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솔로 VS 정용화의 솔로

2015.01.30
인기 아이돌에게 솔로 앨범과 싱어송라이터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 솔로 앨범은 그 자신이 인기 아이돌이라는 증거고, 자작곡은 음악적 역량을 증명할 기회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이란 하나의 터닝 포인트고, 음악적 변화와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각자 솔로 앨범을 낸 샤이니의 종현과 CNBLUE의 정용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예다. 그들은 자신의 작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들을 그저 거쳐 가야 하는 통과 의례의 수준으로 꾸미지 않았다. 두 장의 앨범에는 아이돌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두 사람의 독립된 개성이 있다. 어떤 이에게는 예상 이상의 결과물이었을 두 사람의 솔로 앨범을 대중음악평론가 서성덕, 김영대가 각각 평했다.


종현, 아이돌 문법의 음악적 BASE
그룹 샤이니 종현의 솔로 데뷔 앨범 [BASE]는 동료 태민의 솔로 [ACE]의 짝패처럼 보인다. 정확히는 태민이 ‘아이돌 문법의 ACE’를 보여줬다면, 종현은 ‘그 아래의 음악적 BASE’를 증명한다. 지난해 소녀시대, EXO, 그리고 태민이 정점을 찍으며 보여준 것처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은 캐릭터, 음악, 퍼포먼스를 하나로 엮어내는 콘셉트 기반의 기획력에 서구에서 들어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는 완성도와 현지성을 결합한 음악들로 아시아 바깥의 시장에서도 팬층을 만들었다.

반면 종현의 곡들은 바로 지금 한국의 음악적 트렌드를 담고 있다. 활동의 중심이 되는 ‘데자-부’와 ‘Crazy’는 선언적이다. 자이언티와 아이언의 참여가 눈에 띄는 두 노래는 아메바컬쳐 등 한국의 흑인음악 중심 레이블에서 나왔다 해도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할렐루야’에 잠깐 나오는 부분을 제외하면 SM 아이돌 특유의 ‘지르는 열창’도 없다. 지금 한국 거리에서 기분 좋게, 리듬 타며 들을 수 있는 노래. 선공개된 ‘데자-부’는 발표와 함께 음원차트를 ‘올킬’했고, 다른 곡들도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SM의 열광적인 인기에 비해 음원차트에 약했다는 평에 대해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솜씨다.

그러나 SM의 진짜 ‘BASE’는 따로 있다. 거리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 음악들에, SM은 특유의 티저, 뮤직비디오 등 그들의 방식을 덧입힌다. 뮤직비디오에서 종현이라는 개인의 매력과 노래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시도는 스토리텔링 같은 쉬운 방법 대신 상의탈의와 쇠사슬처럼 과감하다. 메이크업과 소품, 조명 등으로 강렬하게 만들어내는 종현의 모습은 SM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구현하곤 하는 가상의 캐릭터다. 이 묘한 조합은 ‘간극’보다 ‘결합’에 방점이 찍힌다. SM의 다른 아이돌처럼 종현은 강렬한 캐릭터를 가진 채 밴드와 함께 요즘 한국 스타일의 소울이라고 할만한 ‘Crazy’를 부른다.

[BASE]에서 SM, 또는 아이돌은 더 이상 한국 대중음악에서 별개의 장르나 산업이 아니다. 대신 과거와 현재의 한국 음악들을 그 시스템 안에서 포섭하고자 한다. 그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종현의 보컬인 이유다. 그가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것은 단지 솔로로서 노래를 모두 책임지는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무대에서 종현이 보여주는 표정과 동작과 결합하면, 그의 목소리는 일종의 연기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만들어낸 일관된 분위기의 공간 안에서, 한 명의 캐릭터로 노래를 소화한다. 종현의 성취는 단지 아이돌이 작곡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지금 소화하는 스타일에 아이돌로서 자기만의 색을 입혔다는 데 있다. 한국의 트렌디한 스타일의 음악이, 트렌드를 유지하면서 SM 스타일과 결합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규현이 ‘광화문에서’를 통하여 1990년대 발라드를 소화하는 아이돌로서 예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 발매시 알려졌던 이수만 회장의 “규현을 SM의 이광조로 만든다”는 발언은 그냥 재미있는 말 이상이다. 그 점에서 종현의 진짜 짝패는 규현일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획 시스템, 그룹에 비해 다소 부담이 덜한 솔로라는 활동 양상, 그리고 나름의 식견과 영향력을 가지게 된 개별 아티스트들의 음악적인 도전이 만난 결과물은 의외로 인상적이다. 대기업이 굳이 맥주집을 차렸는데, 제대로 된 크래프트 맥주가 나와서 딱히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될까?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정용화, 새롭게 나타난 멜로디 메이커
그룹 CNBLUE의 리더이자 보컬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 정용화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Feeling’이라는 곡 때문이었다. 타이틀곡도 아닌 B-side, 대중들에게는 제목조차 생소할 이 곡은 집중을 방해하는 어색한 영어 가사들의 연타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이다 싶은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Can’t Stop’은 처음 느낀 참신함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가장 과소평가된 싱글 중 하나로 꼽고 싶은 이 곡은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감성적인 도입부와 직선적이고 뻔한듯하지만 예외 없이 중독성을 담보하는 후렴이 그럴듯하게 맞물렸다. 이를테면 “그것도”로 이어지는 잇따른 세 소절에서 미세한 코드 변화만으로 가사의 뉘앙스를 매끄럽게 담아내는 능력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만드는 사람의 감각을 확인시켜주는 구성이다.

솔로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궁금했던 것 역시 송라이터로서 그의 면모였다. 구체적으로는 밴드 플레이라는 틀을 벗어난 그가 스타일이나 작법의 괄목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화제가 되었던 콜라보레이션의 라인업이나 다양한 장르의 시도보다 오히려 정용화의 일관된 작곡 스타일과 재능에 주목하게 된다. 타이틀곡 ‘어느 멋진 날’은 흥미로운 예다. 멜로디 그 자체보다 전반적인 분위기의 설정이 목적이 된 전반부, 전조 이후 다소 클리셰가 아닐까 싶지만 유효한 후렴으로 이어가는 전개는 가만히 뼈대만 놓고 보자면 전작들과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통 발라드라는 장르적 틀을 뒤집어쓴 와중에도 곡쓰기의 DNA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성적인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음의 길이로 긴장감을 조절해 곡의 반복되는 주제부를 유려하게 이어나가는 ‘Mileage’는 정용화의 곡쓰기 역량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알려준다. 같은 멜로디의 보이싱만을 변화시켜 나가면서 긴장감을 주는 구성이 인상적인 ‘원기옥’이라든지, 불안한 분위기에서 익숙한 종결로 이어지는, 장르적으로는 R&B의 구성을 취한 ‘니가 없어도’에서도 유사하게 느껴지듯, 뚜렷한 구조적 장치 없이 선율의 모멘텀을 자연스럽게 증폭시키는 것은 분명 발전된 면모다.

아직 그가 혁신적인 작곡가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엔 아쉬운 면들이 많다. 그의 후렴구는 기본적으로 익숙한 것과 뻔한 것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가 모델로 삼았을 애덤 리바인이나, 그가 모델로 삼아도 좋을 라이언 테더의 간결하면서 핵심만을 가진 곡쓰기를 떠올린다면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기존 작업들은 팝/록 밴드라는 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변주의 집합체였다. 반면 이번 첫 솔로작은 그의 곡들이 밴드 플레이나 록이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도 다양한 스타일에서 일관되게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용화는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통해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범용성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 솔로 앨범이나 작곡이 단지 마케팅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글. 김영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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