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름이 ‘머슬녀’가 된 후의 일들

2015.05.13

‘머슬녀’가 유행이 된 요즘,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방송이든 나오고 난 후엔 이러다 초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옆 반 친구까지 ‘스캔들남’으로 등장하지 않겠나 싶을 정도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하나하나가 기사화되고 파헤쳐진다. 왜곡된 기사의 여파로 본래의 취지와 전혀 다르게 포장된 내용들이 대중에게 전달돼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비방했다는 오해도 받는다는 단점도 있으나, 어쨌든 이름 앞에 달리는 수식어는 황송하다 못해 오징어가 될 지경이다. ‘몸짱’, ‘글래머’, ‘애플힙’, ‘섹시녀’ 등등 남김없이 캡처해 대대손손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그렇게 나는 불과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tvN [SNL], [강용석의 고소한 19], KBS [개그콘서트], JTBC [썰전] 등을 거치며 이슈를 만드는 섹시한 몸매의 소유자가 됐다. 이미 10년 넘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하면서 내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이나, 보이지 않던 곳에서 홀로 아파했던 지난 세월들은 미디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채 말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대환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마른 몸보다는 탄탄하고 건강한 몸이 각광받게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은 고맙고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사람들이 운동과 다이어트, 몸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잊은 채 1차원적으로 보이는 외형에 집착하게 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날씬=마른 몸’이라는 강박과 스트레스가 이른바 ‘쭉쭉빵빵 꿀벅지 애플힙’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으로 바뀐다면, 그것은 어느 쪽이나 부작용일 뿐이다. 마르기 위해 굶기와 무조건 몸만 만들기 위해 억지로 운동하기, 이 두 가지가 뭐가 다를까.

얼마 전 촬영과 여행기를 위해 몰디브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던 옆 동 풀 빌라의 중년 여인,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뺨치게 제대로 운동을 하던 남아프리카 여배우, 탄탄한 몸매를 가진 80세의 남편과 손을 꼭 잡고 모래사장을 걷던 75세의 복근 할머니 등을 만났다. 그들은 배가 나왔든 체지방과 체중이 얼마나 되든 상관없이 그들 자신의 몸에 당당했고, 그렇게 자신들의 인생을 멋지게 즐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은 국적, 나이, 성별, 외모에 상관없이 진정 섹시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반문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과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10년 후의 모습은 무엇인가. 몰디브에는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도 건강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키니를 입고 선베드에 누워 있는 70대 할머니가 있었다. 그분을 보며 다시 한 번 그동안 추구해오던,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메시지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얻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취향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오늘 ‘대세’라는 내 엉덩이도 내일이 되면 또다시 “육덕지고 과하다”는 핀잔을 듣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지 몸을 만들어주고 다이어트 방법을 전파하는 이른바 ‘몸짱 트레이너’나 방송인 같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너로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체중과 체지방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타인의 잣대에 상처받지 않고 자신이 최고로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굳이 말하자면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할 수 있겠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내 인생을 사랑하게 되면 그 후부터 다이어트와 운동, 건강관리는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배가 좀 나왔어도, 체지방이 좀 많아도, 타고나길 저주받은 신체비율이면 또 어떤가. 인생은 장기전이다. 지금부터 조금씩 섹시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면 그동안 가슴속을 짓누르던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나만의 인생을 오랫동안 즐기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구보다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스스로의 주문,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 그것이 ‘애플힙’이나 ‘머슬녀’ 같은 말을 듣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아름
골퍼, 트레이너, 작가, 방송인, 모델 등 공사다망하게 동분서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싱글녀. 많은 이들이 라이프 오르가즘을 느끼며 건강하게 행복하고 섹시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자하는 원대한 포부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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