이나 맛만큼이나 시각적 만족이 중요한 가치를 갖고, 근사한 플레이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색으로서 목표를 달성한다.


6. “스프를 먼저 넣으면 비등점을 높여줘서 라면 끓일 때 좋아요.”
오로지 감에 의존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백종원은 과학에 근거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레시피를 구상한다. 그가 알려주는 ‘팁’의 대부분은 재료의 화학적 성질을 고민한 결과이며, 스스로도 이를 설명해낸다. 가령 [마리텔]에서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먼저 넣은 것은, 라면 스프 분자가 물이 기화되는 것을 막아 끓는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볶음밥에 양파를 넣는 것은 하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일반 가스레인지는 화력이 약하기 때문에 양파에서 나온 물이 밥을 질척하기 만들기 때문”이며, 소금보다 설탕을 먼저 넣는 이유는 “설탕 분자가 소금보다 크기 때문에 단맛이 겉돌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집밥 백선생]에서는 찌개를 끓일 때 쌀뜨물을 쓰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여러 가지 재료의 맛을 잡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역시 쌀뜨물의 전분에 점성이 생기면서 다른 재료와 조화롭게 섞일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


7. “음식의 출발점은 상상력이에요.”
[집밥 백선생]에서 그는 윤상, 김구라, 손호준, 박정철에게 천편일률적인 김치전 레시피를 알려주기 전에 먼저 예전에 먹어본 김치전의 맛으로부터 요리법을 유추해보며 음식을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먹어본 맛의 이미지를 상상하라. 이것은 훨씬 옛날부터 백종원이 음식을 대하던 자세이며, 오로지 사진만 보면서 레시피를 유추하기도 한다. 백종원은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보며 내 방식대로 상상해서 새로운 메뉴로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진만을 보면 레시피의 정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볶고 굽고 양념을 더하는 등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 있고, 때문에 예전에는 언어를 모르는 외국, 특히 일본의 요리책을 보며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진 속 토마토소스가 고추장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가령 돼지고기 자체의 기름과 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하다가, 돼지고기를 물에 넣고 끓인 다음 김치를 넣는다는 발상을 더해 백종원표 김치찌개 레시피를 만들어낸 것 역시 기존 요리법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기에 가능했다.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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