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② 본격! 1인 술상 차리기

2014.12.23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휴일을 즐기기 위해 술자리를 찾게 되는 크리스마스 때도 그렇다. 인기 있는 가게를 예약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하고 칼바람에 떨면서 기다릴 수 있으며 돌아오는 길에 교통대란도 피하기 쉽지 않다. 거추장스러운 치장, 분위기를 위해 재미없어도 웃어야 하는 태도가 필요한 상황은 또 어떤가. 이 모든 고충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집에서 만드는 1인 술상 메뉴를 준비했다. 취향에 따라 7가지로 나눴으니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따뜻한 집에서 원하는 주종과 안주를 골라 자신에게 딱 맞는 술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크리스마스 축복이 아닐까.


IPA & 양념소스만두, 양 많은 게 최고라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수 낮은 술이 필요하다면, 그래서 양으로 승부하고 싶다면 역시 맥주가 적당하다. 그중에서도 홉이 많이 들어가 있는 IPA(India Pale Ale)는 청량감보다 쓴맛이 강하고 풀이나 과일 향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자주 맛봤던 라거 스타일이 아니라 어딘가 특별하지만 쌉쌀하기도 한 그 맛이, 크리스마스를 닮은 것이다. 여기에 속이 꽉 찬 냉동 만두를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고 집에 남은 치킨 양념 소스를 아낌없이 발라보자.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IPA의 향연을 더욱 깊이 맛볼 수 있을 지어니. 혹시라도 너무 배가 부른가? 그렇다면 곰돌이 모양의 젤리를 한 움큼 먹어주면 된다. 술과 안주 어느 것에도 어중간한 맛은 없다. 당신의 손은 자극적인 맛으로 가득 찬 맥주와 만두 혹은 맥주와 젤리를 오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뱅쇼 & 딸기잼 브리치즈, ‘단짠단짠’의 최고봉
크리스마스의 축복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술이 약할뿐더러 쓴맛을 싫어하는 이들도 70~80도의 온도에서 은근히 데워 먹는 와인인 뱅쇼 한 잔이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다. 뱅쇼는 와인에 과일, 설탕이나 꿀, 향신료, 시나몬스틱을 넣고 끓여 달달한 것은 물론 가열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날아가기 때문에 도수가 낮다. 또한 프랑스에서 감기약이라 불릴 정도로 빨리 체온을 오르게 하는 효과가 있어 한 잔만 마셔도 추위와 노동에 지친 심신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딸기잼을 얹어 데운 브리치즈 한 입을 베어 물어보자. 달달하면서 짜고, 짜면서 달달한 맛이 입 안을 휘몰아친다. 그 유명한 ‘단짠단짠’의 기적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따뜻하고 달콤한 뱅쇼를 바로 삼키지 말고 딸기잼 브리치즈 한 조각을 적셔 먹어보자. 혼자라도 춥지 않고 혼자여서 더욱 달달한 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케 & 구운 두부, 담백하고 고즈넉한 일본이 내 방으로
고드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들린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붕에서 눈이 후드득 떨어진다. 이처럼 주위에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소음이라곤 자연의 속삭임뿐인 내 방도 뜨겁게 데운 사케와 두부구이 한 입이면 고즈넉한 일본 교토의 숲 속이 될 수 있다. 도수 높은 술을 따뜻하게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풍미가 사라지지 않도록 45도에서 55도 사이에서 사케를 데우고 천천히 작은 잔에 따라보자. 투명한 모습도, 코끝을 순간적으로 스쳐 가는 그 향도 유난스럽지 않은 사케는 역시 혼자 마시기에 제격이다. 특히 반주로도 좋아, 적당한 안주를 곁들일 수 있는데 담백하게 구운 두부가 어울린다. 사케 특유의 향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추신. 무릎을 꿇고 담요를 덮은 채 마시면 일본에 온 느낌을 배로 살릴 수 있으며 술 때문에 더워진다면 창문을 잠시 열어도 좋다. 차갑게 들어오는 바람이 술기운을 없애 다시금 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진토닉 & 참치 까나페, 실속 있게 분위기를 챙기고 싶다면
눈으로도 술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봄베이 사피이어로 만든 진토닉을 선택하자. 봄베이 사파이어 진은 보석처럼 각이 지고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디자인부터 음미해야 한다. 이국적인 이름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디자인은 달달한 토닉워터가 들어간 투명한 진토닉을 신비의 음료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독한 맛의 진과 토닉워터의 탄산이 만나는 순간은 실제로 얼마나 신비로운가. 분위기 있는데 위스키보다 싸고, 주량에 따라 토닉워터를 더 넣을 수 있으니 소주보다 맛있게 몽롱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참치와 과일 등을 얹은 까나페를 한 입 먹어보자. 조리되지 않은 안주이기에 진토닉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동시에 크게 배부를 일도 없다.


위스키 & 한우 채끝살, 고급지게 즐겨보자
일 년에 한 번 오는 날을 평소처럼 보내기 섭섭하다면, 먼지 가득한 위스키를 꺼내 따라보자. 비싼 것은 물론 왠지 모르게 요란스러운 것 같아 닫아뒀던 위스키의 뚜껑을 여는 순간, 코끝을 찌르는 향이 오늘은 특별한 날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벌써 취하면 안 된다. 투명한 글라스에 각 얼음 사이사이를 채운 위스키를 마시며 살짝 익힌 한우 채끝살을 먹으면 진정한 환희의 순간이 오롯이 당신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방질이 적고 부드러운 채끝살은 고단백질 음식이며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니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아무래도 도수가 너무 높다고? 무슨 상관이랴. 피곤하면 어디 갈 것 없이 이 닦고 바로 자면 된다. 모든 번뇌와 걱정은 뒤로하고 천천히 위스키를 마시며 고급스럽게 이 순간을 즐겨보자. 홀짝, 홀짝, 호올짝. 요것이 무어야, 요게 다 무어야….


막걸리 & 크리스마스트리 깍두기, 토종 입맛의 소유자라면
예수가 태어난 서양의 기념일 크리스마스에도, 토종 입맛을 고수하고 싶다면? 뽀얀 막걸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누룩과 물에 섞어 발효시킨 막걸리는 당연히 밥의 고소함을 담고 있으며 안주도 잘 익은 깍두기면 족하다. 막걸리와 깍두기의 조합은 간단하지만 묘하게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그 옛날 우리네 선조들이 밥 한술에, 김치를 쭉 찢어 먹으며 행복해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릇을 가득 채운 노란 술을 한 잔 마셨을 뿐인데, 밥과 비슷한 영양을 보충하고 흥도 느낄 수 있는 경험. 이는 어쩌면 우리가 물려받은 선조의 지혜 중 가장 큰 것일지 모른다. 아, 혹시라도 크리스마스 느낌을 내고 싶다면 잘 쌓은 깍두기 트리에 파를 걷어내고 푸른 채소를 하나 꽂는 방법을 추천한다.


소주 & 제육핀초스, 오늘도 소주로 밤을 채우고
크리스마스가 별거냐. 찬바람이 다 무어냐. 뱃속과 밤은 술로 채워야 제맛이며 아무리 크리스마스라도 술만큼은 단순하게 마시는 게 편하다면 당연히 소주가 ‘딱’이다. 진토닉처럼 무언가를 섞어 마실 필요도, 사케처럼 데울 필요도 없다. 몇 잔만 들이켜도 알코올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낭만은 알아서 따라오는 게 소주의 매력이다. 다만 안주는 탕에서 벗어나 보자. 알고 보면 소주는 뜨끈한 국물은 물론 느끼한 것도, 매콤한 것도 잘 어울리는 마법의 술이다. 그래서 탕수육과 치킨처럼 기름 가득한 안주도 소주와 궁합이 좋지만, 12월 24일 밤에 시킨다면 25일 자정에 올지 모른다. 그러니 돼지고기와 고추장으로 제육볶음을 만든 다음, 집에 남은 식빵이나 바게트 위에 얹어보자. 소주의 쓴맛을 매콤한 고기로 중화시키고 탄수화물로 달래줄 수 있다. 그렇게 국물이 없어도 술은 끝도 없이 들어갈 것이다. 쭉, 쭉쭉쭉! 쭉, 쭉쭉쭉!

글. 한여울
사진. 김도훈(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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