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아이돌이 노래 잘하는 건 당연한 거야

2015.05.11

‘미스터리 음악쇼’인 MBC [일밤]의 ‘복면가왕’에서 2번 연속 우승을 한 ‘황금락카 두통 썼네’의 정체는 그룹 f(x)의 루나였다. ‘복면가왕’이 파일럿으로 방영됐을 때의 우승자는 EXID의 솔지였다. 또한 애프터스쿨 출신의 가희, B1A4의 산들, 비투비의 육성재 등 많은 아이돌이 출연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멤버별로 파트를 나누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그들의 가창력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라드를 부르니 주목 받았다. 그래서 ‘복면가왕’이 여러 실력 있는 아이돌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사실 ‘복면가왕’에서 아이돌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재능 있는 보컬리스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가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솔지처럼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은 보컬리스트도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면서 자신을 빛낼 기회를 얻었다. 노래를 잘 부르든 춤을 잘 추든, 예능감이 있든 일단 아이돌그룹의 멤버로 경력을 시작하는 것 역시 이미 꽤 된 일이다. 게다가 아이돌 연습생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의 친구들과 조금 다른 인생을 산다. 그들의 국영수는 노래와 춤이고, 기획사가 아이돌을 육성하는 것은 실력 있는 학생들을 실력 있는 교사가 특수한 교과정으로 가르치는, 일종의 특목고와 같다. 육성재가 초등학교 때부터 김동률의 노래를 연습했다고 할 때,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특히 집합이 너무 좋았어요’와도 같은 말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돌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한국 대중음악계는 늘 아이돌을 폄하해 왔고, 그 중심에는 실력 논란이 있었다. 무대장악력이나 댄스 실력 등의 지표보다는 가창력이 가장 문제시되었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립싱크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시선에 대항해 아이돌은 자기 개량을 거듭했고, 동방신기나 샤이니 같은 ‘괴물’들을 낳았다. 이들은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가창력을 뽐내고, 다른 아이돌 역시 사정이 아주 다르지는 않다. 어린 나이부터 꾸준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실력을 기르라는 대중의 요구에 부합한 결과다. 1990년대 말, 립싱크가 갑작스레 전면 금지되자 가요 방송에선 안무 때문에 노래를 거의 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아이돌들은 안무의 격렬함이나 가창력에 서로 차이는 있을지언정 무난한 수준 이하로 노래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는 데뷔 시점에서 갖춰야 할 가창력의 최소 기준선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올라갔음을 보여준다. 


물론 가창력이 서열화할 수 있는 능력치는 아니다. 노래가 주는 감동 또한 다양하기 마련이다. 다른 무대에서라면 박학기, 장혜진, 케이윌의 노래가 창민, 송지은, 솔지의 그것보다 아래에 놓여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만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돌은 노래를 잘 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아이돌 중 유독 노래를 잘 하 이들은 웬만한 다른 가수들보다 더 뛰어나기도 하다. 게다가 ‘복면가왕’은 대결하는 두 명의 가수 중 관객과 패널의 투표로 한 사람만 살아남기에 무대의 즉각적인 감동이 중요하고, 이런 대결이 여러 차례 이어진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수보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판정단과 관객을 놀라게 하는 가수가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유리한 것이다.

그 점에서 아이돌은 의도치 않게 ‘복면가왕’에 최적화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싱글 위주의 음악시장이 되면서 장르 가수들은 자신의 장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아이돌은 어쩔 수 없이 ‘가요’ 그 자체다. 팀에 따라 장르적 색채가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음악을 하고, 댄스도 발라드도 놓칠 수 없다. 그만큼 특정 장르에 깊이 들어가기보다 다양한 장르와 무드를 소화할 수 있도록 길러진다. 그리고 시장은 이 모든 것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내도록 요구한다. 음반을 사는 아이돌의 팬이 아니라면, 아이돌의 이런 다양한 능력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면가왕’은 아이돌의 이런 장점을 대중적으로 드러내게 하면서 아이돌 보컬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방송이 벗겨내는 진짜 편견은 따로 있다. 아이돌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트레이닝을 받고, 소속사의 영향이 보이는 노래들을 부르기에 ‘테크닉은 좋지만 와 닿지 않는 껍데기’라는 시선을 받고는 했다. 그러나 ‘복면가왕’에서 솔지가 부르는 ‘가수가 된 이유’, 산들의 ‘응급실’, 루나의 ‘혼자라고 생각 말기’, 육성재가 부르는 ‘감사’에 묵직한 감동을 느꼈다면 그것은 가짜가 아니다. 복면이 이 노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이돌 보컬들이 여태 아이돌이란 복면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니란 것이다. 단지 우리 대중이 그들의 노래를 여태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 따름이다.

글. 미묘(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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