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인생

2015.03.25

요즘 김구라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아내로 인한 빚 문제로 공황장애를 일으킨 후, 그는 수염을 기른 초췌한 얼굴로 JTBC [썰전]에 복귀했다. 파일럿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에서는 빚이 17억쯤 된다고 말했고, MBC [세바퀴]에서는 빚을 잘 갚고 있냐는 질문에 “다작을 해서 많이 메꾸고 있다”고 답했다. 모두 그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김구라 역시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아들 김동현이 래퍼로 기획사와 계약하면서 받은 돈을 “상징적 의미”로 아내에게 맡겼다고도 말했다. 그는 토크쇼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김구라는 끊임없이 자신의 현실을 예능 안에 옮겼다. 인터넷 방송 시절 여성 연예인에게 했던 성적인 욕설이 문제가 되자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했다. 과거의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되자 활동 중단을 했고, 복귀 후 토크의 소재로 삼았다. 더는 사과할 일이 없자 명품 시계를 자랑하며 성공을 과시했다. 그는 늘 잘 먹고 잘 살고 싶었고, 그래서 남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으며, 그것을 대놓고 말하며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저지른 일들이 원죄가 됐다. 이것은 김구라의 인생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움직였고, 그것을 공개하며 대중을 설득했다. 대중은 호감 또는 비호감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추락하지 않으려는 김구라의 꿈틀거림을 지켜봤다. 김구라의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아도, 김구라의 이름이 끊임없이 회자될 수 있는 이유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김구라는 늘 자기 자신을 이슈로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손꼽는 MC가 빚이 17억인 인생이 됐다.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김구라가 종종 놀리던 박명수도 재력가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빚을 갚은 신동엽의 인생도 여유로울 것이다. 하지만 김구라는 40대 중반인 지금부터 “다작을 해서” 돈을 갚아 나아가야 한다. 그토록 성공을 원했고, 쉬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됐고, 노년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지금까지 일한 것보다 더 일해야 한다. 아내와는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고, 공부 잘하기를 바랐던 아들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래퍼에 도전했다. 이것은 한국의 중년 남자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다. 돈과 가정이 모두 흔들린다. 게다가 이런 생활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20여 년 동안 가장 바랐던 경제적 성공을 잃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남을 웃겨야 하고, 그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처럼 과거를 거론하며 비난하는 경우는 줄었다. 다작을 해도 이해해 준다. 모두가 김구라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면전에서 “죗값을 받았다”고 할 인정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김구라의 인생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기묘한 엔터테인먼트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움직이던 그의 인생은, 이제 더 큰 문제를 통해 더 오랫동안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죄를 지어서라도 행복하고자 했던 인생이 결국 행복을 찾기 위해 다시 살아가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김구라가 자신의 빚을 하루하루 갚아 나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지켜볼 수 있는 흥밋거리가 됐다.

그래서 김구라가 유재석과 함께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그의 드라마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진행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유재석과 함께해서가 아니다. 유재석은 어느 순간부터 마치 수도승처럼 예능 하나만을 위해 깊게 정진했다. 그는 출연작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하고, 출연작 숫자도 제한한다. 반면 현재의 김구라는 진정 돈을 벌기 위해 다작을 해야 하고,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상황이다. 한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인 결과물로서의 예능에 점점 다가간다. 다른 한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해 예능을 한다. 먹고 살려고 예능을 하던 사람이 가장 그 이유가 절실한 상황에서, 그것도 많은 사람이 그를 원하는 상황에서 예능을 하게 됐다. 가장 힘들기 때문에, 자신이 일하는 근본적인 힘을 끄집어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아이러니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다. 생계를 위해 매달리는 일이, 때론 정말 어떤 경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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