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 이것이 고전(古典)이다

2015.05.06

현시점에서 2015년 올해의 앨범이라는 답은 정해져 있다. 남은 기간 동안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등의 보험을 들어두는 단서조차 필요 없을 것이다.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는 예정된 발매일을 1주일 앞두고 기습적으로 공개되었고, 그 1주일이 미처 지나기도 전에 그렇게 되었다. 모든 평론가와 애호가들은 저마다 더 강력한 표현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언젠가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는 문화적 사료가 될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비견하며 ‘각자의 장르와 그 감상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다들 이 앨범이 음악 교과서에 들어가는 날,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랑하려고 준비 중이다.

켄드릭 라마가 누구인지 잘 모르더라도 이른바 ‘컨트롤 대란’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저 ‘디스전’이 벌어진 것으로 기억되는 이 현상은 사실 켄드릭 라마가 빅 션의 미발매 트랙 ‘Control’에 참여, 제이 콜, 빅 크릿 등 10여 명의 젊은 래퍼들을 직접 호명하고 ‘경쟁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에서 시작됐다. 이것은 힙합 문화와 랩 음악이 개인의 성공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음악과 가사의 예술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To Pimp A Butterfly]는 자신이 던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앨범은 상업적 성공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80분에 육박하는 분량은 하나의 곡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단순히 힙합으로 특정할 수도 없다. 켄드릭 라마가 팔리아먼트와 존 콜트레인을 언급했던 것처럼 펑크, 프리재즈, 낭독 또는 대화를 뒤섞어 흑인 음악의 수원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여정이 담겨 있다. 음악적 성분만을 놓고 보면 작년 말 깜짝 발매돼 세상을 놀라게 한 디 안젤로의 [Black Messiah]가 소울을 바탕으로 했던 작업과 비교할 만하다. 커버에서부터 직접 이해할 수 있는 흑인 정치의 메시지도 공통적이다. 최근 미국 내 인종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은 경력과 스타일에 관계없이, 진지한 음악가들이 비슷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사의 측면은 더욱 논쟁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신분 상승과 상업적 성공에만 목마른 흑인 유명인들이 흑인들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심지어 나쁜 선입견에 기여하는 것을 비난한다. 한편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젊은 흑인들을 교묘하게 착취하는 경제 시스템을 고발한다.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인식하면서,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동료들에게 행동을 촉구한다. 동시에 실력과 인기를 동시에 갖춘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의 중압감과 두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앨범의 마지막은 그가 가장 존경한다고 알려진 투팍의 생전 목소리를 이용하여 앨범 전체에 걸친 고민을 나눈다. 성공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음악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런 시도는 흑인음악이 대중음악의 중심이 되고 상업적 파괴력을 지닐수록 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켄드릭 라마는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한 2장의 앨범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도 덜어내지 않았다. 이는 힙합이라는 장르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요즘 시대에 희귀한 일이다.

켄드릭 라마는 ‘앨범’이란 단지 몇 곡의 노래가 모인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이자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던 시절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또한 개인의 경험과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편적인 공감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가 나고 자란 콤튼은 N.W.A.와 닥터 드레부터 YG나 이지-이 같은 힙합 음악가들의 고향인 동시에, 흑인/히스패닉 갱들의 본산지이자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앨범에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주제로 삼았던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와 연결 짓고, 그것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비평과 상업의 양면에서 모두 성공했다. 신보를 중심으로 매주 1위가 바뀌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2주 연속 수위를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때로 현재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당시에는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 기술적, 철학적 성취가 어떠한 맥락에서 오랜 세월의 시험을 거치고 살아남았는지 말이다. [To Pimp A Butterfly]는 최소한 음악이라는 맥락 안에서는 언젠가 비슷한 질문을 맞닥뜨릴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아마 현재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당신이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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