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아직도 혜성처럼 전진한다

2015.03.09

“끝까지 아이돌의 품격,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이 신화를 설명한 자막이다. ‘런닝맨’ 게임의 승자가 되지 못해 물벼락을 맞은 직후였다. 하지만 그들은 물을 맞은 상태에서 “우리는 신화입니다!”를 외쳤다. 최근 Mnet [엠카운트다운]의 새 앨범 컴백 방송에서는 무대에 오르기 전 요즘 아이돌처럼 코믹한 영상을 찍었다. 한 화장품 CF의 카피를 패러디한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가 아이돌 품격의 조건일 리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사실이다. 신화는 “끝까지” 아이돌이다.

리더 에릭은 SBS [힐링캠프]에서 대상을 한 번 받은 뒤로는 큰 목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아이돌들은 그 시절을 지나간 과거처럼 말한다. 그럼에도 신화는 여전히 아이돌로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컴백 때만큼은 몸 관리를 해서 날렵한 턱선을 만들고, 에릭은 [힐링캠프]에서 “멤버들에게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고 말한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신경 쓰고, 팬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현역 아이돌로 계속 사랑받겠다는 태도는 무대 위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신화의 신곡 ‘Alright’에서 앤디는 댄서들이 일렬로 배치한 의자 위를 걸어 다닌다. ‘표적’에서 전진은 다른 멤버들이 옆으로 비켜난 무대에서 댄서들과 함께 자신만의 무대를 연출한다. 반면 ‘표적’에서 에릭이 랩을 하는 동안에는 모두 앉아 춤을 추며 에릭을 돋보이게 한다. 자신의 파트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를 강조하지만, 나머지 파트에서는 철저하게 무대 전체 그림의 일부가 된다. 물론 신화는 늘 그래 왔다. 이전 앨범의 타이틀곡 ‘This Love’에서도 그들은 군무를 췄다. 다만 과거처럼 격한 동작 대신 보깅댄스로 동작의 디테일을, 복잡한 동선보다는 일정한 대형을 유지하며 팀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아이돌 그룹의 기본적인 퍼포먼스 위에 관록을 더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음악 프로그램에서 1등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신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lright’과 ‘표적’에서 그들은 훨씬 복잡한 동선을 짜고, 다양한 방식으로 개개인을 부각시킨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되 팀으로서 일체감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돌 그룹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17년째, 12장의 앨범에서 그들은 과거보다 더 집요하게 아이돌에게 필요한 무대가 무엇인지 파고든다.


신화가 ‘Alright’의 무대에서 의자를 활용한 것은 그들의 의지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의자는 신화의 최고 퍼포먼스로 꼽히는 ‘Wild Eyes’의 아이템이었다. 그때 그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다. 팀의 프로듀서이자 안무를 맡은 이민우가 “제2의 ‘Wild Eyes’”라고 말한 ‘Alright’에서 그때와 같은 운동량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이미 모두 30대 중반이 넘었다. 곡의 템포도 과거보다 느릿해졌다. 그러나 그들은 대신 의자에 걸친 재킷을 만지는 손가락,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뻗는 동작을 정확히 일치시키는 등 동작의 디테일을 계속 강조한다. 더 이상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들의 동작은 합이 정확하게 맞고, 군무 사이에는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가 각자 다르게 부각된다. 이것은 30대 중반에도 아이돌의 태도를 가진 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다. ‘This Love’에서 아이돌의 퍼포먼스 위에 세월이 만든 관록을 더했던 그들은, ‘표적’과 ‘Alright’에서 다른 아이돌 그룹이 아예 흉내 낼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신화의 가장 큰 분기점이 데뷔와 소속사로부터의 독립이었다면, 그들은 3기에 접어들었다.

신화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도, 인기도 얻을 만큼 얻었다. 목표는 사라졌고, 멤버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그룹을 흔들기도 한다. 그들이 굳이 결혼 문제까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아이돌을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팀을 그저 유지하는 것을 넘어 과거보다 더 몸에 힘을 주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직 살아 있다는 제스처를 넘어 지금도 현역으로 톱클래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래서 17년째 지속된 팬덤에게 새로운 결과물로 환호를 받겠다는 의지. 신화는 오래됐기 때문에 사랑받는 대신, 사랑받기 위해 아이돌 그룹을 어떻게든 유지한다. 그들이 아이돌 산업 안에서 진정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다사다난할 것이다. 매번 똑같은 집중력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 년 후면 평균 연령이 40대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고민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물벼락을 맞고, “우리는 신화입니다!”를 외친다. 그게 아이돌이다. 17년 차에도 팬이 떠날까 전력으로 달리는.

글. 강명석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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