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① 비로소, 연기라는 모험

2015.04.17


흔들리는 눈빛의 반항아는 언제나 강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앵그리맘]에서 학원 폭력의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 가까운 고복동에게 계속 눈길이 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진이경(윤예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따지는 오아란(김유정)에게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냐”라고 서슴없이 거친 말을 내뱉지만 정작 폭력은 쓰고 싶지 않아 태연한 척 긴장하는 눈빛을 보이는 복동은, 두려움에 떨며 사람 앞에 이빨을 드러낸 상처 입은 대형 유기견 같다. 거의 항상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주지만, 또한 이토록 복잡한 감정의 결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표현해내긴 어려운 캐릭터. 고복동을 연기하며 포털 캐릭터 검색 순위 1위까지 오를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배우 지수의 인기는 그래서 단순히 고복동 덕분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복동이는 반항아가 아니에요.” 고복동에 대한 지수의 조심스럽지만 단정적인 해석이 흥미롭게 들린 건 그 때문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복동이는 반항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동칠(김희원)이 시키는 대로, 도정우(김태훈)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에요. 방울(김희선)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그런 자기 세계에 갑자기 들어온 매뉴얼에 없던 사람이라 그래요.” 신인 배우가 자기 캐릭터를 사랑하고 옹호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그 안에 일관성을 부여해 확실히 캐릭터를 잡고 끌고 가고, 감독 역시 “네 생각대로 하라”고 인정해주는 건 건 신인으로서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그의 프로필을 확인해본다. [앵그리맘], 분명 지수의 첫 드라마다.

물론 드라마 출연 이전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학원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을 따라 극단에서 꾸준히 연극 연기를 해왔으며, 영화 [누나 믿지?], [서울메이트] 등에 출연했던 경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첫 공중파 드라마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장악해내는 건, 지난 몇 년의 연기 경험보다는 차라리 그의 천성 덕인 듯하다.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동안 유도부에서 활동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 공부에도 매진해보고, 아니다 싶으니 이번엔 연기를 해보겠다고 뛰어들던 모험심 많은 십대는 이제 첫 드라마 현장에 대해 “정말 분위기가 좋고 재밌다”고 말한다. 두려움 없이 접근하고, 후회 없이 몰입한다. 현재 소속사인 프레인 TPC 대표가 소속 배우들에 대해 적은 프로필에서 “배우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무작정 회사에 전화해 받아달라고 한 일화는 무모하면서도 사려 깊다. 종종 오해받는 것이지만, 새로운 세상이란 결코 대충해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지수에게 연기는 더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모험의 영역이다. “배우에서 저의 모험이 끝났냐고요? 잘은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지금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고 있어요.” 연기 선생님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키와 얼굴이 재능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영화를 찍으며 연극 연기와는 또 다른 자연스러운 연기의 세계를 접했다. 지금은 [앵그리맘]을 통해 대중의 관심 안에서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고복동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하게 기록되겠지만, 또한 앞으로 그가 “매번 그 캐릭터로 믿어질 수 있도록” 연기해야 할 수많은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모든 모험과 도전이 성공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유도든, 공부든, 아르바이트든, 지수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충분히 경험할 때까지 몰입해왔다. 그러니 앞의 여전히, 라는 말은 이렇게 바꿔도 되겠다. 다행히, 라고.

글. 임수연
사진.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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