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의 취향│① 박진영 님이 보고 계셔?

2015.05.19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신인 걸 그룹 육성 서바이벌 쇼, Mnet [식스틴]은 박진영이 지금껏 보여준 취향의 결정체다. ‘재능 있는 소녀들’을 ‘박진영’이 ‘심사’한다. 그는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부터 [슈퍼스타 서바이벌], Mnet [슈퍼스타 K]와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심사위원 자리를 지켜왔다. 그럴 때마다 박진영은 어김없이 사랑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소녀들에게 애정 어린 고백을 털어놨다. ‘K팝스타’에서는 채연에게 “사랑해요. 아이고 예뻐라.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되지? 반했어요”라고 말했고, 노래를 마친 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릴리 M에게는 “내가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식스틴]의 1차 미션에서 발레를 선보인 미나에게 넋 나간 듯 미소 지으며 “내가 원래부터 발레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식스틴]의 열여섯 멤버들 중 쌍꺼풀 없는 눈과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들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는 점은, JYP 소속 아이돌의 외모를 통해 드러나는 박진영의 취향과 일맥상통한다. 여러모로 그는 참, 한결같다.

빛나는 소녀들을 향한 감탄이 나쁜 건 아니다. 객관적인 심사평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감정을 굳이 감추지 않을 만큼, 박진영의 욕망이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하다. 그의 표현법은 때때로 조금 과하게 느껴질지언정 누군가에게 위협적이진 않다. 문제는 박진영의 욕망이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서바이벌 쇼, 그리고 심사위원이라는 자리와 결합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과 마찬가지로 박진영은 경쟁시스템에 확실한 미덕이 있다고 믿는다. [슈퍼스타 서바이벌] 방송 당시에는 “나는 개인적으로 우승하는 사람이 좋아. 우승한다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나가서 꼭 우승을 해. 그래서 경쟁을 시키는 거야”라고, [식스틴]에서는 “진짜 세상에 나가서 싸우기 전에 자기 점검을 한 번 더 한다는 의미에서 (경쟁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경쟁은 동료끼리도 필요하다면 각개전투를 벌여야 하는 일종의 일대일 배틀로얄이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는 참가자들 스스로 같은 팀 내에서 가장 기여도가 낮았던 멤버를 지목하게 만들었으며, [식스틴]에서는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강등될 멤버의 이름을 다른 멤버들이 직접 부르게 했다. 예은은 서바이벌이 JYP의 방식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박진영의 방식이다.


그래서 [식스틴]은 흥미로운 동시에 미묘하게 불편하다. 뛰어난 역량을 지닌 소녀들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고, 결정 권한을 가진 박진영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나마 출연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달리 JYP 소속 연습생들에겐 애초에 선택권조차 없다. 그 와중에 방송은 가장 중요한 것이 ‘박진영’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식스틴] 멤버들에게 예은은 “PD님은 선택을 빨리 하시는 분이야. 잘했다 못했다가 초반 20초면 결정이 나는 거야”라고, 조권은 “박진영 PD님을 무조건 칭찬해. 여우가 돼야 해”라고 조언했으며 닉쿤 역시 “PD님 말 잘 들으면 인생이 편해져”라고 말했다. 살아남고 싶다면 박진영에게 맞춰라. 박진영은 연습생들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자신감 있게 보여 달라고 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진짜 매력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건 박진영이다. 평가는 모호하며, 기준은 결국 ‘나를 만족시켰는가’가 된다. 이렇게 해서라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혹은 데뷔를 할 수 있다면 연습생들에게도 손해 볼 것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앨범 재킷 촬영 미션이 진행된 2회는 소녀들 각자의 개성을 더 또렷하게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소녀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장 먼저 깨우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보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스스로를 상품처럼 어필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JYP는 박진영을 중심으로 한 회사고, 그가 사람을 뽑는 방식에 대해 대중들이 참견할 권리는 없다. 다만 몇 겹으로 포장돼 있던 제작자와 연습생 간의 권력관계를 새삼 훤하게 드러내버린다는 점에서 [식스틴]은 문제적이다. 방송 첫 회에서 박진영은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설레고 기대되는 건 제가 누구를 뽑을지 모른다는 거예요. 아, 두근거려.” 때문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보기 좋은 인형들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더 예쁜 인형을 고르는 듯한 박진영의 시선이다. 그리고, 데뷔를 향한 소녀들의 꿈이 간절해질수록 그의 즐거움 역시 커지지 않을까. 박진영의 거친 생각과 소녀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우리,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서바이벌일 것이다.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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