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은 사과하지 않았다

2015.05.13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소속사는 코엔 스타즈다. 이경규, 이휘재, 김나영, 신봉선, 홍진경 등 많은 인기 예능인들과 가수 장윤정, 칼럼니스트 겸 방송인 김태훈 등이 소속돼 있다. 또한 코엔스타즈가 속한 코엔에는 코엔 미디어가 있는데,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일요일이 좋다] ‘아빠를 부탁해’, JTBC [닥터의 승부]와 [님과 함께 2-최고의 사랑], Mnet [식스틴] 등을 제작한다. (이상 현재 코엔 홈페이지 소개 기준)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가 출연한 파일럿 KBS [나를 돌아봐] 역시 코엔 미디어가 제작했다. 장동민은 [나를 돌아봐]에서 자신이 매니저로 나섰던 김수미에게 지난 몇 주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고, 유상무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물벼락을 맞은 후 “장난도 상처를 줄 수 있구나. 힘들게 할 수 있구나”라고 말한다. 세 사람이 과거 팟캐스트에서 했던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은 이후의 일이다.

“(방청객으로 온 여자에게 줄) 환각제를 구비해 둘게”,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중략) 이 여자가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 창시자야 창시자.” 세 사람이 팟캐스트에서 했던 많은 문제 발언들 중 일부다.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가 오줌을 먹었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다. 세 사람의 반성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반성은 소속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서, 김수미 같은 선배가 “인생사가 슬럼프도 있고”라며 위로도 해주는 것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김석현 CP는 장동민에 대해 “입으로 뱉는 철들지 않는 거친 말 속에 따뜻한 마음”이 있다며 옹호했다. 김석현 CP에게는 장동민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믿음이 장동민이 [코미디 빅리그]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 상대 코미디언에게 “시대가 어느 시댄데 여자를 멍청하다고 그래? 사과해 빨리”라며 면박을 주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연출자의 옹호 속에서, 장동민은 실제로는 가해자이면서도 코미디 속에서는 타인을 꾸짖으며 환호까지 받는다. 자신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는 아무 것도 잃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위로까지 받는 반성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소속사나 자신을 옹호하는 연출자가 관여한 프로그램 속에서 가해자가 아무 것도 잃지 않은 채 책임질 일 없는 사과를 한다. 이것은 권력의 문제다. 세 사람은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의 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오히려 방송의 소재로 삼고, 대중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을 높인다. 사과를 아예 하지 않으면 쏟아지는 비판을 견뎌야 한다. 사과에 따른 책임을 지면 손해를 입는다. 하지만 세 사람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되, 누구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현재 우리가 촬영해 놓은 분량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차한다 안 한다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중략) 제작진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과가 아니라, 제작진을 걱정하는 사과다. 저지른 잘못보다 방송 현실이 우선이고, 그래서 제작진에게 처분을 맡긴다. 그러나 장동민과 유세윤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그들의 소속사는 각 방송사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 현실 앞에서, 어떤 제작진도 세 사람을 하차시키기 어렵다. 유세윤과 유상무의 프로그램 하차는 없었고,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불거진 뒤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하차했다.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는 후보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런 발언이 알려지고서도 [무한도전]에 출연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식스맨’이 된 광희가 [나를 돌아봐]에 출연하자 김수미가 “장동민이 물러나서 좋겠다”며 장동민의 편을 들어줬다. 가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이렇게 ‘우쭈쭈’ 해주는 것일까.

처음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것은 사건의 내용과 별개로 세 사람의 일이었다. 그들이 어떻게든 피해자의 마음을 움직일 사과를 하거나, 억울하다면 스스로를 변호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보여준다. 2015년의 한국은 자신을 옹호할 권력이나 세력이 있다면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가 했던 발언들은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신 소속사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며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방송사는 용인했다. 제작진은 그들을 옹호한다. 결국 그들의 죄는 그들이 출연료를 받는데 도움을 주는 방송 소재가 됐다. 가해자가 자신을 옹호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둘러싸여 마치 피해자처럼 괴로워하고, 그것이 통하는 세상. 그러니, 이렇게 기록으로라도 남기는 밖에.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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