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부터 태민까지, 여기에 네 판타지 하나쯤은 있겠지

2015.05.28
아이돌, 특히 보이 그룹에겐 어떤 판타지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귀여운 소년과 건장한 남자아이, 착하거나 또렷한 개성이 있는 청년 등 각자 다르게 구축된 캐릭터는 더 넓은 팬들을 끌어모으는 바탕이 된다. 샤이니는 보이 그룹 판타지의 정석을 보여준다 해도 좋을 팀이다. 성격도 스타일도 이미지도 다른 다섯 멤버들은 데뷔 이래로 현재까지 각자 전혀 다른 캐릭터와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조각들이 모두 모여 그 어떤 팀과도 차별되는 샤이니라는 팀을 그려낸다. 지금도 무대 위와 바깥에서 변함없이 쌓아나가고 있는 온유와 종현, 민호, 키, 태민 다섯 명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온유, 부드러운 리더
포지: 발라드 보컬, 리더, 순정남

온유의 보컬은 단단하면서도 맑고 담백하다. 그래서 주로 겹겹이 쌓인 화음의 아랫부분을 떠받치는 데 활용되는 한편, 감미로움을 살려야 할 발라드에서 빛을 발하고는 한다. 여기에 더해 뽀얗고 말랑말랑한 얼굴, 쌍꺼풀 없이 길고 가느다란 눈이 다 감기도록 웃는 표정은 첫사랑에 온 마음을 다할 것 같은 순진한 남자아이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Hello’ 뮤직비디오에서처럼 꽃다발을 든 채 수줍은 표정으로 누군가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 그것이 온유가 대표하는 샤이니의 한 조각이다. 앳된 얼굴과는 달리 멤버들 사이에서 그는 ‘영감’으로 불리는 리더이자 가장 연장자인데, 종종 실없고 허술하며 엉뚱한 모습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무대에서 혼자 안무를 틀려 당황하고, 달리기에서 꼴찌를 기록한 후 “저는 첫 경기에서 제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며 해맑게 농담을 하고, 개인기라며 장난스럽게 목젖을 아래위로 움직이는 식이다. 함께 있으면 걱정 따윈 하지 않고 웃을 일만 있을 것 같은 남자.

ANOTHER VIEW: 그러나 온유는 때때로 온 힘을 다해 미소 짓는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거나 상을 받았을 때, 울지 않으려 앞만 보며 애써 웃다 결국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그의 모습은 웃음 아래 꼭꼭 숨겨놓았던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종현, 섬세한 아티스트
지션: 메인보컬, 싱어송라이터, 반항아

처음부터 종현은 눈에 띄는 멤버였다. 노래의 도입부에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했고, 호흡을 많이 섞는 독특한 보컬은 샤이니의 특징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종현은 목소리로 중심을 잡던 시기를 지나, 곡과 가사를 통해 팀의 색깔을 스스로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SHINee The 3rd Album Chapter 1. Dream Girl-The Misconceptions Of You]에서는 수록곡의 제목을 모아 써내려간 가사로 컴백의 기세를 그려냈으며(‘Spoiler’), 미니 5집 [Everybody]에서는 “차가운 눈빛에 패인 내 심장 중심 깊숙이 베인 채 이 상처를 못 고치면 죽어버릴지 당장 미쳐버릴지 어찌 될지 모르겠어” 등의 독특한 가사로 선택받지 못한 사랑의 애달픔을 묘사했다(‘상사병’). 그리고 마침내 정규 4집 [Odd]에서는 첫 번째 트랙 ‘Odd Eye’의 작사와 작곡, 편곡을 모두 해내며 자신과 팀의 성장을 증명했다. 이렇게 뚜렷한 아티스트의 인장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ANOTHER VIEW: 데뷔 초부터 민소매 사이로 거침없이 드러낸 팔뚝,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한 눈빛, 다소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 등 종현의 모든 면면은 하늘하늘한 소년들로 구성된 샤이니라는 팀에 굵은 선을 더하는 것이었다. 아이돌을 넘어 반항기 가득한 록스타를 지향하는 듯한 그의 전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솔로로 발표한 ‘Crazy’ 뮤직비디오에서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민호, 정석적인 미남
포지: 래퍼, 미남, 남자

예나 지금이나 민호의 포지션은 잘생김 그 자체다. 짙은 눈썹과 크고 까만 눈, 길쭉한 팔다리와 잘 잡힌 체격,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그는 무대 위에 서 있기만 해도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미소년 같았다. KBS [출발 드림팀]과 MBC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에서의 활약은 학창시절 멀리 숨어서 바라보게 되는 운동부 선배 같은 이미지까지 덧붙였다. 달리기와 높이뛰기, 수영 등을 할 때마다 그는 언제나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뛰고 또 뛰었다. 그래서 민호는 남자든 여자든 선망할 수밖에 없는 남자였고, 덕분에 뮤직비디오에서 여성을 그윽한 눈으로 응시하는 것 역시 매번 그의 역할이었다. 굵어진 팔뚝, 뚜렷해진 복근과 함께 나타난 민호는 이제 테스토스테론을 발산하는 현실의 청년이다. ‘View’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소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구하기 위해 병을 든 상대에게 맞선다. 게다가 ‘Odd Eye’에서 말하듯 흘러나오는 민호의 랩은 핸섬하면서도 매혹적인 남성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로 거듭나고 있다.

ANOTHER VIEW: 부쩍 커진 체격이 무색하지 않게, 민호는 먹고 또 먹는다. 쉴 새 없이 밥을 먹고도 다음 식사 전까지 배가 꺼질까 봐 더 먹어두는 식성은 같은 또래의 다른 남자 아이돌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다.


키, 끼 넘치는 패셔니스타
포지: 분위기 메이커, 패셔니스타, 애교

샤이니 멤버들을 1에서 5까지 나열한다면, 어떤 방향이든 가장 끝에 있는 건 키가 아닐까. 무대 위에서 파격적인 반삭이나 밝게 탈색된 머리카락, 호피와 도트 같은 화려한 무늬의 의상 등은 대부분 키의 것이었다. 그의 보컬마저 전형적이지 않다. 약간은 찢어지는 듯, 혹은 앙칼진 듯한 목소리는 미성에 가까운 태민과 온유, 거친 결을 가진 종현의 보컬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듣는 사람의 귓가를 환기시킨다. 더불어 뮤지컬에 출연하거나 절친한 사이인 인피니트 우현과 유닛 ‘투하트’로 활동하는 등 키는 넘치는 끼만큼 다양한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복해나간다. 혼자 핑크색으로 염색을 하고, 빈티지숍을 뒤져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내며, 패션지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는 등 패셔니스타로서의 자질을 증명하기도 한다. 도저히 하나의 얼굴로 대표되지 않을 그의 행보와 스타일이야말로 ‘컨템포러리’라는 샤이니의 콘셉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ANOTHER VIEW: 키의 애교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민호조차 난감해할 만큼 ‘주먹을 부르는’ 것이다. 한껏 짧아진 혀로 “뽀미 배고푸다~ 힝”이라고 어리광을 피우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약간 당황스럽긴 하지만, 자꾸 보다 보면 이상하게 정이 들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새 유튜브에서 ‘키 애교’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태민, 순수한 소년
포지: 보컬, 소년, 막내

웬만한 걸 그룹 멤버들보다 훨씬 더 작고 마른 몸, 찰랑이는 바가지 머리, 예쁘장한 이목구비. 태민은 한동안 여성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성적이면서 어려 보이는 소년의 모습을 고수했다. MBC MUSIC [어느 멋진 날]에서 스키를 탄 후 흥분감에 갑자기 말이 많아지거나 조심스레 오물오물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은 누나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요정’이라는 별명은 새까만 눈과 부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몸뿐 아니라, 아직 때 묻지 않은 듯한 그의 순수함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 태민은 무대 아래에선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며 도망치고, 은근히 형들을 놀리며 생글생글 웃는 열여섯 살 남자애 같다. 그러나 노래와 춤을 홀로 소화하며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근접하게 재현해낸 솔로 활동은 아티스트로서의 그가 어느새 훌쩍 자랐다는 증거다. 그렇게 샤이니의 소년시대는 모두 지나갔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시절이 시작될 것이다.

ANOTHER VIEW: 태민이 가장 본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오랜 연습생 동료인 EXO의 카이와 함께 있을 때다. 연습생 시절, 밤늦게까지 몰래 숨어 연습을 하다가 회사 한구석에서 같이 잠들곤 했다는 사이답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도 차마 모른 척할 수 없는 애정이 묻어난다.

글. 황효진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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