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이상한 여정

2015.03.18

“우리가 우리 매력을 잘 몰라요.” 3월 14일, 도쿄돔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5만여 장의 티켓은 매진됐고, 팬들은 초대형 카드 섹션으로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5명의 멤버들은 결국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나 스펙터클한 공연 뒤에도, 멤버 키는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를 모른 듯 했다. 종현도 “이젠 나이도 아냐. 어리다고도 못해”라며 농담으로 넘어갔다. 보도자료로 쓰기 좋은 정답은 있다. 그들의 일본 음반사 EMI의 매니지먼트 담당자 타쿠 다카무라는 샤이니가 “굉장한 가창력과 퍼포먼스, 확실한 개개인의 캐릭터를 가졌다”고 말했다. 4시간짜리 공연을 댄스와 발라드와 솔로 무대를 오가며 꽉꽉 채우는 팀이 충분히 받을 만한 찬사다. 하지만 이건 어떤가. “우등생은 여러 과목을 모두 잘한다.” 맞지만, 하나마나한 말인 것이다.

키의 말에 대한 태민의 발언이 힌트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 그 자체가 샤이니의 색깔인 것 같아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데뷔한 팀, 팀명은 ‘샤이’하지만 ‘줄리엣’, ‘Ring Ding Dong’, ‘Sherlock’ 등 과격하고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를 소화한 팀이다. 하지만 ‘Dream girl’로 다시 밝은 모습을 보여주자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도쿄돔 공연의 솔로 무대처럼. 키는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는 사이 디제잉을 하는 반면, 민호는 유치원생 복장을 하고 관객들과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공연 중 영상 속의 샤이니도 어둡고 파괴적인 연인부터 RPG 전사를 거쳐 팬클럽 ‘샤이니 월드’에 여장을 하고 몰래 숨어들어가는 모습까지 나왔다.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어떤 아이돌 그룹 중 가장 끝에서 끝을 오가는 콘셉트가 가능하다. 실력과 매력도 인정받았다. 다만 회사도, 팬도, 그들 자신도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지 못한다. 기자회견 중 “일본에서의 족적은 뚜렷하지 못한데 도쿄돔이 가능했던 이유”라는 질문을 받을 만큼. 이틀간 10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는 팀인데.

일본 진출 당시 동방신기는 SM을 대표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들은 일본에서 지역 공연부터 아레나와 돔을 거치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동방신기 이후의 소녀시대는 일본 진출 당시부터 팝스타 같은 대접을 받았다. EXO는 회사가 그들을 위해 만든 스토리를 바탕으로 팀을 쉽게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샤이니는 도쿄돔 공연이 결정된 뒤 홀 투어를 열었다. 일본 각지에 있는 1,000~2000석 사이의 홀(Hall)에서 공연을 여는 것은 일종의 설득이다. 최대한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들에 대해 직접 보여주는 것. 


사실상 4부로 나눠진 공연 구성은 샤이니의 현재이기도 했다. 초반에는 ‘Everybody’, ‘Sherlock’ 등 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중반에는 서로 전혀 다른 솔로 무대를, 후반에는 ‘Breaking News’, ‘Downtown Baby’ 등 일본 곡들을 보여줬다. 한 시간 동안의 앵콜에는 팬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교감을 나눈다. 다른 한국 아이돌보다는 일반적인 일본 아이돌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다. 반면 그들과 달리 어둡고 격렬한 분위기의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다. 앵콜의 유일한 한국곡 ‘Dream girl’은 그 중간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어느 중간쯤에서, 샤이니는 ‘Ring Ding Dong’과 일본 스타일의 발라드 ‘Love’를 부르는 그들이 모두 같은 팀이라고 설득한다. 키는 상반신을 노출하고 독특한 스타일링을 하며 솔로 무대를 꾸몄다. 그것은 아이돌보다는 비주얼 록밴드 멤버에 가까웠다.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아이돌의 범위 안에 있지만, 그 바깥의 영역도 넘나든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단번에 설득하기는 어렵다. 대신 ‘샤이니 취향’인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야 한다.

도쿄돔의 팬들은 모두 형광봉을 들고 입장했다. 상당수는 가방, 귀걸이 등에 멤버들의 한글 이름을 활용한 액세서리도 달았다. 한국 아이돌에 대한 해외 팬 문화가 한국과 비슷해지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샤이니의 팬들은 공연 흐름에 따라 형광봉 색깔을 바꾸고, 타이밍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팬들이 샤이니에 환호하는 방식은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일본에서도 유니크한 위치에 있었고, 팬들도 한국처럼 샤이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그들을 좋아한다. 태민의 말처럼 규정하기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어디서나 샤이니다. 그 샤이니를 좋아할 사람들을 찾으며 한국에서 8년, 일본에서 4년 동안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김영민 SM 대표는 도쿄돔 공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터넷으로 말하면 광대역”이 됐다고. 오랫동안 천천히 늘어난 숫자가 드디어 도쿄돔을 채웠다.

샤이니의 성장 드라마가 결국 최고가 되며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들은 도쿄돔에서 5만여 명을 모아도 기자회견장에서 “동방신기와 EXO 사이의 허리”라는 질문을 받았다. 끝과 끝을 모두 보여줘야 설명할 수 있는 팀의 정체성은 공연에서도 4시간 동안 네 개의 구획으로 나눠야 겨우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난제다. 샤이니만의 매력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위로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그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신 도쿄돔 공연을 다시 열면 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공연 날짜가 하루쯤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8년째, 그렇게 계속 올라온 팀 아닌가. 빠르지는 않아도 뒤로 돌아간 적은 없이.

글. 도쿄=강명석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목록

SPECIAL

image 여성의 이직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