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궁극의 아이돌

2015.05.28

샤이니의 신곡 ‘View’ 뮤직비디오에는 드물게 여자들이 계속 등장한다. 먼저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부터 짧은 옷을 입고 춤추는 소녀를 훔쳐보듯 드러내더니 뮤직비디오 속에서 멤버들은 이국의 소녀와 단둘이 은밀한 장소에 남겨지는 등 이전의 샤이니가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만들어내고는 한다. 그러나 샤이니는 소녀들을 유혹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View’라는 제목에 걸맞게 소녀들과 샤이니가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모습은 예쁘게 스크랩된 ‘풍경’일 뿐 영상에서 특별한 관계나 구체적인 감정은 대부분 배제된다. 그렇다고 해서 소녀들이 그저 소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데뷔 이래로 더 새롭고 더 치열한 무대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며 가속을 거듭해온 아이돌, 과거의 자신을 라이벌 삼아야 하는 딜레마를 만나게 된 팀이 패턴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방식은 외부의 힘이 개입되는 것. ‘View’ 뮤직비디오에서 스타가 된 샤이니를 복면의 소녀들이 납치하며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팀의 고민을 반영한 결과인 것이다.

처음에는 반짝이고 수줍은 보이 그룹으로 출발했지만, ‘Ring Ding Dong’과 ‘Lucifer’를 거치면서 샤이니는 유난히 고유한 색깔을 가진 팀이 되었다. 가사의 서사와 서정을 포기하면서까지 리듬을 전면에 내세웠고, 극도로 인위적인 음악에 맞춰 치밀하게 구성된 안무는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의 새로운 단계였다. 이들이 보여주는 대부분의 것은 암호처럼 보였고, 의미가 모호하고 의도가 은밀할수록 샤이니는 세상의 속성을 탈색시켜버린 이미지로 굳어졌다. 두 개의 노래를 하나로 섞고 콘셉트와 음악, 안무를 하나의 추리극처럼 만들어버렸던 ‘셜록’을 기점으로 이러한 샤이니의 스타일은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축되어갔다. ‘Dream Girl’과 ‘Why So Serious?’에서 샤이니는 일종의 역할극을 소화했으며, ‘Everybody’에 이르러 이들의 무대는 소년의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단의 순간이었다. 태엽을 감으면 몸이 부서질 듯 기계처럼 춤을 추고 그러면서도 제 몫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잘하는 것을 모두 증명해버린 팀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한계선을 스스로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엑셀레이터를 밟는 대신 방향을 선회해버림으로써 샤이니는 게임을 새롭게 시작한다. 즐거운 청년들 이상의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는 타이틀곡 ‘View’를 통해 멤버들은 드디어 제 표정과 나이를 되찾는다. 청량감을 극대화시킨 아트웍과 뮤직비디오의 색감은 데뷔 초반 이들이 표방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며, 앨범에는 데뷔곡인 ‘누난 너무 예뻐’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는 노래 ‘Love Sick’을 수록했다. 샤이니가 출발한 지점을 상기시키면서 앨범은 끊임없이 장식을 덜어낸 궁극의 샤이니를 탐구한다. 첫 곡인 ‘Odd Eye’는 멤버들의 음색을 건반처럼 활용해 샤이니의 ‘목소리 샘플러’를 만들듯 구성된 곡이며, 앨범에서 가장 신나는 곡인 ‘Woof Woof’는 비트박스와 휘파람, 박수소리 등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샤이니의 육체가 이미지 너머에 존재함을 환기시킨다. 우주를 돌파할 듯 질주하던 소년들은 다시 중력에 이끌리듯 땅으로 내려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니’한 이들의 매력은 그대로 건재하다.

부드럽고 가벼워졌다고 해서 아주 힘을 뺐다거나,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앨범에는 여전히 새롭고 감각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재능에 맞춰 꼭 맞는 목소리를 찾은 멤버들은 다양한 노래들 안에서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며, 이를 신뢰하듯 앨범은 어느 때보다 멤버들의 화음을 화려하게 활용한다. 다만 샤이니가 선택한 것은 더 이상 열심히 준비한 것을 빽빽하게 드러내지 않는 태도다. 그리고 이것은 더 공들인 사운드, 더 어려운 안무, 더욱 기발한 콘셉트를 추구하며 자기 단련을 거듭해온 이들이 마침내 도달한 해답처럼 보인다. 셀로판지를 통해 그림을 보듯, 지금의 샤이니에게는 이들이 강조하고 싶은 것만이 또렷하게 남았다. 현실을 잊어버릴 듯 시원하고 화사한 햇살과 날씨, 그 안에서 소녀들과 어울리지만 결국 입 맞추지 않는 남자아이들. 실력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환상에 어긋날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응원할 필요조차 없다. 그저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자 그다음이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그림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샤이니가 지금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는 아이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여성의 이직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