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③ 24일에 함께 할 내 2D 친구를 소개합니다

2014.12.23

현명한 사람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깥에 나가 사서 고생하지 않는다. 보일러로 따뜻하게 데워진 방, 24시간 케이블 채널, 마트에서 쟁여놓은 술, 그리고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 야식 배달 업체까지, 즐거이 이브 밤을 보낼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여기, 술이 맛이 있네 없네 구시렁대지도 않고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심지어 내 취향까지 고려해서 초대할 수 있는 파티 멤버들이 있다. 브라운관 혹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나의 2D 친구들과 함께라면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도 혼자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의 타카나시 릿카
겉으로는 그냥 귀엽고 평범한 고등학생 같지만 안대를 끼고 그 안에 ‘사왕진안’의 힘을 감추고 있다고 믿는 친구야. 사람들은 중2병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로맨티스트라고 부르지. 얘가 길에서 주운 고양이의 등에 날개를 붙이고 ‘키메라’라 부르고, 정신을 집중할 때마다 “갈라져라 리얼, 터져라 시냅스, 퍼니시먼트, 디스 월드!”를 외치는 걸 보면 손발이 살짝 오그라들 수는 있어. 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든다거나 중2병이라는 말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낭만을 놓치고 사는지 떠올려봐. 첫눈을 보고 손편지를 쓰는 것도 중2병이고, 산타에게 선물로 세상의 평화를 비는 것도 중2병이고, 혼자 술 마시면서 예수 탄생의 의미와 인간의 고독에 대해 생각하면 중2병 말기, 뭐만 하면 다 중2병이래.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중2병이냐. 그렇게 삭막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바에 나라면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은 잠재된 중2병을 살짝 개방하고 릿카 같은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에는 불가시 경계선이 희미해지느냐 마느냐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어. 아, 하지만 거기 있는 와인은 개봉하지 말아줘. 크크큭. 흑염룡이 봉인되어 있거든.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
최고의 술친구 호머 심슨이야. 최고의 술친구란 어떤 거냐고? 바로 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지. 바트가 나무망치로 맥주 6캔을 으깨놓았을 때 방바닥에 스민 맥주를 핥아 먹던 그 간절함, 왜 그렇게 사방에 적이 많으냐는 FBI 요원의 질문에 “제가 워낙 사교성이 높아서요. 그리고 술을 좋아하죠”라 말하던 당당한 애정 표현까지, 그의 맥주 사랑은 모든 술꾼들의 귀감이 될 만해. 특히 언행일치가 확실하지. [덱스터]의 데브라는 “맥주는 항상 좋지”라고 말하지만 그의 납작한 배는 너무 기만적이야. 하지만 호머의 저 내장 비만으로 단단해진 배를 봐. 젊은 날부터 꾸준히 맥주와 돼지갈비, 파이 등등을 섭취하며 단단히 다져놓은 배를 보면 그가 술과 안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따로 증명이 필요 없지. 세상 모든 걸 포용할 것 같은 저 배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 앞에 놓인 치킨 한 마리와 맥주를 모두 비워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새벽 2시.

[요괴워치]의 백멍이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결국 동물의 귀여움을 통해 힐링을 받는 게 아닐까. 그리고 여기, 귀여움의 총체라 할 수 있는 백멍이가 있어. 딱 봐도 순하게 생긴 눈매에 통통한 볼따구니와 홍조, 등에 멘 봇짐까지, 생긴 것도 귀엽지만 느릿하게 “~했어유”라 말하는 충청도 사투리와 도시의 신문물을 볼 때마다 외치는 “워메!”라는 감탄사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완전체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남들이 산 아이스크림의 윗부분만 살짝 핥아 먹는 소심함도 어딘가 부성애 혹은 모성애를 자극할 만하지. 요즘 대세는 고양이라지만, 도시 생활과 초코바에 익숙한 [요괴워치]의 지바냥과 비교해 백멍이는 황량하고 비정한 도시로부터 지켜주고 싶은 아이야. 오늘 같은 겨울날씨에 백멍아, 춥거나 배고프진 않니? 따뜻한 우리 집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도시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건 어떻겠니. 너에겐 편안, 나에겐 힐링, 세상엔 사랑과 평화.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인기 없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이 나빠!]의 쿠로키 토모코
내가 인기 없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이 나빠!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아냐!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앗, 저 중에 이단이 있다!

[파워 퍼프 걸]의 파워 퍼프 걸
그래 2D 친구 중에 히어로물 주인공들을 빼놓을 수는 없지.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수다쟁이 스파이더맨이나 근육 바보인 토르,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의 배트맨과 함께 보낼 수는 없잖아.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울리는 히어로는 역시 파워 퍼프 걸이지. 다만 절대 혼동하면 안 되는 건, [파워 퍼프 걸 Z]의 파워 퍼프 걸이 아니야. 걔네는 그냥 파워 퍼프 걸 코스툼을 입은 세일러문에 가까워. 설탕과 향신료를 재료로 만들어진 원조 파워 퍼프 걸의 사랑스러움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 조금 까칠하고 선머슴 같은 버터컵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세 명 모두 애교도 많고 감수성도 높고 착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아빠 미소가 지어질 거야. 그리고 크립톤나이트에 빌빌대는 슈퍼맨이나 익스트리미스에 완전히 밀리던 아이언맨과 달리 파워 퍼프 걸은 완전 무적에 가까워서 활약상도 마음 편히 볼 수 있어. 악당이 출몰했다. 파워 퍼프 걸 출동! 퇴치 완료!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 시작!

[토끼 드롭스]의 카가 린
어쩔 수 없이 나도 이젠 나이를 먹어서 산타를 믿지 않아. 하지만 6살 카가 린이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양말을 걸어놓고 산타를 기다리겠지. 그것만으로도 린과 이번 크리스마스를 보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와서 산타를 다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이 아이의 판타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적어도 세상에 산타가 있으면 좋겠다는 감정은 생기겠지. 특히 어딘가 건조한 느낌의 31살 노총각이자 린의 조카이자 또한 보호자인 다이키치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노라면, 아이와 함께하는 게 메마른 마음에 얼마나 단비가 되는지 알 수 있어. 물론 유독 린이 귀엽게 생기고,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은 아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어때. 어차피 실제 인간의 아이가 내 옆에 있을 리는 없잖아. 그런 면에서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요츠바랑!] 13권 좀 가져다주세요.

[기생수]의 오른쪽이
얘들아 인사해, 내 친구 오른쪽이야. 얼핏 보면 그냥 내 오른손 같지만 아니야. 비록 내 몸에 기생하고 있지만 자기만의 자아를 가진 친구야. 나에게 말도 걸고 가끔은 힘도 되어준다고. 정말이야. 그냥 내 오른손이 아니야. 친구야. 나도 정말 친구가 있다고. 흑…흑흑…흐흐흐흐흑흑흑흑흑… 엉엉.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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