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① 퓨리오사, 위대한 인간

2015.05.26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 맥스])의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지다. 파르라니 깎은 헤어스타일도 어울릴 정도로 완벽하게 동그란 두상, 까맣게 기름칠한 얼굴에서 빛나는 새파란 두 눈, 시도 때도 없이 몸을 던지고 주먹을 날리는 액션까지, 그는 [매드 맥스]에서 가장 잘생기고 근사한 캐릭터다. 그래서 퓨리오사에게는 이런 식의 극찬들이 쏟아진다. 여성인데 저 정도로 싸울 수 있다니 대단하다, 남성을 이끄는 여성이라니 신선하다, 여성인데도 남성 못지않게 단단한 몸과 강력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액션물에서의 여성 캐릭터와 다르다…. 그러나, 칸 영화제에서 한 기자는 샤를리즈 테론에게 “여성으로서 어떻게 그런 분노 연기가 가능했죠?”라는 질문을 던졌고, 샤를리즈 테론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와우, 놀라셨죠! 여성도 분노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만큼 ‘여성’이라는 단서를 달고 퓨리오사에게 보내는 찬양의 시선에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퓨리오사가 보여주는 것은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 혹은 좋은 지도자의 모습이다. 만약 작품이 시타델에서 홀로 탈출하는 퓨리오사의 고군분투를 담았다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한 인간의 성공기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퓨리오사는 방어와 공격의 기술이라곤 배운 적도 없을 다섯 명의 여성, 어디서 굴러 왔는지도 불분명한 낯선 남자 맥스(톰 하디), 임모탄의 부하인데다 곧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워보이 눅스(니콜라스 홀트)를 데리고 일종의 조직을 구축했다. 삶의 목적도 가치관도 각자 다른 그들이 결국 한 팀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면서도 좀처럼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퓨리오사의 현명함이 있다. 심지어 맥스가 어딘가 구원이 있을 거란 자신의 오랜 신념에 반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조차, 그는 주의 깊게 듣고 무엇이 더욱 효율적일지 고민한다. 결국 퓨리오사 스스로 구원자가 된 [매드 맥스]의 결말은 그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의 바탕은 인간에 대한 올바른 존중이다. 퓨리오사는 총에 살짝 맞은 스플렌디드에게 “여기선 모든 게 아파”라고 일갈하는 한편, 나머지 여성들에게도 “살고 싶으면 뭐든지 들고 뛰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쉽게 동정하거나, 자신이 모두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쓸모와 능력을 일깨운다. 그 과정에서 나머지 인물들은 누군가 도와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충분한 힘과 주관을 가진 독립적인 인간이 된다. 임모탄(휴 키스- 번)에게 인간은 아기공장, 총알받이 같은 물건일 뿐이고, 그는 어떤 인격이나 능력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소유하려 한다. 반면 퓨리오사는 눅스와 맥스, 여성들 모두에게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을 맡기며, 최고로 위험한 순간에는 자신을 희생한다. 옆구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차에서 추락할 위기에 놓인 맥스의 손을 놓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만들지 않았지만 그는 진실을 추구했고, 이를 통해 여성도 복잡하고 흥미로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줬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됐기에 훌륭한 페미니스트 영화가 됐다.” 샤를리즈 테론의 이 말은 [매드 맥스]가 퓨리오사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퓨리오사는 영화 내내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보여준다. 퓨리오사를 위대한 여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에 당한 일들을 극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남자들에게 당했을 일들. 어렸을 때 납치된 후 불임으로 밝혀져 브리더가 되지 못했다는 퓨리오사의 전사(前事)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가혹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픔을 짐작하게 한다. 이것은 퓨리오사가 여성 영웅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지만, 그는 세상에 대한 혐오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다른 여자들을 위한 구원을 찾았으며, 인간에 대한 존중 역시 잃지 않았다. 여성이기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는 인간이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퓨리오사라는 여성의 위대함이자, 인간의 위대함이다. 인간은 어떻게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 [매드 맥스]는 퓨리오사를 통해 이렇게 묻고, 또 대답한다.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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