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민 “게임 속 반전을 만드는 게 좋다”

2014.12.18
스무 살 오현민은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이하 [더 지니어스 3]) 결승전에서 패했지만, 우승자 장동민만큼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카이스트 학생답게 명민한 두뇌로 가장 빨리 필승법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13명의 플레이어 중 막내임에도 강용석, 장동민 등에게 밀리지 않으며 게임을 주도했고, 승리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참가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갈수록 유연하게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기도 했다. 오현민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더 지니어스 3]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게임의 핵심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는 법을 배우며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귀여운 외모, 뛰어난 두뇌 이상으로 시즌 내내 꾸준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플레이어 오현민을 만났다.

* [더 지니어스 3] 결승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결승전에서 2 대 1로 아깝게 졌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운가.
오현민
: 3라운드 ‘베팅 가위바위보’ 할 때 너무 불리해서 이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 사실 1라운드 ‘십이장기’는 무난히 이겼고 2라운드는 내가 실수를 좀 해서 (장)동민이 형한테 내줬지만, 3라운드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탈락자분들이 준 아이템을 3라운드에 다 쓰려고 저축하고 있었고. 근데 3라운드 때 나온 아이템을 아무도 나한테 안 주지 않았나. 3라운드 시작할 때 그걸 알고 어린 마음에 멘탈이 좀 흔들렸다. ‘베팅 가위바위보’는 특히 다른 사람들이 뭘 냈는지 패를 알고 있어야 했는데 총 11명의 패 중 동민이 형이 8명 걸 알고 있어서 내가 너무 불리했다. 그래서 더 도박을 했던 거고.

심리적으로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나에게 아이템을 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내 편이 아닌 상황을 마주해야 하지 않았나.
오현민
: 물론 동민이 형이랑 결승에 가게 되고 탈락하신 분들이 준 아이템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불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웃음) 특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경훈이 형은 처음부터 ‘네가 결승 가면 내가 너 밀어줄게’라고 했다. 난 안 물어봤는데 형이 날 볼 때마다 그랬거든. 그래서 형이 나한테 준 아이템이 있을 거다 무조건 믿었는데, 아니었다.

왜 처음부터 본인이 불리할 거라 짐작했나.
오현민
: 동민이 형의 플레이 스타일이 워낙 ‘이리 와, 내가 다 챙겨줄게. 의리도 지킬게’ 이런 거라 형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컸다. 반면 내 스타일은 거짓말이나 연기도 잘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이쪽 편에 가고, 저쪽 편에 가기도 했으니까 아무래도 사람들한테 도움받기는 힘들 거 같았다. 근데 내가 게임을 할 때 모토가 늘 그렇다. [더 지니어스 카이스트] 할 때도 상황에 따라 이곳저곳 가서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들을 설득했다. 처음 이 방송 나올 때도 내 특성을 살려서 재미있게 플레이해보자고 생각했다. 전략적으로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거란 생각은 못 하고 그런 모습만 부각되다 일찍 떨어질 줄 알았다.

게임 스타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 스타일을 모토로 삼은 이유는 뭔가.
오현민
: 게임 할 때만 거짓말을 하는 거지, 평소에 친구들을 속이고 그걸로 이득을 얻는 건 아니니까. 게임상의 모습이 실제 100% 나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그 정도는 시청자분들이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냥 게임에서의 거짓말은 합법적으로 승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전략도 있지만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이랑 보드게임을 해도 난 일단 나 졌어, 망했어 하고 시작한다. 그렇게 꼴등을 하다가 한 번에 팍 치고 올라가 이기는 거다. 그런 게임 속 반전을 만드는 게 좋다. 2회 ‘배심원 게임’처럼 역할 게임을 하면 완벽하게 몰입하고. 근데 방송 비하인드 영상으로 내가 혼자 쓸데없는 연기하는 거 보면 멘트도 부끄럽고 민망하긴 하더라. (웃음) 6회 ‘폭풍의 증권시장’처럼 전략적으로 이기는 거 보면 되게 뿌듯한데.

그래도 경계 대상이었을지언정 미움은 안 받았던 것 같다. 3회 ‘중간 달리기’ 때 최연승과 마찰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해지더라.
오현민
: 아무래도 갈수록 방송이 편해지니까 내 원래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점점 형들에게 ‘디스’도 하고 장난도 하고 안 하던 말들도 한 거지. 특히 동민이 형한테는 농담으로 글씨 못 쓴다, 수전노 닮았다고도 하고. 형이 강한 이미지이지만 순한 면도 있어서 굳이 사람들이 형을 무서워하며 플레이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신)아영 누나나, (하)연주 누나가 형 때문에 주눅 들어 있으면 가서 달래주기도 했다.

게임을 잘하면서 커뮤니케이션도 능숙해지게 된 건데, 사회생활을 예습한 걸 수도 있었겠다. 뭘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나.
오현민
: 일단 어른한테 대들면 안 된다는 거? 그게 되게 중요하다. (웃음) 나이 많으신 분들의 말이 대부분 맞고 내 머리만 크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사람들을 나한테 호의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거 같다. 방송을 안 나갔다면 예전처럼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상태로 사회에 나갔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렇게 해줘야 하고, 이런 걸 깨달아서 자신감도 늘었다. 실제로 대학교 친구들도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옛날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하는 거에 인색했다. 이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건지 뭔지, 칭찬을 잘 하게 된다. 근데 칭찬을 해도 말투는 예전처럼 딱딱하고 냉철한 느낌으로 나가서 사람들이 영혼 없다고 한다. (웃음)

원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익숙한가.
오현민
: 그렇다. 평소에 엄청 이성적이고 한계치만 넘어가지 않으면 화도 잘 안 낸다. 칭찬하는 것도 그게 왜 중요한 건지를 몰랐다. 내가 상대한테 칭찬을 해주는 게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줄까? 싶었다. 근데 이제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아, 이걸 칭찬해주면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한다.

본인부터 다른 사람의 말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라 그랬던 걸까.
오현민
: 맞다. 주관이 엄청 세다. 학교에서 회의를 하면 내 의견을 꼭 말해야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랑 생각이 다르고 그게 대부분이라면 결정을 따른다. 다수결이 중요하니까. 그러더라도 납득이 안 되면 내 생각은 안 바뀌는 거지. 할 수 있을 만큼 설득을 다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넘어간다.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한 거지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나.
오현민
: 선천적인 거 같다. 어릴 때부터 리더십도 강했고 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 친구들도 내 의견을 많이 따라와 줬고. 아무래도 그렇게 대부분 내 말을 들어주니까 주관이 더 세진 거 같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지적이나 비판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방송 초반에 플레이 때문에 악플을 받았는데도 ‘비난이 아니라 비판이라 괜찮다’고 여유 있게 대답하더라.
오현민
: 사실, 말만 그랬지 그 정도로 성숙하지는 않다. 논리적인 지적을 보면 고쳐야지 싶은데 못 고칠 때가 많다. 다만 실패나 그런 지적에는 관대한 편이다. 항상 실패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거든. 대학교 입시 준비할 때도 카이스트 말고 다른 학교에 지원했었는데 문제를 이상하게 읽고 아쉽게 떨어졌다. 근데 지나고 보니 그 대학교에 붙었다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못 했을 것 같더라. 카이스트에 들어가 많이 배우고 발전하기도 했고, 방송에도 나가서 여러 사람들을 얻었다. [더 지니어스 3]도 결승에서 졌지만 확신한다. 이 일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어린 나이에 큰 상금을 받으면 괜히 돈 쓰는 버릇만 생겼을 거다. (웃음) 아직 어린 내가 쓰면 얼마나 잘 썼겠나.

긍정적이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더 지니어스 3]에서도 보통 사람들처럼 흥분하지 않고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고.
오현민
: 게임 아이디도 긍정과 관련된 거고 인생은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내가 행복한 것도 해야 하고. 지금 자고 싶으면 자야 하고, 수업이나 퀴즈가 있어도 아침에 더 자고 싶으면 자야 하고 다음 날 오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당장 친구들과 술을 마셔야 한다 싶으면 마신다. 그럼 그로 인해 잃는 게 생기지만 얻은 걸 더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좀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거 같다. 사람들은 사실 안 바쁠 수도 있는데 늘 바쁘게 사는 경향이 있지 않나. 난 안 바쁠 수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놀자는 주의다. 그래서 죄책감은 가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어떻게 노는 건가. (웃음)
오현민
: 대학생이니까 친구들과 술 마시고, 운동도 많이 한다. 축구나 농구는 나름 잘하는 편인 거 같다. 어릴 때 농구 대회도 많이 나갔고. PC방 가서 게임 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 노래방도 자주 간다. 나는 주로 랩을 한다. 원래 우리 가족들이 나 빼고 노래를 다 잘한다. 특히 아버지는 목포에서 노래로 날리셨는데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 타실 때 동상 탄 사람이 김경호 씨라고 지금도 자랑하신다. (웃음) 나도 어릴 때는 노래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변성기를 얼마나 이상하게 보냈던 건지, 이제는 절대 안 올라간다.

공부나 게임 말고도 대부분 다 잘하는 것 같다. 못했던 것도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기도 하나.
오현민
: 그렇진 않다. 못하지만 내가 즐길 수 있다면 하고, 그것도 아닌데 못하기만 하면 포기한다. 노래도 못하지만 즐길 수 있으니까 하는 거다.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논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수준은 아니다. 딱 즐거운 노래로 분위기 띄우는 정도다.

게임은 잘해서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어떤 점이 제일 좋나.
오현민
: 일단 이기는 맛이 있고 못 이겨도 놀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른다. 그리고 [LOL]처럼 여러 사람들과 게임을 할 때는 팀원과의 채팅은 일단 차단한다. 이게 되게 중요하다. (웃음) 그러면서 게임을 하며 멘탈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잡아준다. 잘할 수 있다, 실수해도 그럴 수 있는 거다 격려해주고. 우리 팀이든 상대 팀이든 가리지 않고 그러는 편인데, 그럼 게임 끝나고 고맙다고 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 제일 뿌듯하다. 기분 좋을 것 같지 않나? 남들에게 선행을 했다는 게. (웃음) 한번은 상대 팀 한 명을 심리적으로 도와줬는데 그분이 ‘너무 감사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게임계가 발전합니다’ 하시더라. 그리고 자기 팀 다 설득해서 항복해줬다. 그냥 이런 사소한 뿌듯함도 그렇고 뭐든지 순간순간을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을 즐기자는 가치관이 뚜렷한데,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나.
오현민
: 아직은 없다. 아무리 놀아도 반드시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이 있는데 그것만 지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공부도, 최종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나중에 내가 뭘 하고 싶을 때 필요할 것 같은 최소한이다. 그게 정해질 때까지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 방송도 섭외가 들어오면 계속 해보고 싶다. 내가 이쪽 일을 업으로 삼겠다는 게 아니지만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비전이라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더라. 무조건 한 길만 보고 간다는 게 행복을 보장하는 거 같진 않고. 인생은 불공평하니까,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더 잘된다고 믿는다. 그렇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웃음)

글. 한여울
사진.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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