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화 입문 가이드

2015.03.09
박명수는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때다. 미중년의 문턱에 선 신화에게 뒤늦게 반해버린 팬들에게 17년이라는 시간의 갭은 밀린 숙제처럼 무거운 진입 장벽일 것이다. 그러나 휘파람을 불며 “네 심장을 저격”하겠다고 도발하더니, 의자에 걸쳐둔 재킷을 연인마냥 어루만지는 삼십 대의 원숙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 신화가 데뷔할 무렵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입문을 망설이는 새로운 신화의 팬들을 위해 ‘신화창조’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이드를 마련했다. D.R.C와 M.I.L을 모르는 초심자들도 차근차근 학습하다 보면 띠동갑 아저씨들을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리니. 우선 1테라 외장하드를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입덕’ 준비를 시작하자.


웃다가 정든다!
KBS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웃다가 정드는 법이다. 신비로움을 아이돌의 덕목으로 정립한 H.O.T.와 달리, 신화는 일찍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쾌하고 짓궂은 면모를 마음껏 드러내며 대중들에게 낯을 익힌 그룹이다. 특별한 설정 없이 여섯 명의 멤버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어 두는 것만으로도 끊임없이 상황을 만들고 장난을 개발하는 이들은, 단순히 숙소를 공개하는 짧은 영상에서도 각자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웃음을 경쟁할 정도였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이들은 준비된 토크를 선보이기 마련인 KBS [서세원쇼]에 출연했을 때도 즉흥극을 통해 망가지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게임쇼나 다름없는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에서는 “어린왕자 이미지”, “영어랩 담당” 등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희화화하며 인상적인 오프닝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예능에서 아이돌이 보여주어야 할 태도의 기준을 수립하기도 했다. 달리 예능을 담당한 멤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예능에 특화된 것으로 유명한 이들은 실제 멤버들의 역학관계를 예능적인 상황에 적절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다 함께 잠들거나 깨어날 때마다 특히 큰 웃음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특히 JTBC [신화방송]에서 이민우가 ‘방귀 체조’를 선보였을 때 각 멤버들이 보인 반응은 이들이 지난 십수 년간 쌓아온 캐릭터와 관계에 대한 좋은 표본이다.


젊은 혈기가 폭발한다!
SBS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철봉게임

신화는 주체 못할 에너지와 땀 냄새를 드러내는 청년에 가까운 팀이었고, 스튜디오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 초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화의 ‘젊은 혈기’를 수혈받았다. 그리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틈만 나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던 젊은이들이 승부의 순간 앞에서 눈을 빛내며 전력질주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인간탑을 쌓듯, 신화는 자신들의 피지컬을 일종의 클래스로 만들며 정체성을 다져온 셈이다. 특히 KBS [출발 드림팀]을 통해 남다른 운동신경을 증명한 전진은 MBC [무한도전]에서 우연히 셔틀콕을 받아내는 진기명기의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에 출연했을 때는 앤디와 함께 시시한 철봉게임으로 예상 못한 박진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이토록 강건한 청년이 실은 눈물 많은 ‘아기새’라는 점까지 알게 된다면, 출구는 봉쇄된다.


‘산만상’을 수여합니다!
인터뷰

철저히 환상에 근거해 기획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정성은 아이돌에게 가장 요구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무대와 예능프로그램에서 펄펄 날고뛰던 신화는 인터뷰에서조차 특유의 에너지를 감추지 않은 덕분에 그룹의 정체성에 관한 한 의혹의 눈길을 받은 적이 없는 팀이다. ‘비글’에 비견될 정도로 차분함이라고는 모르는 듯 행동하는 이들은 인터뷰에 관한 한 ‘산만상’을 받고 싶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에 부응하듯 신인 리포터 김나영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광기에 가까운 산만함을 선보여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무르익은 이들의 산만함은 김동완에서 앤디로 전염되며 더욱 집요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진화하였으며, 에릭은 김동완과 함께 연습한 ‘병 연주’로 답변을 대신해 새로운 차원의 산만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리포터의 시간은 많아, but 신화가 참지는 않아.


철들어 더 웃긴 어른!
[신화방송] 인도여자

대중은 아이돌이 늙지 않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묘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주접’을 특기로 삼은 삼촌 같던 김동완이 MBC 특집극 [절정]을 선택해 절절한 얼굴로 이육사를 연기하거나, ‘쿨워터’라 불릴 만큼 비현실적인 거리감을 드러내던 이민우가 Mnet [댄싱 9]을 통해 사려 깊은 멘토의 면모를 드러낼 때 신화는 들뜬 청년대신 많은 일을 겪은 어른의 모습으로 새삼 다가온다. KBS [연기대상]에서 “김동완이 ‘신화 포에버’를 외쳐달라고 했는데,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하지 않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한 에릭은 그룹의 리더로서 자신을 향한 기대와 배우로서 지켜야 할 매너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적절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각자의 책임이 커졌음에도 신화는 여전히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해 유세윤과 야릇한 콩트를 만들어내고, Mnet [EXO의 902014]에 등장해 후배들 앞에서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새침하게 낯을 가리던 신혜성마저 예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신화방송]에서 슈퍼주니어를 이기기 위해 에릭은 인도여자 분장도 불사했다. 철없이 웃기던 오빠들이 이제는 철이 들어서 웃기게 되는 날이 온 것이다.


신화, 가수다!
KBS [2007 가요대축제]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화려한 안무에 가려지기도 하지만, 사실 신화는 의외로 훌륭한 라이브 실력을 갖춘 팀이다. 특히 데뷔 10년 차로서 2007년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했을 때는 ‘Brand New’를 비롯해 4곡을 연달아 부르며 무르익은 가창력과 체력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화음과 코러스까지 콘서트처럼 소화해버린 신화는 이날 마지막 곡인 ‘T.O.P’를 부를 때는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밑에서 씻겨 내려가지 않는 테스토스테론을 발산하며 건재한 팀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즐겁고, 활기차고, 귀엽고, 짠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이들을 이해하고 정들어버리는 것이 팬들의 역사라면, 무대에서 드러나는 그룹의 실력은 팬들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신화는 무대에서 자신들이 구현하는 판타지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내는 팀이다. 각자 개인으로서는 말썽을 부리기도 하고 여전히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여섯이 함께 마이크를 잡은 순간만큼은 팬들에게 자랑이 되어준다. 신화가 인생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고단한 인생에서 기다릴 것이 되어주는 희망, 오랫동안 곁을 지킨 친구가 되어주기는 한다.

글. 윤희성(객원기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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