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유명하고 싶지 않은 여자

2015.01.21

2013년 11월 2일자 [빌보드]의 표지에는 어느 여성이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봉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이 아티스트는 천이백만 개의 음원 판매에 기여했으며, [헝거 게임] 사운드트랙에 들어갈 새 싱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이 사람은 시아(Sia)였다. 그는 인터뷰에 응하고, 직접 작성한 ‘유명세에 반대하는 선언’을 게재했다.

시아가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1997년에 데뷔 앨범을 낸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제로 7의 역사적인 앨범들에 보컬로 참여했고, 2008년 앨범 [Some People Have REAL Problems] 이후로는 개인으로서도 주목 받았다. 그러나 2010년 알코올/약물중독과 건강상의 문제로 모든 음악활동을 중단했고, 건강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연과 인터뷰, 사진 촬영 등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써주고, 목소리를 빌려주었다. 2011년에 발표된 데이비드 게타의 ‘Titanium’과 플로 라이다의 ‘Wild Ones’는 그가 톱스타의 음악적 조력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증거다. [빌보드] 표지에 얼굴을 감추고 등장하기 전까지, 시아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리한나, 에미넴, 비욘세 등에게 곡을 줬다.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이자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가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일은 모순처럼 보인다. 게다가 과거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활동 덕분에 그녀의 얼굴을 찾아내는 일은 아주 쉽다. ‘S, I, A, 엔터’, 끝이다. 하지만 시아는 4년 만의 새 앨범 [1000 Forms of Fear]에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감추는 것과 음악가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상반된 일을 오히려 극단까지 추구했다. 앨범은 냈지만 일체의 공연 투어, 홍보활동, 사진촬영 등을 거부할 수 있도록 계약한 것이다. 대신 시아의 활동은 뮤직비디오로 요약되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그 ‘Chandelier’ 뮤직비디오다. 시아는 뮤직비디오에서 12살의 댄서, 매디 지글러에게 현실의 자신과 동일한 헤어스타일로 본능에 가까운 안무를 소화하도록 했다. 두 사람의 밥(Bob) 헤어스타일은 앨범 커버부터 시아의 모든 음악적 활동을 지배하는 키워드가 됐다. 시아의 무대는 매디 지글러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재현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안무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시아는 보통 관객을 등지고 서있다. 시아가 노래하고, 무대는 그가 의도한 방식으로 전달되지만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이것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리얼리티 TV쇼와 패리스 힐튼의 등장 이후로 10여년 만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시아는 자신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시아는 더욱 유명해졌다. 이 역설은 단지 ‘조용히 살고 싶다’는 희망이 꺾인 것이 아니다. 시아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유명 작곡가’이자 ‘얼굴 없는 아티스트’라는 쇼 비니지스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권력이 절정에 달한 순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시아는 ‘벽면 가창’이라도 하면서 무대에 설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직접 등장해 노래를 하지 않는다면 그 무대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매디 지글러와 다른 무용수들이 그가 처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펼친다. 이 노력은 때때로 [댄싱 위드 더 스타] 무대 같은 예술적 성취를 이루기도 하지만, ‘사운드크래쉬’ 무대처럼 ‘이제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얻기도 한다. 시아는 자신의 삶을 놓고 모든 사람들이 시시콜콜 참견하는 유명인의 삶을 견딜 수 없노라 선언했지만, 오히려 더 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015년에는 이 복잡한 갈등이 풀릴 수 있을지 묻는다면, 일단은 더 꼬였다고 해야 한다. 연초에 공개된 ‘Elastic Heart’의 비디오를 보자. 매디 지글러와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비디오는 ‘Chandelier’보다 직접적이고 강렬한 예술적 메시지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자연과 인간의 투쟁을, 누군가는 연약해 보이지만 자주적으로 남성과 맞설 수 있는 여성적 존재를 찾아낼 것이다. ‘Elastic Heart’를 감상하다 보면 뮤직비디오가 개별적인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90년대의 비전이 되돌아온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아는 이 비디오가 소아성애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아주 세련된 사과였다.) 동시에 지난 주말에는 미국 [SNL]의 음악 손님으로 출연했다. 예고편에서 시아는 눈을 가리고 나와 별 재미없는 농담을 했다. 그의 예술적 성취, 유명세에 대한 거부, 대중과의 접점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며 애초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혼동할 정도가 되었다. 시아가 무엇을 원했든, 지금 그는 유명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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