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야구│① 김성근이라는 딜레마

2015.05.12


5할. 승과 패, 둘 중 하나를 가져가야 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평균에 소급하는 확률,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3할대를 기록하던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에겐 멀고 먼 승률. 팬들은 팀을 구원해줄 메시아를 갈망했고, 김성근이 왔다.
10할. 승과 패 모든 것이 가능한 경기에서 항상 승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은 확률, 하지만 SK 와이번스(이하 SK) 시절 김성근 감독이 지지 않는 야구를 추구하며 꿈꿨던 승률. 2008 시즌 승률 6할5푼9리를 기록하고도 만족을 모르던 그는, 올해 한화를 만났다.

승률 5할이 꿈인 팀과 승률 10할이 목표인 감독. 그리고 둘이 만난 현재(5월 11일 기준) 한화는 승률 5할1푼5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 몇 년을 경험한 한화로서는 꿈같은 성적이다. 지금의 김성근이 그 어느 때보다 이슈의 중심이 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SK 시절의 그는 ‘야구의 신’이었다. 정근우, 최정, 박경완, 김광현 등을 데리고 절대왕조를 열었다. 당시 그들은 타 팀과의 경쟁에서 저 멀리 앞서 나가며 정말로 지지 않을 것 같은 야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은 한화다. 인간계, 그것도 바닥에 떨어진 신은 여기서도 자신이 꿈꾸는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SK 시절 그의 별명은 ‘인천 예수’였지만 실제로 그는 한화라는 인간의 땅에서 비로소 현신한 메시아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곳은 그가 꿈꾸던 10할의 세계는 아니지만, 한화에게 5할이라는 확률은 기본으로 설정된 디폴트값이 아닌 오랫동안 밟아보지 못한 평균의 전장이다. 승과 패가 맞닿은 최대 격전지이자 서로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선에서 싸워나가며 김성근은 패배보다 많은 승리를 기록했고 그 누구보다 한화를 약속의 땅 가까이 인도했다. ‘야구의 신’의 신화는 오히려 SK 시절보다 견고해졌다.


하지만 그래서 김성근은 한국 야구의 딜레마다. 사실 현대 야구에서는 어떤 명장에게도 메시아의 임무를 기대하지 않는다. 가령 현재의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는 김성근 시절의 SK를 연상시키는 혹은 그 이상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누구도 삼성의 독주가 류중일 감독 한 사람 덕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터운 선수층과 재활 관리, 그리고 구단의 지원이 있을 때 감독의 리더십이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에 반해 선수단에 대한 전권을 요구하는 김성근은 그 스스로 메시아형 리더 담론의 마지막 주창자이자 또한 마지막 증거다. 그는 리더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궁리해 지지 않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그런 리더를 선수들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종 그가 독선적이거나 독재적인 지도자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물론 누구도 그가 지금껏 이룩한 성과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 SK 왕조를 열었고, 과거 최약체에 가깝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리그 2위까지 끌어올렸으며, LG 트윈스에게 마지막 한국시리즈의 기억을 안겨준 것도 김성근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백 퍼센트 이상으로 끌어내는 리더십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쥐어짜낸다는 뜻이며, 오직 승부에만 집중한다는 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기기 위해 모든 게 정당화된다는 것으로 읽혔다. 오해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현재 필승조로서 한화의 승리를 지키는 권혁은 5월 이전에 이미 400구를 던지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비활동 기간 중 훈련 금지는 자살 행위라는 말은 의도에 비해 발언이 셌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자칫 선수의 권익을 건드릴 수 있다. 전성기 SK는 테크닉과 근성 모두에서 역대 최고의 내야 수비를 보였지만, 당시 스파이크를 세운 2루수 정근우의 커버는 ‘발근우’라고 불리며 비난받았다. 그는 이기는 야구가 좋은 야구라고 믿는 승리 지상주의자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있어 좋은 야구는 이기는 야구여야 한다.

김성근에 대해 야구팬들의 호불호가 유독 뚜렷하게 갈리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야구 스타일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리더로서 만들어내는 명백한 결과적 성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다. 가령 지난 4월 12일 한화 대 롯데 자이언츠 시합에서의 빈볼 논란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그만큼 이슈가 될 일이 아니었다. 빈볼이 김성근 감독의 지시였다는 근거도 불분명하다. 김성근 감독에게 유독 악의적인 몇몇 필자들의 여론몰이를 차치하면, 비난 여론의 상당수는 승리를 위해 팀을 완벽히 장악하고 끌어가는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성근에 대한 호불호는 조직과 리더, 결과와 과정이 얽힌 양자택일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일종의 리트머스다.

그래서 김성근이라는 딜레마는 더 정확히 말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딜레마다. 즉 김성근이냐 누구냐가 아니라 김성근이냐 아니냐다. 비정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가, 진 경기에도 의미와 소중함이 있다고 받아들일 것인가. 위대한 리더의 개조를 기대할 것인가, 조직의 자율적인 개선을 믿을 것인가. 미안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 딜레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외에는 답을 찾지 못했다. 또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야구에 미친 감독을 통해서야 한화는 겨우 5할의 마지노선을 넘길 수 있었다. 과연 우리는 이보다 나은 결과를, 그리고 과정을 상상할 수 있을까. 초인 신화 너머 더 납득할 수 있는 과정과 더 나은 결과가 하나가 되는 길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에 따라 김성근이라는 딜레마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이 아닌 더 높은 곳의 가능성으로 인도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메시아의 복음을 전파하는 지금.

글. 위근우
사진 제공. 한화 이글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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