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슈퍼히어로 영화제

2015.04.02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스파이더맨이 셀까? 엑스맨이 셀까? 이들의 전투 능력에 대한 줄 세우기는 슈퍼히어로물이 등장한 이래로 계속된 설전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오랜 궁금증만큼이나 한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승부가 궁금해지는 싸움의 결과. 채널고정영화제가 슈퍼히어로들의 전력분석에 나섰다.
엑스맨 vs 판타스틱4

[엑스맨 2] 4/13(월) PM 7:00 채널CGV
[엑스맨: 최후의 전쟁] 4/20(월) PM 7:00 채널CGV
[판타스틱 4] 4/21(화) PM 7:00 채널CGV
[판타스틱 4: 실버서퍼의 위협] 4/29(수) PM 7:00 채널CGV


타고난 초능력과 우연한 사고로 얻게 된 초능력. 둘 중 무엇이 더 셀까? 아무래도 유전자에 새겨진 능력에다가 조기교육으로 단련된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우세해 보인다. 적수가 없어 보이는 울버린(휴 잭맨)의 재생능력과 아만티움, 진(팜케 얀센)의 텔레파시와 염력에 기상환경을 조종하는 스톰(할리 베리)과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스콧(제임스 마스던), 상대의 에너지를 흡수해버리는 로그(안나 파퀸)까지 자비에 영재학교의 주요 인력만 추려도 이 정도다. 능력만으로 본다면 지구뿐 아니라 은하계까지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슈퍼히어로들이지만 속사정은 녹록치 않다. 단체생활 안에서 얽히고설킨 사랑의 작대기는 [엑스맨 2], [엑스맨 3]를 거치며 삼각관계를 생산하면서 엑스맨들의 팀워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돌연변이계의 설리번 선생님,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의 훈육도 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연애 아닌가. 교육열과 뒤바꾼 그의 머리숱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방사선에 노출된 이후 생긴 판타스틱4 멤버들의 능력은 사실 엑스맨들에게 비한다면 소박한 수준이다. 우주탐사를 떠난 과학자와 비행사인 이들은 고무인형처럼 온 몸이 쭉쭉 늘어나거나 투명인간이 되고, 불이 되어 날아다니며 온몸이 돌로 변해버린다. 지구를 지키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초능력이지만 이들이 엑스맨들에게 결코 뒤쳐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빈곤한 팀워크. 수(제시카 알바)와 리드(이안 그루퍼드)는 과거에 연인 사이였으며 쟈니(크리스 에반스)와 벤(마이클 치클리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안 그래도 어느 날 갑자기 변해버린 몸과 사람들의 관심이 불편한 이들은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푼다. 벤과 쟈니는 몸싸움으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수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리드에게 화를 낸다. 다행히 엑스맨과 판타스틱4 모두 악당이라는 외부의 적이 있었기에 불화라는 내부의 적을 다스릴 수 있었는데 스펙터클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현장을 확인해보자.

배트맨 vs 슈퍼맨

[배트맨 비긴즈] 4/14(화) PM 7:00 채널CGV
[다크 나이트] 4/22(수) PM 7:00 채널CGV
[슈퍼맨 리턴즈] 4/28(화) PM 7:00 채널CGV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가 입사 면접 시험 문제로 등장할 만큼 이 둘은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슈퍼 히어로 캐릭터다. 하지만 배트맨과 슈퍼맨은 라이벌로 싸운다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치는 조력자에 가깝다. DC 코믹스의 최강 슈퍼히어로들이 모인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배트맨과 슈퍼맨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가장 신뢰한다. 2016년 개봉을 목표로 한 [배트맨 vs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에서도 슈퍼맨과 배트맨은 원더우먼과 함께 힘을 합쳐 악의 세력에 대항할 예정이다. 물론 이 둘의 전투 능력은 이미 [저스티스 리그]에서 판가름 난 적이 있다. 코믹북에서만큼은 조커화된 히어로들을 배트맨 특유의 무기와 기지로 제압해나가는 배트맨이 지구 최강의 남자다. 그러나 영화로만 보자면 아무래도 [슈퍼맨 리턴즈]의 슈퍼맨(브랜든 라우스)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재벌에다 오랜 훈련으로 강한 몸을 얻게 된 배트맨(크리스찬 베일)과 달리 외계인으로서 타고난 그의 월등한 신체적 능력은 인간이 넘보기엔 너무나 우월하다. 심지어 하늘을 날지 않는가. 배트카를 비롯해 각종 최첨단 장비의 도움 없이는 ‘싸움 좀 하는 동네 형’에 불과한 배트맨이 슈퍼맨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슈퍼맨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그를 사악하게 만들거나 고통을 주거나 초인적인 능력을 제거시키는 다양한 크립토나이트가 바로 그것. 엄청난 기술력으로 각종 무기를 생산하는 ‘아이템 부자’ 배트맨에게 크립토나이트는 슈퍼맨을 무력화시킬 장비의 좋은 재료가 된다. 그러나 배트맨과 비교했을 때 슈퍼맨의 가장 큰 약점은 크립토나이트가 아니다. 지구인들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다소 전략적인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불필요하게 힘을 들이고, 악당들에게는 쓸데없이 관대하다. 배트맨은 다르다. 사람들을 지키지만 그들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또 인간들의 선한 본성에 의지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다. 그에 따라 전술을 세우는 전략적 사고는 배트맨의 비밀 무기보다 효과적으로 그를 강하게 만든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돋보이는 그의 전술과 지상 최대의 적 조커(히스 레저)를 극복한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다크 나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vs 블레이드

[스파이더맨 3] 4/27(월) PM 7:00 채널CGV
[블레이드 2] 4/16(목) PM 7:00 채널CGV
[블레이드 3] 4/30(목) PM 7:00 채널CGV


제 아무리 스파이더맨이라도 블레이드를 상대하는 건 벅찬 싸움이 될 것이다. 거미 인간이 되어 뉴욕을 날아다니고 난다 긴다 하는 악당들을 처리해왔지만, 블레이드는 반은 인간 반은 뱀파이어로 두 종족의 우성 인자만을 흡수한 하이브리드다. 뱀파이어의 초인적인 힘을 지녔으나 인간처럼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고, 뱀파이어에 대한 증오는 그를 뛰어난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늘 스스로와 싸워야했던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미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확립한 셈. [스파이더맨 3]에서 심비오트로 인해 다크 버전의 자신과도 내적 갈등을 벌여야했던 스파이더맨을 생각하면 측은하기까지 할 정도다. 더군다나 스파이더맨에게는 지켜야 하는 여자친구와 일자리가 있다.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던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신문사에 취직한 뒤에도 영웅 노릇과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여있지만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자신의 역량을 오로지 뱀파이어 때려잡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블레이드] 시리즈 중 최고작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2]에는 ‘테크노 뱀파이어’라는 칭호를 받기에 이른다. 첨단 무기와 선글라스, 홍콩영화 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 긴 코트까지 이전의 뱀파이어들과는 달랐던 블레이드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만나 한층 더 차별화된다. 감독의 인장이 박힌 기이한 크리처들은 독보적인 캐릭터 블레이드와 함께 피의 축제를 벌인다. 턱이 갈라지고, 혀에서 촉수가 나오는 등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변종 뱀파이어를 제대로 구현한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이미지는 [블레이드 3]까지 이어지는데, 사실 세 번째 시리즈에서 강화된 키포인트는 섹시함이다. 블레이드는 매 시리즈 어쩔 수 없이 조력자들과 함께 했지만 [블레이드 3]에서는 아비게일(제시카 비엘)과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사로잡은 육체파 미녀 제시카 비엘과 스칼렛 요한슨의 연인이었던 라이언 레이놀즈라니. 그동안 홀로 고군분투했던 웨슬리 스나입스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물론 별다른 활약 없이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다행히 늘 혼자 뉴욕을 지켜 애처로워 보이던 스파이더맨 역시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되었다니 [스파이더맨 3]를 지켜보며 그의 [어벤져스] 정규직 채용을 축하해주자.

‘끝판왕’ 헐크

[인크레더블 헐크] 4/23(목) PM 7:00 채널CGV


돌연변이 초능력자들과 우주에 갔다 와보니 영웅이 된 이들, 그리고 백만장자 배트맨과 외계인에 거미인간과 흡혈귀 잡는 해결사가 총출동한다. 어마어마한 대격돌이 예상되지만… 헐크가 나타난다면? ‘끝판왕’ 헐크의 시작을 보여주는 [인크레더블 헐크]는 헐크라는 파괴지왕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배우 에드워드 노튼을 앞세웠다. 지적인 이미지 탓에 미스 캐스팅이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헐크]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었던 에드워드 노튼은 시나리오 초안에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안 감독의 [헐크]가 헐크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브루스의 비애에 천착했다면 [인크레더블 헐크]는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오락적인 측면을 좀 더 강조했다. 영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인 헐크의 사연을 초반에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관객이 헐크에게 기대하는 파괴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실험 중 감마선에 노출되면서 갖게 된 괴력으로 인간의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게 된 헐크의 원맨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지만 대등한 능력을 지닌 악당과의 대결 장면이 압도적이다. 헐크의 피를 주입받은 어보미네이션과 벌이는 마지막 한판은 [인크레더블 헐크]의 심장이라 할 만하다. 도시 하나쯤은 간단하게 가루로 만들어버리고, 자동차나 헬기는 장난감 내던지듯 내동댕이치는 이들의 전투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지축을 뒤흔드는 ‘헐크 스매쉬’를 온몸으로 느껴보시길. [어벤져스]의 마크 러팔로 버전의 헐크와 다른 매력을 비교해보는 재미와 함께 깜짝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인크레더블 헐크]를 봐야 할 이득 포인트.

글. 이지혜(영화 저널리스트)
디자인.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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