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2]│③ 세상 부부여, 차승원 유해진만 같아라

2015.02.24

15년 차 친구. tvN [삼시세끼 어촌편](이하 [삼시세끼 2])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관계다. 하지만 잔소리 많지만 정 많은 차승원과 혼날 때마다 시무룩하지만 항상 먼저 져주는 유해진의 표정은 우정보다는 부부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둘의 관계가 프로그램에 흐뭇한 정서를 더해준다면, 둘의 유사 부부 관계가 진짜 부부 같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진짜 부부보다 더 반려와 동반의 가치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같은 직종에서 경력을 쌓은 프로페셔널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둘의 관계는 또래 15년 차 부부들이 보고 배워야 할 만한 모범적인 사례들로 가득하다. 어떤 부부 솔루션보다 더 현실적인 모델이 될 법한 차승원, 유해진의 배려와 존중의 순간들을 뽑아 그것이 왜 의미 있는지를 짚어보았다. [삼시세끼 2]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정서가 부럽고 그립다면, 우선 이것들부터 실현해보자.


얼굴보다 예뻐야 하는 건 말이다.
오래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편한 것과 함부로 하는 것을 혼동하는 것이다. 세상에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란 없다. 말이 뜻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을 때, 야, 너, 이 새끼, 저년 같은 호칭으로도 당장 상대방을 지칭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그릇에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길 자리는 조금도 없다. 십수 년을 함께해 이제는 유해진이 편한 차승원은, 그럼에도 유해진에게 ‘자기’라는 표현을 쓴다. 추운 겨울밤을 함께하며 “다음에 올 때는 패딩 하나 더 갖고 와야겠다, 자기 거”라고 말할 때 거위 털 패딩 같은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 호칭 안에 유해진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이 빽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차승원의 참견에 종종 입이 삐죽 나오는 유해진도 홍합 스무 개만 씻어 오라는 차승원의 지시에 까다롭다거나 귀찮게 군다는 말 대신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한다. 항상 상대방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하지만 조심스럽고 예쁜 말은 가장 서운한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의 안전망이 되어준다.


기억력은 사소한 것에서 더 빛난다.
가수 노영심은 노래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에서 “내가 전화 걸 때 처음에 여보세요 하는지 죄송합니다만 그러는지 번호 8자를 적을 때 왼쪽으로 돌리는지 오른쪽으로 돌리는지” 기억하는 것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모습과 내 마음속의 깊은 표정까지도 오직 나만의 것으로 이해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럭 탕수를 하며 생선이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는 말에 바로 유해진이 반응하자 차승원은 “내 얘길 다 듣고 있는 거야?”라고도 했지만, 상대방이 무엇에 실망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쉽게 지나치지 않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노영심의 가사대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가는 첫걸음이다.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자신의 호의에 취해 원하지도 않는 것을 베풀기보다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것. 사전 미팅에서 콩자반을 좋아한다고 밝힌 유해진을 위해 차승원이 콩자반을 조리하는 모습은, 사소한 것도 기억하는 디테일이 사소한 것으로 얼마나 큰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한다.


안 좋을 상황을 대비하라.
상대방 몰래 자신을 위한 비상금을 꼬불쳐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해진이 차승원 몰래 준비한 피쉬 뱅크(Fish Bank)는 가족이 당장 먹을 게 급해질 때를 대비한 장거리 여행을 위한 스페어타이어, 위급 시 연락을 위한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같은 것이다. 물론 당장 싱싱한 우럭과 노래미를 이용한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다. 내일의 위기를 대비하는 것만큼 오늘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차승원은 유해진에 대해 느긋한 한량 타입이라고 정의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여유는 최소한의 생계 안전망이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가능하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시절부터 저녁 식사 재료 하나를 그냥 줘본 적이 없는 나영석 PD의 세계에서는 한량 유해진도 낚시를 하러 나가 허탕을 칠까 봐 두려워한다. 그가 책임감 있는 반려자인 건, 어쨌든 오늘 우럭 두 마리를 잡아 탕수를 해 먹었으니 다음 날도 어떻게 되려니 하기보다는 미리미리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때문이다. 자기만 즐기고 그만인 여유와, 상대방을 위해 준비한 여유는 다르다.


생색은 모든 선의를 바래게 한다.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실컷 먹고선 그대로 나 몰라라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아버지보단 설거지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아버지가 훨씬 보기 좋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빛이 날 장면에서 “먹은 것도 없는데 설거지 거리가 왜 이리 많아”라거나 “진짜 요즘 아내 위해서 설거지해주는 남편이 어디 있냐”라고 유세를 부리는 순간 그 모든 노력과 나름의 선의는 어머니의 분노 게이지만 높여줄 뿐이다. 아버지들이 차승원이 만든 홍합 미역국의 자태보다는 저녁을 먹은 유해진이 설거지를 자청하는 모습을 더 유심히 기억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설거지에 대해 맛있는 식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말하는 그에게 이 작은 노동은 생색낼 호의가 아닌 최소한의 도리에 가깝다. 반려자란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관계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서로에 대한 기브를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 혹 매일 상대방이 차려준 밥상을 받다가 일요일 아침에 짜파게티를 끓인 자신이 너무 소중해 동네방네 알리고 싶을 때마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 미리 불을 피워놓고선 뒤늦게 일어난 차승원에게 좋은 소식 있으니 통발을 확인해보라고 넌지시 말해주던 유해진을 떠올리자.


나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각방 쓰는 엄마와 아빠’라는 자막처럼 차승원과 유해진은 상대에게 넓은 공간을 주기 위해 따로 잠을 잔다. 물론 각방 쓰는 걸 권장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드라마에서 종종 부부가 싸울 때마다 나오는 “각방 써!”라는 클리셰처럼 서로가 떨어지는 게 마치 관계의 균열처럼 받아들여지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함께 산다는 것은 두 개의 삶의 방식을 공존시키는 것이지, 하나의 방식 안에 두 명이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은 이러한 동반을 수월하게 해준다. 또한 누군가와 함께 일생을 함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역시 한결 덜어준다. 존 그레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에겐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동굴은 필요하다. 물론 당장 집 안에 각자를 위한 공간을 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엌이 여성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건 알아두자.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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