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원 “연예인으로서의 거품은 옛날에 다 빠졌다”

2015.01.19
KBS [사랑과 전쟁 2]에서 ‘로봇 연기’를 보여준 후, 장수원은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렸다.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이었다. 하지만 그가 로봇 연기를 자신의 캐릭터로 받아들이자, 사람들은 장수원이 등장하기만 해도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tvN [미생]을 패러디 한 2부작 드라마 [미생물]의 주연까지 맡게 되고, 매일같이 각종 섭외 요청이 쏟아져도 장수원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예의상 차리는 겸손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뾰족한 현실감각 덕분이었다는 건, 인터뷰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활동 초반보다 많이 핼쑥해진 것 같다.
장수원
: 살이 많이 빠졌다. 몸무게가 최고로 많이 나갔을 때 62kg 정도였는데 지금은 53, 54kg 이렇게 나간다. 바빠서 밥을 제때 못 챙겨 먹기도 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거든. 게다가 몸을 노출해야 하는 잡지 화보가 잡혀 있어서 물도 거의 안 마시고 있다. 그것만 찍고 나면 편안하게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운동도 하고 몸을 유지해야지.

도대체 얼마나 바쁜 건가.
장수원
: 요즘은 정말 사생활이란 게 없다. 개인적으로 운동하러 갈 시간도,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며 스트레스 풀 시간도 없으니까. 일주일 스케줄로 따지면 매주 고정적으로 하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장수원의 식탐일기’ 촬영이 있고, [세바퀴]나 종편 예능도 찍는다. 그 사이사이에는 잡지 화보 촬영이나 라디오 출연, CF 촬영 같은 것들을 소화하고. 그래도 일 없고 한가한 것보다는 바쁜 게 좋다. 원래 한가하다 싶으면 뭐라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별로 들뜬 기색은 안 보인다.
장수원
: 크게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걸 누리면서 안주하고 싶지도 않다. 이 거품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내가 다른 걸 해서 더 이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왔다 갔다 할 거란 걸 뻔히 알고 있다. 더구나 아직은 내가 원하는 그림에 가까이 도달한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인 거지, 이걸로 인해 내 인생이 크게 바뀌거나 하는 건 아직까지 아닌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너 요즘 잘 나가던데?” 해도 그냥 “어, 그래요? 아니에요” 하고 만다. 돈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별로 없다고, 바쁘기만 한 거라고. (웃음) 밥 사라는 말들도 하는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정말 밥을 살 시간 자체가 없다.

tvN [미생물]은 끝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장수원
: 굉장히 뿌듯했다. 찍느라 6일을 고생했던 게 한방에 녹아내리는 느낌이랄까. 왜 배우들이 캐릭터에 젖어서 끝난 후에도 공허함을 느끼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작품 자체가 너무 웃기려고만 하는 코믹물이 아닌, 약간 씁쓸하고 짠한 드라마 같아서 앞으로도 생각이 많이 나겠더라. [미생] 시청률 8%를 넘기면 요르단에 포상휴가를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기대를 안 했다. [미생물]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요즘 환경에선 너무 큰 기대치 아닌가. 사실 1회 방송의 시청률 3.9%도 굉장히 높은 수치다. 어떻게 보면 이벤트 같은 작품이었던 건데, 그 정도 시청률이 나온 것만 해도 너무나 만족스럽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장수원이 초심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연기력이 많이 늘기도 했더라. 그래서 [미생물]의 서사와 더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장수원
: 연기하는 데 크게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감정을 엄청나게 쏟아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독특한 캐릭터도 아니지 않나. 그냥 평범하고, 조용조용한 말투로 의기소침한 감정들만 조금 낸다면 부자연스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연기하는 것 자체도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고. 만약 노홍철 씨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면, 그런 걸 전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꼈을 거다. 내레이션도 굉장히 편했다. 감정을 많이 넣기보다 지금 장그래의 느낌에 맞춰서 무난하게, 평범하게 대본을 읽듯이 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언제든지 몸에 맞지 않는 연기를 한다면 예전처럼 어색한 게 바로바로 튀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KBS [사랑과 전쟁 2]의 로봇 연기로 혹평을 들었을 땐 마음고생도 많이 하지 않았나.
장수원
: 기분은 많이 안 좋았지만 개의치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나라는 놈이 댓글을 보면서 아파하는 애도 아니고, 사람들이 떠들면 떠드는 거지 어디 나가서 “이래서 연기가 어색했습니다”라고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으니까. 어차피 벌어진 일이기도 해서 그러려니 하고 시간을 두고 그냥 지냈다. 물론 초반에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로봇 연기를 언급하거나 시키면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방송을 하러 왔으니까 그냥 했는데, 할수록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점차 마음이 풀리고 받아들이게 되더라. 오히려 내가 그걸 역으로 이용한 거지. 그래? 이게 재밌어? 그럼 알았어. 그렇게 즐기게 됐다. 예전엔 사람들 앞에서 무게를 잡으면서 멋있고 잘나 보이고 싶었다면, 지금은 좀 재미있고 유쾌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있는 것 같다.

젝스키스 땐 왜 그런 면모를 더 많이 보여주지 않았던 건가.
장수원
: 그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의욕 자체가 없어서 내 차례가 잘 안 오기도 했고, 나 말고도 앞에 나서고 싶어 하는 멤버들이 많았거든. 나까지 굳이 나설 필요를 못 느꼈던 거다. 그땐 그냥 활동하는 게 재미있고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스케줄만 따라갔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생각 같은 건 딱히 없었다. 같은 또래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지방 공연 가고 방송 녹화하고 앨범 준비해서 짠 나타나면 팬들이 좋아해주고, 이런 것들이 마냥 좋았다.

그래도 팀이 해체했을 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을 텐데.
장수원
: 딱히 생각 안 했다. 그냥 놀고 싶었다. 여행도 다니면서 일하느라 못했던 것들을 많이 했다. 그렇게 쉬다가 (김)재덕이 형이랑 제이워크를 결성했는데, 엄청난 포부가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래를 해왔기 때문에 역시 노래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거다. 못하든 잘하든, 다른 것보다는 노래하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

젝스키스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나.
장수원
: 그것도 있었고, 이제는 메인보컬로서 혼자 한 곡을 다 불러야 하니 그게 부담스럽긴 했지. 내가 계속 노래를 하고 그룹을 이끌어가려면 도태되지 않고 실력을 계속 유지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Suddenly’를 발표할 때는 보컬연습을 많이 했다. 1년 반, 2년 정도를 연습실에서만 계속 먹고 자면서 지냈던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비슷했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기보다 재덕이 형이랑 앨범은 꼭 같이 내자고 약속했고, 그걸 어떻게 잘 준비해서 낼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우리가 직접 만들까, 회사에 들어갈까 하는 고민도 했고.

그게 왜 중요했던 걸까.
장수원
: ‘Suddenly’랑 ‘Someday’로 2003년까지 활동을 잘 하다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 4년 정도를 회사에 묶여서 허송세월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바닥을 치고 있었던 때 같다. 앨범도 안 나왔고, 회사랑 관계도 안 좋았고, 그냥 막연히 시간만 가게 놔두면서 별 생각 없이 무료하게 지냈던 거지.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들은 믿을 게 못 된다, 그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1인 기획사 시스템으로 일하게 된 건가.
장수원
: 그렇다. 이렇게 일한 지 1년이 좀 안됐는데, 피곤하긴 하지만 내 성에는 더 찬다. 워낙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거든. 어차피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들어갈 때나 잘해준다고 하지 결국엔 별반 다를 게 없다. 자기네들 퍼센티지 떼어갈 생각이나 하지.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다 해야 하니까 솔직히 힘들긴 하다. 세금계산서도 내가 끊어줘야 하고, 스케줄 들어오면 의상도 내가 알아서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니저나 코디와 일을 조금 분담하면서 내가 딱 할 것만 하려고 한다. 머리 아프고 골치도 썩는 일이지만 우선은 이렇게 해보려고.


변하지 않은 건 김재덕과의 사이뿐인 가보다. (웃음) 투닥거리면서도 오랫동안 같이 잘 지내는 것 같더라.
장수원
: 둘이 잘 맞는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고, 누구 한 명의 성격이 모나거나 고집이 특별히 센 편도 아니다. 사실 재덕이 형이랑 같은 팀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별로 안하는데 (웃음) 팀이니까 그냥 계속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도 형은 나를 응원해주고, 뭐 하나라도 더 도와주려고 한다. 절대 질투하진 않는다.

원래 인간관계에 있어서 의리가 있는 편인가.
장수원
: 한번 친하게 지낸 사람은 크게 잘못하지 않는 한 끝까지 간다. 사람들에게 모질게 못하고 맺고 끊음도 잘 못하는 게 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적을 두지 말라는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고 한다. 되도록 두루두루 다 편하게, 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인 거지. 좀 뻔한 이야기긴 하지만, 나한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도움 받은 것들이 힘이 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좋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받으니까.

젝스키스 때 팬들과도 꾸준히 만남을 가지고 있지 않나.
장수원
: 걔들이 그냥 편하다. 그동안 나를 꾸준히 좋아해준 것에 대한 의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 젝스키스로 활동할 때와는 다르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인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연예인 대 팬의 관계로 갈 수 있겠나. 연예인으로서의 거품은 옛날에 다 빠졌다고 본다. 그들의 애정에 대한 보답을 조금씩 조금씩 해주는 게 도리인 거지. 그리고 팬들도 이제는 나이 들었다는 티를 내더라. 예전엔 안 그러더니, 이젠 나보다 나이 많은 팬들은 “수원아” 이러기도 한다. 들을 때마다 좀 당황스럽다. (웃음)

팬들은 최근의 활동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주나.
장수원
: 싫고 좋고를 딱 부러지게 얘기하는 애들인데, 아직까지는 썩 마음에 드는 게 없나보더라. 나랑 거의 똑같은 입장에서 보고 이야기해준다. 방송에 많이 나와서 활동해주고, 얼굴 비춰주는 것에 대해서 응원해주기도 하고. 나 역시도 제이워크 앨범이 막 5, 6년에 한 번씩 나오는 바람에 팬들과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한 게 있었는데, 요즘은 계속 활동하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예능, 연기, CF 등 너무 많은 일들을 하면서 스스로 혼란스럽진 않나. 앞으로 내가 뭘 해야 될까, 혹은 뭐 하는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장수원
: 연기는 기회가 또 온다면 계속 해보는 거고, 기본적으로는 어차피 노래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준비하면서 앨범을 천천히 낼 거다. 어떤 길로 갈 거라고 확실한 계획을 잡은 건 아니고, 섭외 들어오는 것과 내가 기존에 했던 것에 충실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다만 지금이 뭔가를 ‘생각’해야 될 때라는 생각은 한다. 앞으로 더 탄탄하게 가려면 조금 더 계획적으로 가야 될 시점이란 생각은 드는 거지. 바빠서 딱히 실천에 옮기진 못했지만 머릿속에는 분명히 있다.

제이워크 앨범도 올해 안에 나올 수 있을까.
장수원
: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거다. 만약 시점을 못박아서 ‘3월이다’ 이러면 팬들이 또 “오빠, 3월에 앨범 나와요?” 하고 물어보기 때문에 곤란하다. (웃음) 게다가 요즘은 바빠져서 예전처럼 보컬 연습도 많이 못하기 때문에 앨범 내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좀 있다. 연기는 ‘난 배워본 적도 없어요, 연기자도 아니에요, 이렇게밖에 못 해요’라고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여기서 노래까지 진짜 엉성하게 해버리면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리는 거다. 그땐 나도, 보시는 분들도 나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할 수밖에 없겠지.

만약 앨범이 나오면, 음악프로그램에 다시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 (웃음) 너무 오랜만이라.
장수원
: 아, 음악방송은 예전보다 너무 아침 일찍부터 리허설을 하더라. 아침 5시 반, 6시 반부터 스탠바이를 시켜서 노래 부르게 하는데… 어린 아이돌들은 잘하던데? (웃음) 어휴, 나는 그 시간에 깨어있는 것도 힘든데 노래를 하라고 하니까 음악방송은 솔직히 못 나가겠다. 뭐, 음악방송을 한다고 해서 음원이 많이 나가는 건 아니지 않나. 다른 앨범 PR 방법을 생각해야 될 것 같다.

글. 황효진
사진. 이진혁(KoiWorks)




관련포토

목록

SPECIAL

image 여성의 이직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