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는 언제나 싸우고 있다

2015.04.03

카니예 웨스트가 2015년 3개월 동안 한 일을 정리해보자. 우선 새해 첫 날, 폴 매카트니와 함께 만든 ‘Only One’을 공개했다. 이어서 리한나가 합세한 ‘FourFiveSeconds’를 내놓았다. 2월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아디다스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컬렉션, ‘Yeezy Season One’을 선보였다. 이 쇼는 [스타일닷컴]에서 전통의 1위 샤넬을 제치고 가장 많이 시청한 컬렉션이 되었다. 그래미 시상식과 [SNL]의 40주년 특집에서 새로운 노래와 히트곡을 공연했다. 3월이 되자 새 앨범의 타이틀이 [So Help Me God]임을 밝히고 브릿 어워드에서 ‘All Day’의 무대를 펼쳤다. 그 직후에는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바탕으로 강연을 했고, [보그] 프랑스판의 전설적 편집장 카린 로이펠드가 새롭게 운영 중인 [CR Fashion Book]에 ‘전형적으로 아름답지 않지만 매력 있는’ 주제의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자신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만든 무료 온라인 잡지 [Season] 창간이나 스트릿웨어 쇼핑몰 ‘카르마루프’ 인수 작업, 가장 중요한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글래스톤배리]의 헤드라이너 발표는 사소해 보일 지경이다. 시카고 예술대학이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종합 예술가에게 충분히 가능한 예우일 것이다.

자, 그럼 우리는 이 남자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래퍼, 프로듀서, 음악가, 패션 디자이너, 미술 큐레이터, 잡지 편집자, 사업가, 박사 중에 고르면 될까? 어느 하나를 택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카니예 웨스트는 옥스포드 강연에서 “계층과 엘리트주의에 의한 차별이 오늘날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졸업생들을 위한 그럴 듯한 축사가 아니다. 카니예 웨스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편견과 싸우고 있다. 힙합 뮤지션인 그가 글래스톤배리 헤드라이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청원에 13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그의 답은 무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나이키와의 협업 관계를 끝내고 아디다스로 옮긴 것은 자신의 디자인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나이키는 그의 이름을 딴 새로운 신발이 언제 발매되는지 알려주지 않았을 만큼 그를 마케팅 도구 정도로 여겼다. 아디다스와는 자신의 브랜드와 컬렉션에 대한 권리를 보장 받았다. 여전히 패션계는 그를 경계한다. 카니예 웨스트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유명한 자신의 위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가 패션업계의 혁신과 발전에 대한 욕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한다.


이런 일들을 성공한 힙합 뮤지션의 활동 영역이 넓어져서 생긴 작은 해프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카니예 웨스트가 흑인 음악가로서 맞닥뜨린 편견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데뷔 당시 음악 산업은 랄프 로렌을 입고 루이비통 백팩을 맨 젊은 프로듀서에게 좀처럼 데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일반적인 래퍼들과 달라 보인다는 이유였다. 타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니예 웨스트는 데뷔 앨범에 고전적인 소울 곡들을 랩에 적합하도록 빠르게 돌리는 자신 만의 샘플링 기법과 자아성찰과 종교적인 상징을 담아내는 가사를 고집했다. 갱스터들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이후 ‘대학 3부작’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도입하고, 일렉트로닉, 포크, 록 등 다양한 사운드를 샘플링과 가사, 참여 아티스트들을 통해 담아냈다. 어머니와 오랜 연인을 잃고 만들어낸 2008년의 [808s & Heartbreak]는 아예 랩이 아닌 노래를 중심으로 삼았다. 힙합 버전의 프로그레시브이자 앨범을 통째로 뮤직비디오로 찍은 블록버스터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앨범 재킷조차 없고 전작의 스케일과 완전히 반대에 놓인 [Yeezus]를 연이어 내놓았다. 그 둘은 모두 2010년대 전반의 가장 훌륭한 앨범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폴 매카트니와 ‘Only One’을 함께 하고, 여기에 리한나까지 끌어들여 ‘FourFive Seconds’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일관된 방향이 일으킨 결과다. 랩 없이, 기타 연주 하나만 있는 가스펠에 가까운 곡을 리한나와 함께 부른다. 심지어 폴 매카트니는 연주만 할 뿐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카니예 웨스트가 힙합이라는 틀에 얽메이지 않고 힙합 자체의 외연을 넓혀왔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래미 시상식에서 카니예 웨스트가 벌인 일을 단지 또 하나의 시상식 소동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는 과거 MTV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에 불만을 품고 난입했고, 비욘세가 수상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올해에도 그는 벡이 올해의 앨범을 수상할 때 무대에 걸어 올라간 다음, 다시 내려왔다. 처음에는 과거 사건을 스스로 패러디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시상식 직후 “벡이 예술성을 존중한다면, 비욘세에게 상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니예 웨스트는 몇 주 후 트위터를 통해 벡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가 굳이 이런 주장을 할 필요는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을 관철하고자 싸워왔다.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겠지만, 이 태도가 카니예 웨스트의 현재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스케줄, 또는 부인 킴 카다시안과의 관계에 관해 쏟아지는 가십만으로도 그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를 무엇인가로 규정할 수 있다면, 끊임없이 편견과 한계에 도전하고 싸우는 예술가일 것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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