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카카오프렌즈 VS 라인프렌즈, 당신의 지갑을 노리는 프로 귀요미들

2015.04.30
카카오톡인가, 라인인가. 지금이라면 이 질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각각 2011년 10월과 2012년 11월에 처음 등장한 이후,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는 오로지 귀여움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더 귀여운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메신저 앱 바깥으로 튀어나온 캐릭터를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팔고 돈을 지불하게 되었다. 그리고 캐릭터 사업의 매출 폭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모두, 점점 더 다양하고 집요하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지갑을 노린다. 캐릭터의 특징부터 브랜드 스토어의 분위기, 콜라보레이션까지 두 브랜드의 같은 듯 다른 잠재적 고객 조련 방식을 비교했다.


실감 나는 표정 VS 단순한 얼굴
그냥 ‘카톡 개’와 ‘카톡 고양이’가 아니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에게도 엄연히 공식적인 이름은 있다. 신성록과 꼭 빼닮은 강아지는 잡종이라는 콤플렉스가 있는 부잣집 개 ‘프로도’이고, 단발 가발을 찰랑거리는 고양이는 프로도의 연인이자 본인 이외엔 중요한 게 없는 ‘네오’다. 이 밖에도 유전자변이 악동복숭아 ‘어피치’, 선글라스와 뽀글뽀글한 머리가 인상적인 ‘제이지’, 겁 많고 마음 약하지만 한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오리 ‘튜브’, 부끄러움을 많이 타 토끼옷을 입고 있는 단무지 ‘무지’, 그를 키우는 악어 ‘콘’ 등이 있다. 이런 특징을 모른다고 해도, 이모티콘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디테일한 표정과 생김새, 행동 등은 이들을 만화 속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가령 새침한 이미지는 네오, 분노하는 이미지는 튜브, 장난스러운 건 어피치 같은 식이다. 반면 라인프렌즈의 캐릭터들은 몇 개의 점과 선만으로 그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디자인이다. 게다가 곰 ‘브라운’과 오리 ‘샐리’는 성격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한데, 특정한 이미지나 스토리텔링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귀여운 캐릭터 자체로 존재하는 듯한 인상이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표정을 지운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다른 전략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체험관 같은 스토어 VS 테마파크 같은 스토어
각각 국내(카카오프렌즈)와 해외(라인프렌즈)에 집중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브랜드 스토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매장 모두 방문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인형 혹은 피규어가 전시돼 있으며,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굿즈들이 잔뜩 쌓인 채로 판매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서만 만나왔던 캐릭터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점이자 체험관의 기능까지 하는 것이다. 다만, 고객들을 더욱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방법에서는 라인프렌즈가 조금 더 앞서 가는 모양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종의 테마파크에 가깝다. 매장에서는 경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안녕하세요. 라인프렌즈입니다”라는 멘트 또한 주기적으로 들려온다. 중간중간 배치된 캐릭터 풍선과 도로처럼 꾸며진 바닥의 방향 표시 그림은 소소한 재미요소다. 핵심은 지하 1층의 카페다. 브라운과 샐리 얼굴을 그대로 옮겨놓은 마카롱은 물론, 푸딩과 커피 병 등 패키지마저도 버릴 게 하나 없으며, 자그마한 피규어를 무작위로 고르게 하는 음료-피규어 세트는 뽑기의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여기에 비해 카카오프렌즈는 가장 큰 매장인 코엑스점에서도 벽면 디스플레이를 계절에 맞게 바꾸는 정도의 전략만 고수하고 있다. 물론, 좋은 포토 스폿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있을 건 있는 굿즈 VS 별게 다 있는 굿즈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산다’라는 각오가 ‘뭐라도 꼭 사겠다’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귀여운 굿즈들의 무차별 공습 앞에서는 이성의 끈을 온전히 붙잡고 있기 어렵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도 머그컵과 텀블러, 커다란 봉제 인형, 책상 위에 놓기 좋은 크기의 피규어, 노트, 휴대폰 케이스, 접착식 메모지, 와펜, 스티커, 카드, USB 등 기본 굿즈가 가득하다. 캐릭터의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수면 안대와 얼굴 모양의 마우스패드, 폭신폭신한 실내용 슬리퍼 같은 것들도 있다. 도대체 어떤 고객층을 겨냥하고 만든 건지 의아한 골프공과 골프채 헤드 커버 정도를 빼면, 카카오프렌즈에는 꼭 필요하진 않지만 사두면 언젠가는 유용할 물건들이 주를 이룬다. 의외의 물건은 없다. 한편 라인프렌즈 스토어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집 전체를 관련 굿즈로 꾸밀 수 있을 것만 같다. 우산이나 접시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티셔츠와 비치볼, 틴케이스, 어린이용 가방, 머리띠, 심지어 봉투에 브라운이 그려진 커피 원두까지 있다. 굳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해도 넋을 놓고 보다 보면 억지로 필요를 만들어내고 싶은 지경이다. 결국 홀린 듯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점에선 있을 건 다 있는 카카오프렌즈나 없을 것도 있는 라인프렌즈 전부 무서운 개미지옥인데, 조심해야 할 곳은 오프라인 매장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 그리고 라인의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생활밀착형 콜라보레이션 VS 마니아를 자극하는 콜라보레이션
카카오프렌즈는 친근한 브랜드와 주로 콜라보레이션을 해왔다. 페리오와 손잡고 캐릭터별 치약을 내놓는가 하면, 배스킨라빈스와는 어피치와 무지 얼굴 모양의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만들었다. 던킨도너츠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는 강아지 귀 형태의 뚜껑과 프로도 얼굴이 그려진 컵에 핫초코를 내놓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연 샤니와 함께 만든 ‘카톡빵’이다. 135종의 캐릭터 ‘띠부띠부씰’이 들어 있는 이 빵은 국진이빵과 핑클빵, 포켓몬빵의 계보를 이으며 사람들의 수집욕을 다시 한 번 자극했다. 스티커를 사기 위해 빵을 덤으로 받는다고 생각해도 억울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는 사실에 이르면, 이 모든 콜라보레이션이 이들의 전 국민적 인지도와 친근함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와 달리 라인프렌즈는 법랑과 유리제품 브랜드 뮬라, 만년필 브랜드 라미, 주얼리 브랜드 스왈롭스키 등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된 브랜드들과 협업해왔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 29CM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진행과 동시에 한정판 박스를 발매하기도 했다. 라인 메신저의 캐릭터라기보다는, 라인프렌즈 자체로 독립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CU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브라운과 코니, 샐리 등이 그려진 음료 ‘델라페’를 출시하고 카페베네 빙수와도 협업을 도모하는 등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다만 오는 5월 1일부턴 버거킹에서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프로모션이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 남은 건 ‘누가 먼저 맥도날드 해피밀을 내놓느냐’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뱅크월렛카카오 VS 라인레인저스
온순하고 소심하지만 화나면 무서운 브라운,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지만 때로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변덕쟁이 코니, 호기심 많고 감정의 기복이 큰 말썽꾸러기 문,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기 자신인 제임스. TV판 애니메이션 [라인타운]에서는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의 성격을 이렇게 자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한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여러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엮어낸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주 짧은 글과 귀여운 그림이 곁들여진 [브라운, 무슨 생각해?]라는 책까지 발매되었다. 라인레인저스와 라인팝, 라인버블 등 라인 메신저 기반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캐릭터로 최대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동시에,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프렌즈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을 만큼([헝그리앱] 보도) 캐릭터의 활용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다음카카오에서 만든 송금 및 결제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 앱에 아주 잠깐씩 등장하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캐릭터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지에 [카카오 가라사대]라는 콘텐츠가 있긴 하나, 사자성어와 그에 맞는 그림을 위트 있게 곁들인 ‘짤방’에 가깝다. 캐릭터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기보다 어디까지나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이라는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귀여운 그림으로 어필하는 카카오프렌즈 VS 감각적인 사진으로 어필하는 라인프렌즈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는 각각 카카오스토리, 라인에 공식 계정을 두고 종종 소식을 알려온다. 두 브랜드의 스타일도 사뭇 다른데, 카카오프렌즈는 사진보다 그림을 내세운다. 새해가 되거나, 밸런타인데이이거나, 새 학기가 시작되는 등 사소한 이벤트가 있는 시기마다 잊지 않고 그 상황에 맞게 그려진 캐릭터 이미지를 게재한다. 2013년 크리스마스에는 무지와 네오, 프로도, 어피치, 튜브, 제이지가 모두 모여 두 손을 마주 잡고 캐럴을 부르는 사랑스러운 동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상품과 이벤트, 스토어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떡밥’은 많고, 그래서 귀여운 그림을 구독하듯 별 거부감 없이 소식을 받아보게 된다. 반면 라인프렌즈는 꼭 필요한 공지에만 집중한다. 특히 큰 공을 들이는 것은 신상품 프로모션으로, 각각의 물품에 맞는 상황을 연출한 다음 단정한 톤으로 사진을 찍어 올린다. 예를 들어 머그잔은 테이블 매트, 나무 쟁반, 간식과 함께, 손수건은 여성의 팔목이나 리버스 보틀에 감아 촬영하는 식이다. 이렇듯 SNS용으로 다듬어진 이미지는 구매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또 다른 인증샷을 유도한다. 캐릭터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든 목적은 결국 같다. 그걸 알면서도 지갑을 열게 되는 이들에게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대결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라는 건 아마 딱 하나일 것이다. 귀여운 걸 계속 만들어주세요. 더, 더, 많이.

글. 황효진
디자인. 전유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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