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백종원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2015.05.04

지금 가장 재미있는 요리쇼이자 ‘먹방’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나온다. 백종원은 쉴 새 없이 무엇이든 썰고 비비고 굽고 먹는다. 특별한 메뉴가 있는 건 아니다. 계란말이와 짜장, 김치와 참기름만 넣고 비빈 밥, 명란젓에 마요네즈를 듬뿍 섞어 속을 채운 김밥 등 대부분 평소에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백종원의 승부수 역시 셰프의 권위나 전문성이 아니다. 의외로, ‘깜찍함’이다. 그는 두툼한 손에 커다란 중식도를 들고 김치나 파를 착착착 거침없이 썰다가 “잘하쥬?”라고 묻거나, 한 손으로 팬을 흔들어 또띠아를 뒤집어놓고는 뿌듯한 듯 슬쩍 웃음 짓곤 한다. 심지어 큰 두 눈을 껌뻑이고 오동통한 볼을 움직이며 먹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백종원의 모습은, 한창 군것질거리에 빠진 초등학생 남자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운영 중인 브랜드만 33개, 가맹점 총 566개, 심지어 해외에도 매장을 갖고 있으며 연매출은 700억 원에 달한다. KBS [해피투게더 3]에서 레이먼 킴은 백종원의 수입이 셰프 중 가장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디어에서 그를 소개할 때는 ‘요식재벌’, ‘장사의 신’ 같은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성공한 셰프이자 사업가로서 백종원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대중의 취향과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감이다.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샐러드빵, 칼칼한 짬뽕, 쌈채소가 풍성한 쌈밥 등 그가 운영 중인 ‘더 본’의 음식들은 전부 저렴한 가격 안에서 최대한 배부르고 맛있는 한 끼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방송을 하는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자취생들이 뚝딱 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간편하지만 직관적으로 맛있는 것이다. 볶음밥에는 양파를 넣으면 물이 많이 생기니 파를 넣으라거나, 계란말이에는 물을 넣어야 된다는 둥 그가 전수하는 팁 또한 오로지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다. 게다가 음식을 예쁘게 담는 것에도 신경 쓰는 다른 요리 프로그램들과 달리, 그는 플레이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맛과 포만감이다.


그리고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출연자들 중 가장 많이, 가장 자연스럽게 채팅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실수를 놀리는 사람들에게 장난스럽게 버럭 하고, 게임 [와우]에 빠져 살았던 시절의 일화를 들려주는가 하면, 김구라의 방해로 음소거를 당했을 땐 온갖 표정은 물론 스케치북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방송에 익숙하지 못해 소주병을 깨고, 계란말이를 망치고, 춘장을 아스팔트처럼 튀기는 등의 실수는 귀여운 먹보 같은 그의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요리는 쉽고, 소통은 편하다. 그 대중적인 감각과 친근함의 바탕에는 음식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백종원은 어릴 때부터 미식가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미각의 경험을 넓혔고, 지금도 냉장고에는 보통 사람이라면 어디에 쓰는지도 잘 모를 진귀한 재료들이 쌓여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리에 대해 배우는 것을 순수하게 즐거워한다. 올리브 [한식대첩 2]에서는 참가자들을 평가하거나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이 몰랐던 요리법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는 심사위원이었으며, 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에서 역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육수 내는 법이 궁금해 다시 견학을 갈 만큼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분명 요리는 그에게 일이다. 요리와 사업에 관해서라면 그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고 공유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백종원의 현재는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한 대답 같다.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먹는 것이 취미이자 일, 나아가 인생 전체이기도 한 백종원은 온몸으로 이 단순한 행복의 미덕을 보여주는 중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파일럿 방송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후, 백종원은 이런 우승소감을 밝혔다. “와이프 좀 예뻐해 주세요. 진짜로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입니다.” 결혼 당시 아내 소유진과 그의 나이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가 ‘재벌’이라는 이유로 불거졌던 여러 가지 루머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안다. 백종원은 돈이나 지위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쑥스러우면 씩 웃으며 천장만 바라보고, 자신을 섭외한 제작진에게 “저 같은 사람 왜… 여기 나오라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시간 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나 봐요”라며 어색해하는 모습 같은 건 꾸민다고 해서 꾸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하프’를 쓰려면 왜 마요네즈를 쓰냐”고 화를 내다니, 정말로 좋은 사람 아닌가.




목록

SPECIAL

image 공효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